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칼 대지않고 제거뇌질환 환자 두개골 절개의 '고통·두려움'없는 획기적 무혈 뇌수술감마선으로 정상세포 손상없이 암세포만 파괴, 완치율 90% 웃돌아
[클리닉 탐방] 서울대병원 <감마나이프 센타> 뇌종양, 칼 대지않고 제거 뇌질환 환자 두개골 절개의 '고통·두려움'없는 획기적 무혈 뇌수술 감마선으로 정상세포 손상없이 암세포만 파괴, 완치율 90% 웃돌아
경기 부평에 사는 주부 황모(43)씨는 2년 전 감기 기운을 느끼다가 갑자기 어지럼 증상이 찾아오면서 쓰러졌다. 구토가 나고 급기야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데다 안면마비까지 와 동네병원 내과를 찾았다. ‘피 검사를 해봐도 잘 모르겠다. 큰 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종합병원으로 옮긴 황씨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촬영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청각과 몸의 평형을 감지하는 여덟번째 뇌신경에 양성종양(청신경초종)이 생겼으니 수술을 받으라는 것. 황씨는 그러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칼로 머리를 열고 전신마취 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은 탓도 있지만, 뇌 수술을 받은 가까운 사람이 청력 저하ㆍ안면 마비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던 황씨에게 반가운 소식에 들렸다. 병원에서는 수술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남편이 인터넷에서 무혈(無血) 뇌수술에 관해 본 적이 있다며 병원측과 상의해보라고 권했다. 그녀는 남편의 권유에 따라 병원측과 협의한 뒤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두개골 절개가 필요없고 부작용도 적은 무혈 뇌수술을 받은 황씨는 2~3주 후부터 증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부작용 발생률 1~2%로 거의 완벽 적용범위가 아직 뇌종양(전이성 뇌종양, 청신경 종양, 뇌하수체 종양, 수막종 등)과 일부 뇌혈관 질환(뇌동정맥기형, 해면혈관종 등), 기능성 뇌질환(파킨슨씨병, 삼차신경통 등)에 제한돼 있긴 하지만 완치율이 90%를 웃돌고, 부작용 발생율은 1~2% 선으로 낮아 환자들의 호응이 높다. 국내에서 감마나이프 시술이 가능한 곳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8곳이다. 이 중에서 서울대병원 감마나이프센터(www.gammaknife.co.krㆍ센터장 김동규)는 1997년 12월 첫 수술 이래 국내에서 최단 기간 내 시술 500건, 1,000건을 돌파하고 최초로 감마플랜(치료계획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감마나이프 기술 개발 및 보급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뇌를 다루는 만큼 의료진의 면면과 시술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감마나이프 센터를 이끄는 사람은 신경외과 김동규 박사. 지난해 국제감마나이프학회 회장에 선출된 권위자다. 뇌종양 및 뇌정위수술(뇌 속 병변 부위를 특별히 고안된 장치를 이용해 고치는 치료술) 전문의 백선하 교수, 실험 핵물리학 전문가 정현태 교수와 전문간호사 2명 등 베테랑들이 김 박사 주변에 포진해 있다.
당뇨 등으로 개두 어려운 환자에 효과적
김 교수는 “감마나이프 시술 건수가 이 병원 전체 뇌 질환 치료의 15%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며 “3~4cm 이내의 뇌종양이나,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으로 개두술이 쉽지 않은 환자, 기존 방법으로 손쓰기 힘든 위험 부위 등 치료에 감마나이프가 아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이 98년부터 2002년까지 시술한 청신경초종 173건 중 135건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시술 후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었거나 성장을 멈춘 비율이 93%에 달했다. 청력보존 비율도 62%로 높았고, 안면신경 마비 증상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수술 후유증이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뇌질환에 대해서도 감마나이프 시술은 좋은 효과를 나타났다. 뇌동정맥기형에서는 80~90%의 완치율을 보였고, 뇌수막종ㆍ전이성 뇌종양 역시 90%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김 교수팀은 부피가 큰 동정맥기형의 경우 낮은 용량의 방사선 조사로 부피를 3cm 이내로 줄인 뒤 남은 부분에 대해 감마나이프를 시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신적·육체적 부담 적고 비용도 크게 절감 수술 환자들은 머리를 프레임으로 고정시킨 채 CT(컴퓨터단층촬영)ㆍMRI를 촬영한 뒤 치료계획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방사선 조준용 헬멧을 쓰고 1~3시간 정도 수술을 받으면 된다. 김 교수는 감마나이프 장비가 ‘공공재(公共財)’라고 생각한다. 타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라도 외래환자 형식으로 잠시 들러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은 뒤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치료율을 높이는데 형식을 따질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감마나이프를 유전자 치료나 항암 약물치료 등과 병행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는 있는 김 교수는 최근 동물실험 결과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흐뭇해 한다.
입력시간 : 2005-01-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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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