유전성 질환, 완치 가능하다특수염색체 검사와 유전자 진단 통한 다양한 치료법 모색

[클리닉 탐방] 서울아산병원<의학유전학 치료>
유전성 질환, 완치 가능하다
특수염색체 검사와 유전자 진단 통한 다양한 치료법 모색


산모 연령층의 증가와 도시화ㆍ환경오염 등으로 선천(유전)성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들 질병은 대부분 희귀성이면서 확진이 어려워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상당수는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천형’으로 생각,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선천성 질환이라도 사전진단과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것도 많다. 그런 점에서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은 선천성 기형에 대해 염려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끈다. 1999년 국내 처음 개설된 서울아산병원(www.amc.seoul.kr)의학유전학클리닉은 특수 염색체 검사와 유전자진단 등을 통해 다양한 치료법을 모색하고 있다.

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유한욱(소아과학ㆍ임상 및 분자유전학) 교수는 “좁은 의미에서 유전은 어떤 형질(소질)이 최소한 본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이라면서 “일회성이 아니라 다발성으로 재발의 소지를 남기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으로 태어난 후 첫돌 무렵에 지능(IQ)이 50 이하로 되는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의 경우 조기진단 후 출생 후부터 특수분유를 먹이면 정상아로 자랄 수 있다”며 조기진단 중요성을 강조했다. 페닐케톤뇨증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될 때 필요한 효소가 없어 페닐라라닌이라는 물질이 뇌에 축적, 이상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의학계는 국내의 경우 선천적인 장애는 출생하는 신생아의 2∼4%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근거를 둔 정확한 통계자료가 발표된 적이 없고, 선천성 기형이 없는 정신지체까지 포함시킬 경우 빈도가 훨씬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선천적인 장애의 약50%는 유전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데 여러 증후군에 동반된 선천성기형(증후군은 일정한 기형들의 집합이 서로 연관되어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임상적 기형군)과 염색체 이상이 많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려진 단일 유전자에 의한 유전적 질병은 약 6,00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선천성 질환, 출생 후 특수분유로 예방
관심을 끄는 것은 선천성 기형의 상당수는 해상도가 높은 초음파검사로 태아의 장기 및 기관이 형성되는 임신 첫 3개월 이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신경관 형성장애 및 소화관, 비뇨기계 일부 이상, 염색체 질환 등은 임신16주 정도 지난 후 임신부의 혈액검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임신 8∼10주 사이 양수검사나 융모막(태반의 일부) 채취로 염색체 이상 질환과 상당수 유전병의 분자유전학적 진단도 가능하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인체에는 약 3만개의 단일 유전자가 있는데 이들에게 이상이 생기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까지 6,000여 가지의 단일 유전자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활 환경변화 등에 따라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체로 결체조직(뼈ㆍ연골,ㆍ피부)을 침범하는 질환은 우성유전(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전자중 한쪽에 장애만 있어도 증상이 나타남)을 하면서 출생 시 기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성 대사질환은 주로 열성유전(아버지ㆍ어머니로 받은 두 유전자 모두가 장애가 있어야 증상이 나타남)을 하며 원칙적으로 출생 시 기형은 잘 동반되지 않으나 정신지체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 이 중 상당수의 질환은 출생 후 신생아 때 선별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특수 분유로 예방을 할 수 있다.

환자의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선천적 장애의 원인은 유전성 외에도 산모의 임신 첫 3개월의 재태환경, 즉 자궁 내 감염이나 약물남용(술 담배 마약 포함) 등이 영향을 미친다. 또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요인도 50%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환경적 요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열이 활발한 남성의 생식세포나 여성 생식세포에 환경적인 요인으로 돌연변이가 생긴다면 가공할만한 비극도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전-환경적 요인이 서로 어우러질 경우 보다 강력한 형태의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유전질환이라도 예방이 가능한 분야와 치료와 재활을 통해 증상개선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어 희망을 준다.


치료영역 점차 넓어져, 조기발견이 관건
그런 점에서 의학유전학클리닉에서 상담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환자 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자매, 자녀도 포함된다. 즉 전 가족이 상담의 대상이요 치료의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다. 환자의 정신적 고통과 처한 상황에 대해 이해가 없이 섣부른 진단과 원인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은 부부간 또는 가족간 불화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피상담자의 철저한 비밀을 보장해야 하고 종교-윤리적 측면과 인생관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유전 상담이 필요한 경우는 ▦가족 중 이미 알려진 유전질환이 있거나 ▦진단이 어려운 희귀질환과 선천적 기형을 동반한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지체와 산모 나이가 35세를 넘었을 때 ▦근친간 결혼 ▦잘 알려진 기형 유발 물질에 노출되었을 경우 등이다.

유전상담은 병력 청취로부터 시작되는데 정확히 3대에 걸친 가계력과 장애인의 산전력, 출생력, 신생아력을 듣고 정확한 이학적 검사 및 실험실적 검사소견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일단 유전성으로 진단되면 자연경과 및 예후를 설명해 주고 치료와 교정 및 재활을 위해 적절한 전문의를 선정한다.

유 교수는 선천적인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적령기 결혼과 임신 및 계획임신, 임신 중 금연ㆍ금주, 임신중 불필요한 투약금지 등을 제시했다. 성분이 확실하지 않은 자연식품류의 장기섭취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자외선에 심하게 노출되거나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전질환으로 진단을 받으면 일부 환자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하고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전질환이라도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것이 많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02)3010-3114


** 다음호에는 ‘피부노화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박상영 서울경제신문 건강의료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4-12-08 17:24


박상영 서울경제신문 건강의료전문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