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없는 설움에 희망의 빛국내 최고 권위의 불임치료 전문병원포배기 배아 이식술 세계 최다 기록

[클리닉 탐방] 서울 마리아병원<불임치료>
아기없는 설움에 희망의 빛
국내 최고 권위의 불임치료 전문병원
포배기 배아 이식술 세계 최다 기록


‘내 생애 가장 긴 1년이었다. 하루 걸러 한번씩. 꼬박 4시간을 내달려 서울 대학병원으로. 아내와 나 모두 별 문제 없다는데. 기다려도 아기 소식은 없고. 아내 엉덩이만 피멍이 들었다. 호르몬 주사약이 뭉쳐, 더 찌를 곳도 없단다. 5년, 6년, 7년. 포기다. 입양을 할까. 병원을 옮겨 인공수정 2번. 또 실패. 의사는 시험관 아기를 해 보자고. 진짜 마지막이다.

차 몰고 피 뽑으러 가는 길. 30분간 내내 앞만 바라봤다. 아내도 나도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한마디 말을 건네지도. 피 검사 결과 나오던 날,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전화했다. 저쪽 간호사의 목소리도 떨린다.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울컥. 기쁨과 서러움이 뒤엉켜, 주르륵. 눈물이 쏟아진다. 가슴 속 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여있던 것이 한꺼번에. 부모님과 처가 어른께 소식 전하자 모두가 울음바다.’

죽을 고생을 한 끝에 시험관아기로 결혼 8년만에 아들을 얻은 한 부부의 사연이다. 이 부부는 불임 초기 잘 한다는 대학병원ㆍ한약방을 떠돌며 숱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 봤지만 다 허사였다. 지푸라기를 잡듯 마지막 시도한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임신ㆍ출산의 꿈을 이뤘지만, 이들은 불임 원인조차 모른채 수년간을 고통 속에서 신음했다.

불임은 부부 관계를 맺어도 1년 이상 아이를 못 갖는 것.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7~39세 부부의 13.5%(63만5,000쌍)가 불임이다. 우리나라 부부 10쌍 중 1쌍이 자식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불임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모른다. 자기 자신과 가족은 물론이고 온 집안을 우울한 분위기로 내몬다. 오죽하면 ‘부부병’ 혹은 ‘가족병’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미성숙 난자 이용한 시험관 아기 시술법
서울 신설동에 있는 서울마리아병원(www.mariababy.com, 원장 이원돈)은 지난 40년간 불임 한 우물만 파 온 전문 병원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다. 단순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진단ㆍ치료법을 끊임없이 내 놓아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포배기 배아 이식술(배아를 5일간 체외 배양 후 자궁에 착상하는 시술)은 이 병원이 세계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매달 평균 7,500명이 내원, 200~250명이 시험관 시술을 받는다. 전국 9곳에 이르는 분원 실적을 빼고도 국내에서 가장 많단다.

이 병원 의료진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이 원장은 손꼽히는 남성 불임 치료 전문가.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수료 후 이 병원 사령탑에 올랐다. 정재훈 진료부장 등 나머지 전문의 5명도 모두 대학 후배들이다. 외국에 까지 명성이 자자한 포배기 배아 이식술 권위자 임진호 마리아 의료 재단 원장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우수한 인재가 우수한 성적을 받는 건 당연한 일. 포배기 배아 냉동 재이식 성공률이 평균50~60%에 달한다. “최고 기술을 값싸고 편하게 제공하는 것이 마리아의 목표”라는 이 원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포배기배아 이식술과 냉동 보존법,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시술법 등을 잇달아 개발한 이면에는 임신율을 높이면서도 환자들의 시간ㆍ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숨어 있단다.

한 가지 예로 이 병원에는 호르몬 피 검사가 없다. 초음파 검사로 대체함으로써 매번 피 뽑는 스트레스와 시술비 부담을 확 줄였다. 지방 환자들이 올라와 줄 설 필요가 없도록 병원절차도 간소화했다.

불임은 남편, 아내에게 각각 절반의 책임이 있다. 남성의 경우 정자의 활동성이 부족하거나 정관이 막힌 것이 대부분. 여성은 배란이 잘 안되거나 나팔관 혹은 자궁 이상인 경우가 많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10%나 된다.

최근 들어 불임 치료율이 부쩍 높아졌다. 시험관 아기 성공률이 35~40%선이다. 체외 수정과 자궁내 착상의 정확도가 향상된 덕택이다. 남성쪽에 문제가 없다면 먼저 배란을 유도하고, 안 되면 정액에서 우수한 정자를 골라 특수관을 통해 자궁에 넣는 자궁 내 인공 수정을 한다. 나팔관이 정상이면 체외에서 인공 수정을 한 뒤 나팔관에 넣는 나팔관 수정을 시도한다. 그래도 안되면 시험관 아기 시술이다.

서울 마리아병원에는 임신율을 높이는 비장의 카드가 여럿 있다. 포배기 배아 이식술, 냉동 재이식술, 미성숙 난자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다. 이 병원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은 포배기 배아 이식술은 배아를 특수 배양액과 난자 주변 세포가 들어있는 시험관에서 5일째까지 배양한 뒤 자궁에 이식하는 기술. 일반적인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배아 이식은 통상 2일째에 하는데, 이 병원이 특수 배양액을 최초로 개발해 내놓음으로써 배양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배아 수 최소화로 다태임신 예방
이 원장은 “배아 이식을 자연 임신 주기에 맞추게 됨으로써 임신율이 50~60%까지 높아졌다”면서 “이식되는 배아의 수를 최소화, 세 쌍둥이 이상 다태(多胎) 임신을 예방할 수 있어 호응이 높다”고 자부한다. 또 시험관아기 시술 중 남은 포배기배아를 냉동 보관한 뒤 필요할 때 다시 쓰는 방법도 동원한다. 포배기 배아 냉동 재이식술로, 시술비를 크게 낮추는 이점이 있다.

이 병원이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시험관 아기 시술법. 내분비 체계 결함 등으로 난자가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하거나 호르몬 주사 부작용이 예상되는 경우 특히 유용하다. 성숙기 이전의 난자를 채취, 호르몬ㆍ단백질 등에 특수 배양 후 성숙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이 시술법은 배아의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과배란 주사의 부작용을 없애면서도 시술 실패시 보관 중인 배아로 자연 배란주기에 맞춰 시술을 매달 되풀이 할 수 있게 해주는 독특한 기술이란다.

이 원장은 “환자들은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에 조급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신까지는 집념과 끈기가 필요하다”면서 “정자와 난자의 질이 치료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불임환자 중 40대 이상이 많은 편인데, 치료가 늦으면 늦을수록 임신율이 떨어지고 돈도 더 많이 들어간다. 30대 중반이 넘었는데도 아이가 안 생겨 고민이라면 부부가 손잡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 다음호에는 ‘화상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기자ㆍ의학전문


입력시간 : 2004-12-22 14:35


송강섭 기자ㆍ의학전문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