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상처 동시에 치유화상전문 의료진 24시간 상주 운용, 인공피부이식술 국내 첫 도입
[클리닉 탐방] 베스티안 병원 <화상치료> 몸과 마음의 상처 동시에 치유 화상전문 의료진 24시간 상주 <화상센터> 운용 인공피부이식술 국내 첫 도입
회사원 신모(41)씨는 지난해 연초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끔찍한 화상을 당한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가 난다. 펄펄 끓는 곰국을 엎지르면서 팔 겨드랑이 다리 등 전신 60%에 2~3도 화상(火傷)을 입은 것이다. 가까운 병원에서 응급 처치 후 서울의 화상 전문 병원으로 급송, 꼬박 다섯 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피부 이식ㆍ재건 성형 등 서너 차례의 대수술을 치른 뒤에야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갔다. 신씨는 딸의 치료비를 대느라 전에 사 놓았던 자투리 땅까지 내다 팔았다. 고가의 수술비, 입원비 등은 의료 보험 적용이 되지않았다. 그나마 애 앞으로 든 보험이 있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집이 거덜 날 뻔했다. 또 어린 것은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그토록 쾌활하던 애가 말수가 부쩍 줄고 학교 친구들을 슬금슬금 피하는걸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 전 학교측 배려로 딸을 미국으로 보내 무료로 치료하는 행운을 잡았다. 하지만 다친 뒤부터 병원 소리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는 어린 것을 어떻게 설득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신씨는 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애 겨드랑이와 종아리에 시퍼렇게 찍혀있는 흉터만 보면 가슴이 콱 막힌다고 한다. 신씨처럼, 화상을 당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끔찍한 공포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화상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 가슴 속 깊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화상이라 하면 단지 피부만 다치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않다. 피부 손상은 물론이고 수분 전해질 영양분 등이 동시에 빠져 나가기 때문에 패혈증 등 합병증에 걸리기 쉽고 심하면 귀중한 생명까지 앗아 간다. 화상 부위가 50~60%면 사망률이 40~50%나 된다고 한다.
국내 유일의 화상전문병원 전체 입원 환자 중 화상 환자가 절반을 넘을 뿐만 아니라 건물 구조, 진료 체계 등 모든 것이 화상 치료에 가장 알맞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상 환자만 매월 평균 2,800명이 내원한다. 이 병원 화상센터에는 윤천재 과장(36) 등 화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의 4명이 포진해 있다. 필요할 경우 성형외과 등 전문의 10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전문 간호사, 화상 치료사, 물리 치료사, 영양사, 사회 복지사 등으로 팀 워크를 이뤄 하나처럼 움직이며 환자들을 꼼꼼하게 치료한다. 이 병원 화상 응급실에는 그처럼 전문의가 24시간씩 교대로 상주한다. 윤 과장은 “화상 환자들은 위급한 경우가 많은데, 초기부터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화상 환자 전용 치료실 수술실 중환자실도 따로 두고 무균 시스템까지 가동중”이란다. 화상 치료는 다친 부위의 넓이와 깊이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쓴다.
먼저 물집이 없고 피부가 발갛게 변하는 1도와 가벼운 2도는 수술 없이 치료한다. 다친 부위에 감염을 막는 연고와 피부 재생을 돕는 치료제를 바르면 대부분 흉터 없이 낫는다. 한편 깊은 2도, 3도 화상은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꼭 하는 것은 아니고 환자 상태나 다친 정도를 봐 가며 판단한다. 수술은 자신의 건강한 피부 일부를 떼어내 다친 부위에 이식하는 부분층 식피술이나 전층 식피술을 시술한다. 이 방법은 그러나 정상 피부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60~70% 이상 환자에게는 시술할 수가 없다. 이 경우에는 떼어낸 피부 조직을 마치 그물처럼 구멍을 뚫는 방법으로 표면적을 3배, 6배 등으로 늘린 뒤 이식하는 메?Mesh)란 기술을 동원한다. 정상 피부를 최대한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편 피부를 늘리면 늘릴수록 수술 성공률이 떨어지고 흉터가 심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다친 부위가 워낙 넓어 떼어 낼 피부가 부족한 때에는 인공 피부 이식술이 아주 유용하다. 윤 과장은 “환자의 피부에서 떼어낸 3~6㎝ 정도를 생체검사(biopsy)한 뒤 배양하여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팀이 2년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 시술한 치료법이다. 이 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널리 사용돼 온 보편적인 방법.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술비가 많이 들고 성공률이 일반 이식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흠이다. 화상환자는 그 동안 산업현장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 도시 가스나 전기 제품이 보급ㆍ확대됨에 따라 가정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화상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매년 2만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한다. 윤 과장은 “민간 요법은 화상 분야에 관한 한 틀린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화상을 당하면 차가운 물을 흘려 다친 곳을 10~15분간 씻은 뒤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 다음호에는 <수족냉증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입력시간 : 2004-12-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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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