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태양에 꿈을 새기고 설경의 세계로 빠져들다

[주말이 즐겁다] 동해 추암·두타산 무릉 계곡
새해 첫 태양에 꿈을 새기고 설경의 세계로 빠져들다

2005년 첫 태양이 가장 먼저 솟아올랐다

2005년 새해가 밝았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일들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픈 마음은 인지상정이리라. 그래서인지 새해 첫날 동해안 유명 관광지는 어디나 일출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거려 호젓하게 일출을 즐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일의 일출 명소도 새해 첫날만 피하면 비교적 호젓하게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애국가 배경 화면으로 유명한 추암 일출

새해를 앞두고 한국천문연구원과 보현산천문대는 2005년 1월 1일 동해안 일출 시간은 동해 추암이 7시38분으로 가장 빠르다고 발표했다. 촛대바위, 칼바위 같은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동해 추암은 애국가 첫 소절의 일출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만약 일출 감상만을 위해 동해안을 찾는다면 단연 추암이 0순위. 그래서 추암은 새해 첫날이면 바닷가 언덕은 물론, 백사장 주변에도 일출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들어찬다.

일출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포인트는 뾰족한 추암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갯바위 언덕. 멀리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만이 환하던 까만 바다는 태양이 뜰 무렵이면 점점 푸른 기운이 돌면서 밝아진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돗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촛대바위 너머 수평선이 붉게 변하면서 문득 붉은 햇덩이가 솟아 오른다.

그런데 일출은 수평선이 아닌 구름 위로 솟을 때가 많다. 낮게 깔린 구름 탓이다. 만약 해를 가리지 않을 정도의 적당히 옅은 해무(海霧)라면 일출의 최고 경관이라는 오메가 현상을 목격할 수도 있다. 혹시 오메가 현상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해도 실망하지는 말자. 바닷가에 사는 어민들도 일년에 겨우 두어 번밖에 볼 수 없다는 희귀한 현상 아닌가.

달랑 일출만 보고 추암을 훌쩍 벗어날 일이 아니다. 추암은 굳이 일출이 아니어도, 강원도 관찰사로 왔던 한명회(1415~1487)가 관동팔경을 돌다가 이곳의 경치에 반해 능파대(凌波臺)라는 이름을 따로 지었다는 내력이 말해 주듯경관이 아주 빼어나다. 언덕 뒤쪽으로 돌아가는 해변엔 바위들이 공원의 조각들처럼 빼곡히 들어차 있어 볼만하다. 그 앞에 자리한 해암정(海岩亭)이라는 정자는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沈東老)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특히 아담한 백사장 산책을 빼놓을 수 없다. 결 고운 모래밭에 발자국을 내면서 허연 거품을 물고 쉼없이 달려드는 파도를 희롱하는 맛이 제법이다. 해안 덕장에 걸려있는 오징어에선 바닷가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촛대바위를 멀리서 관망하기엔 추암해수욕장과 바싹 붙어있는 삼척의 증산마을이 최고다. 둥그렇게 호를 그린 백사장과 추암이 한눈에 들어 온다.

설경도 아름다운 두타산 무릉계곡

동해까지 발걸음했다면 두타산(1353m)이 품고 있는 무릉계곡을 들러 보지 않을 수 없다. 맑은 계류를 따라 펼쳐진 널따란 반석과 기이한 모양으로 서있는 바위들, 그리고 얼어 붙은 폭포 등이 어우러진 경관이 볼만하다.

무릉계곡은 호랑이와 스님이 싸웠다는 전설이 전하는 호암소로부터 시작하여 약 4km 상류의 용추폭포가 있는 곳까지를 말한다. 무릉계곡은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무릉반석을 시작으로 삼화사, 학소대, 옥류동, 선녀탕 등을 지나 쌍폭과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경치로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매표소를 지나면 이내 널따란 무릉계곡의 ‘방명록’인 무릉반석이 펼쳐진다. 조선의 명필 양사언이 초서로 쓴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이라는 시구를 중심으로 1500평쯤 되는 반석에 시구가 빼곡하다. 조선시대 이곳에 들렀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흥에 겨워 남긴 흔적이다.

무릉반석을 벗어나 신라 때 창건했다는 천년고찰 삼화사를 보고 나오면 발길은 학소대로 이어진다. 왼쪽은 벼랑이고 오른쪽은 거대한 암벽이 골짜기를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 벼랑엔 4단 폭포가 그림처럼 걸려 있고 송림이 그 주변을 감싸듯 우거져 있으니,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읽던 책 다 불태우고 조선 팔도를 떠돌던 매월당 김시습이 이곳에 들러 ‘물소리 솔바람과 화음을 이루니 솔밭 사이로 돌들이 깨끗하다’고 예찬한 대로 풍치가 좋다.

얼마쯤 땀을 흘리다 보면 무릉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용추폭포가 반긴다. 맑은 계류가 삼단으로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져 내리는 용추폭포는 무릉계곡 경관의 핵심이다. 조선시대 삼척부사로 왔던 유한전이 ‘용추(龍湫)’라는 글을 돌에 새기고 제사를 올린 뒤부터 용추폭포라고 불리게 되었다. 무릉계곡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 발길을 돌린다. 겨울 두타산은 준비없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행에 대해서는 무릉계곡 관리사무소(033-534-7306~7)에 문의.

숙식 추암 근처에 동해파크장(033-522-4189), 유성장여관(033-521-2443), 추암바다횟집민박(033-521-6167), 무릉계곡 입구에 무릉프라자모텔(033-534-8855) 청옥장(033-534-8866) 등의 숙박 시설이 있다. 동해식당(033-534-9061), 반석식당(033-534-8382) 등 무릉계곡 입구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민박도 겸하고 있다.

교통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동해IC→7번 국도(삼척 방향)→추암동→촛대바위. 추암에서 7번 국도로 나와 동해시 방향으로 가다가 42번 국도를 바꿔 타고 임계 방향으로 10분쯤 달리면 무릉계곡 입구 삼거리다. 좌회전해 5km 들어가면 무릉계곡 주차장이다.

글ㆍ사진 민병준 여행 작가


입력시간 : 2005-01-04 16:46


글ㆍ사진 민병준 여행 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