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신간안내] 아름다운 밤하늘 外 ::::: 책꽂이 ::::: ▲ 아름다운 밤하늘 / 쳇 레이모 지음 ㆍ 김혜원 옮김 별이 총총한 밤하늘에는 무수한 드라마가 있다. 잔잔한 은하수 속에 도사린 블랙홀은 끊임 없이 다른 별들을 집어 삼키고, 수만 광년 떨어진 성단에서는 이 순간에도 거대한 폭발로 초신성이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이로운 밤하늘의 드라마보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선호한다. 칼 세이건에 비견되는 천문학자이자 작가인 쳇 레이모가 깊은 사색과 문학적 향취가 담긴 천문학 에세이를 펴냈다. 밤하늘의 감동을 잃어 버린 이들에게 별에 대한 상상력의 불을 지펴 줄 만하다. 그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빌어 우주의 대폭발을 노래하고, 시인의 시구를 빌어 밤이 왜 어두운지 읊조린다. 우주의 생성과 팽창을 거쳐, 모든 물질이 에너지를 잃고 움직이지 않는 우주의 종말까지 우주의 신비를 파고드는 다양한 천문학 이론을 우아한 필치로 풀어냈다. 과학과 문학의 아름다운 결합. 북반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24개 별자리 지도도 담았다. 사이언스북스 발행. 1만5,000원.
삶은 다양함만큼이나 비슷한 유형을 띤다. 다들 고만고만한 고민을 안고 살며 일희일비하게 마련이다. 이런 보편성을 담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타인의 삶을 그리는 문학 속에서 어떤 마음의 떨림도 얻지 못할 것이다. 중단편 7편을 모은 네 번째 소설집에서 이청해는 수 많은 인생사에 흐르는 보편과 동질의 고갱이를 탁월하게 잡아 낸다. 생활의 남루함, 찰나에 스치는 감정의 비루함, 타인에 대한 의구심 등을 매끄러운 문체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표제작 ‘악보 넘기는 남자’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일에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30대 남자의 순수함을 영악하면서도 미숙한 20살 여대생의 내면과 대비한다. ‘신용 보증 기금에서 온 사내’에서는 빚에 짓눌린 사내와 빚을 받으러 온 신용 보증 기금 직원의 속 아픈 사정을 나란히 놓았다. 7편의 소설들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배치된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과 상반된 삶을 펼쳐낸다. 이들이 점차 상대방에게서 동질성을 발견하고 수긍해 가는 모습에는 묘한 안도감과 애달픔이 동반돼 가슴이 시리다. 이청해 지음. 문이당 발행. 9,500원.
미셀 푸코 ‘주체의 해석학’, 월터 캡스 ‘현대 종교학 담론’, 삐에르 끌라스트로 ‘폭력의 고고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화와 그 불만’, 귄터 그라스 ‘게 걸음을 가다’, 슬라보이 지젝 외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언뜻 봐도 하나로 묶이기에는 분야가 판이한 책들이다. 그러나 불확정성과 복합성이 특징인 21세기는 세계화나 생명공학 같은 하나의 첨예한 문제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 학문의 전 영역에서 다차원적으로 논의되는 시대다. 따라서 각 학문 분야의 이론적 독창성에 대한 개별적 접근보다, ‘21세기 세계 사회에 대한 전체적인 통찰’로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인식틀이 필요해 졌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저명한 학자 59명이 19개 학문 분야에서 21세기를 대표하는 문제작 100여권을 서평 형식으로 소개한다. 전 학문 분야를 망라, 최신 이론의 흐름을 짚어 내어 21세기 학문 지형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기획이 탁월하다. 전공자, 일반인, 학생 모두가 활용하기 좋다. 도서출판 길 발행. 3만3,000원.
입력시간 : 2004-12-0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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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