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세월 간직한 역사박물관섬 곳곳이 유적·유물, 세계 5대 갯벌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보고

[주말이 즐겁다] 강화도
영욕의 세월 간직한 역사박물관
섬 곳곳이 유적·유물, 세계 5대 갯벌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보고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등 세 강이 만나는 하구에 자리한 강화도(江華島)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부침을 같이하며 영욕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섬이다. 때문에 아름다운 해안 풍경 외에도 섬 자체가 ‘역사의 보고’라 불릴 정도로 유서 깊은 유적과 유물이 즐비하다. 또 육지를 잇는 연륙교가 두 개나 놓여 있어 수도권에서 손쉽게 겨울 바다 풍경을 만나고 역사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아픈 역사를 말없이 증언하는 돈대

신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만날 수 있는 갑곶돈대.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였다.
강화를 강화답게 해주는 것은 많지만, 강화 해안에 즐비하게 서있는 돈대(墩臺)만큼 강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유적지는 없다. 돈대는 성곽이나 변방에 세우는 방위시설인데, 1679년에 강화도 해안 둘레에 53개소의 돈대를 설치했다. 이곳에 오르면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역사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선조들의 함성도 들을 수 있다. 해안 풍광을 볼 수 있는 전망은 덤이다.

강화 53돈대 중 하나인 갑곶돈대는 신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처음 만나는 돈대다. 이곳은 고려시대에 강화도로 도읍을 옮겨 줄기찬 대몽항쟁을 벌일 때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였다.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 극동함대 600여 병력이 이곳에 상륙하여 강화성과 문수산성을 점령하기도 했다. 그들은 강화에 35일 동안 체류하면서 사람과 가축을 살상하고 각종 재물과 도서 등을 약탈하다가 정족산성 전투에서 양헌수(梁憲洙, 1816~1888) 장군에게 패주하였다. 그들은 성안에 있던 강화 동종을 가져가려 하였다가 무거워 실패했지만, 외규장각 도서 등 귀중한 보물을 수많이 약탈해 갔다.

갑곶돈대와 가까운 강화읍내에 있는 고려궁지(사적 제133호)는 고려시대 몽골에 항전하던 궁궐터다. 당시 이곳에서 만든 팔만대장경은 강화성 대장경 판당(板堂)에 수장하였는데, 나중에 합천 해인사로 옮겨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다. 최근엔 고려 왕비의 무덤에서 최상급의 고려청자와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 또한 고려 후기 대몽골 항쟁의 흔적들이다. 고려궁지 아래의 용흥궁은 ‘강화도령’으로 불리던 조선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농사지으며 살던 집이다.

강화도 고려산(436m) 둘레에는 또 120여 기의 고인돌이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강화를 ‘고인돌의 섬’이라고 부른다. 강화도의 고인돌은 몇 년 전 고창, 화순의 고인돌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인의 보물로 등극했다. 이 중 고려궁지에서 4km쯤 떨어진 부근리 고인돌의 ‘인물’이 으뜸이다. 남한에서 가장 큰 북방식 고인돌로서 뚜껑돌(蓋石)의 길이가 710cm, 너비는 550cm나 되는 거석이다.

갯벌 풍광이 아름다운 남부해안도로

강화산성 북문.
강화도 북부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마리산(469m)이 솟아 있는 남부는 정수사와 전등사 등 천년고찰을 돌아보며 멋진 해안 풍광도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강화도 북부에서 남부로 접근하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강화읍내에서 84번 도로를 타고 남진하는 것이다. 선원~불은~길상면을 지나면 20여 분만에 전등사에 들어설 수 있다.

또 갑곶돈대에서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남부로 이동하는 코스도 괜찮다. 석모도를 다녀오는 여행객들은 서쪽의 지방도로를 이용하는 게 낫다.

고구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傳燈寺)는 대웅전 처마 밑의 귀퉁이에서 옷을 벗은 채로 쭈그리고 앉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나녀상(裸女像)으로 잘 알려진 절집. 이는 전등사 아랫마을에서 주막을 하던 주모가 전등사를 짓던 도편수의 순정을 배반하고 돈을 챙겨 달아나자, 도편수가 벌을 받는 주모의 형상을 조각해 복수한 것이란 전설이 있다. 전등사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정수사(淨水寺)는 대웅전(보물 제161호)의 문창살이 볼거리. 모란과 장미가 활짝 핀 모습의 문창살은 청ㆍ황ㆍ홍ㆍ녹 4색의 색상이 화려하여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창살로 손꼽힌다.

강화도 드라이브의 백미는 정수사 남쪽의 분오리돈대에서 동막해수욕장과 여차리를 거쳐 장화리로 이어지는 남단의 해안도로라 할 수 있다. 해질녘 이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디서나 붉고 아름다운 강화도 낙조를 만날 수 있다. 해안도로 곳곳이 낙조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장화리의 해양환경수련원 근처 바닷가 풍광이 좋다.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서남쪽 해안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장곶돈대는 일반인들이 낙조 감상하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로 꼽힌다.

강화도를 당일로 다녀오려면 오전 중에 섬 북부를 둘러보고, 오후엔 남부를 둘러볼 수 있게끔 일정을 짜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해질 무렵에 동막리~여차리~장곶돈대를 잇는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숙식 : 강화도는 민박과 모텔 등 숙박업소는 물론 식당도 많은 섬이다. 동막해수욕장, 초지진, 외포리 선착장 주변에 횟집이 즐비하다. 초지대교 근처의 대선정(032-937-1907)은 강화 특산인 순무로 담근 김치가 맛있는 집이다. 메밀을 재료로 한 칼국수인 메밀칼싹둑이(6,000원)와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넣고 지은 시래기밥(6,000원)이 별미다.

교통 : 강화도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신강화대교를 건너 북부로 가려면 서울서 올림픽대로를 이용해 48번 국도를 탄 뒤 김포~월곶을 지나면 된다. 초지대교를 건너 남부로 가려면 김포~양촌을 거쳐 352번 지방도를 타고 대곶을 지나면 된다.


입력시간 : 2004-12-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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