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PD·작가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재주

[최성은의 S다이어리] ", 넌 겁없는 녀석이야"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PD·작가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재주

김영철

남들보다 한발 짝 앞선 것, 남 보다 좀 더 튀는 것으로 특화되는 세상! 튀지 못한다면 성공하기도 힘든 세상이 바로 요즘 세상이다. 예전에 모 회사 핸드폰 CF에서 ‘ 넥타이는 청바지 보다 우월하다’ 라는 광고 문구를 본 순간 한 발 앞선 생각, 남보다 튀는 것이야말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비결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러한 생각들은 방송, 연예계에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요 충분 조건인데 방송 일을 처음 시작한 가수나, 연기자, 개그맨, 혹은 방송을 오랜 시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로 전업하는 연예인들에게는 항상 따라 다니는 꼬리표라는 것이다.

스타가 뜨는 것은 그야말로 한 순간, 적절한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요즘 안어벙과 느끼한 리마리오가 하나의 특화된 컨셉으로 인기를 얻듯, 수 많은 탤런트, 개그맨, 가수들이 자신의 끼와 재능을 표출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바로 자신이 처한 영역에서의 인간 관계가 크게 작용을 하게 되는데, 연예인들의 경우 배역을 하나 따 내는냐 마느냐가 바로 이 인간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밉지않은 엉떵·당돌함
요즘, KBS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서 비디오 가계 주인(신철) 역으로 열연을 하는 개그맨 ! 그는 정말 뻔뻔한 건지, 아니면 오지랖이 넓은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인간 관계를 잘하는 몇 안 되는 연예인 중 단연 으뜸으로 손꼽힌다. 그런 그에게는 정말 독특한 방식의 비법이 숨어 있다. 특히, 연예인들이 가장 대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방송가의 호랑이 PD와 호랑이 작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가 신인 시절, ‘개그 콘서트’에는 무섭기로 유명한 호랑이 PD 한 분이 계셨다.워낙 인상도 강하신 탓에 선후배 개그맨들은 눈빛조차 마주치지 못 한 채, 옆에 앉기조차 두렵고 어려운 분으로만 통했다.그런 상황에서 신인 개그맨으로 뽑힌 은 개그콘서트의 맴버로 활동을 하게 되었고, 곧 호랑이 PD와 개그맨 선후배들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개그에 관한 구성 회의를 하게 되었던 것.

평상시도 아니고 개그를 짜야 하는 회의였기 때문에 냉철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펼쳐졌고, 호랑이 PD 역시 웬만한 개그에는 웃음을 짓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자신이 짜 갖고 온 개그 아이디어를 내며, 호랑이 PD 앞에서 상황 연출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의 모습을 본 PD는 아무 반응이 없었던 것. 이에 은 ‘저 분을 한 번 어려워 하면 평생 어려워 할 것 같다. 그냥 쿨하고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생각한 끝에 그 PD에게 투정 섞인 목소리를 날린 것.

까다롭기로 소문난 방송작가 김수현은 김영철의 엉뚱함과 당돌함에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 부장님이 안 웃으니까 ‘시바이’가 안 살잖아요? ” 라며. 그러자 묵묵히 을 보고 있던 호랑이 PD는 자신에게 편하게 말대꾸한 을 야단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당돌한 모습을 인정하고 예뻐했다고 한다.

당찬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은
최근에는 드라마 ‘ 부모님 전상서’ 로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는데. 그런 그가 김수현 사단에 입성해 호랑이 작가 김수현 씨를 또 한 번 웃게 만들었다고 한다. 캐스팅에서부터 무대 연출까지 드라마 제작의 모든 것을 까다롭게 하기로 소문난 작가 김수현 선생님과 첫 대면, 첫 대본 리딩을 하던 날 이였다.

난생 처음 정통 연기를 접한 은 ‘토씨 하나만 틀려도 큰일 난다’ 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김수현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 상당한 긴장을 하고 있었다. 연기자 대 선배들이 모두 모인 엄숙하고, 진지한 대본 리딩이 시작됐다. 마치 모두 실제 연기인 냥 대본 리딩에 열중을 다 하는 선배 연기자들을 본 은 한 줄 밖에 안 되는 자신의 대사를 숙지하며 조용히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극중 의 친구들로 나오는 몇 몇의 친구 역이 캐스팅되지 않아 대사를 할 사람이 없었던 것. 이에 즉석에서 김수현 작가는 “옆에 친구 대사 영철이 니가 한 번 읽어 봐라?“ 라며 요구를 했고, 너무나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지시에 당황했을 법도 한 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 쳤다. “ 선생님! 대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을 법 한 의 행동에 김수현 작가는 오히려 실소를 머금었고, 다른 연기자들 역시 그 엉뚱한 모습에 당돌함을 느꼈던 것. 그런데 조금 후 김수현 작가는 에게 “야, 노식이역 영철이 니가 읽어라 ~ ”며 또 다른 배역의 대사를 하도록 했고, 두 번의 기회를 얻은 은 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저, 정말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선생님 대사가 갑자기 많아 졌어요~ 감사합니다!” 라고 한 것.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 이 모습을 본 김수현 작가와 엄숙했던 연기자 대선배들은 그의 엉뚱함에 그만 박장대소를 하고야 말았다고 한다.

개그맨 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 평소 무섭다고 느끼고, 무섭기로 유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그 사람과 가장 가까워 질 수 있다는 것“ 이다. 남들은 다들 을 천방지축이라 말할지 몰라도 누구 앞에서나 떳떳하고 당당한 그의 모습이 바로 인간 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지금 현재, 성공하고 싶은, 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더 이상 주저말고 식 방법을 써보는 게 어떨까? “ 겁 없는 녀석…” 으로서 말이다.

입력시간 : 2005-01-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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