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엔 아직도 장보고의 숨결이…KBS드라마 촬영지, 몽돌해안 등 역사와 어우러진 배어난 풍광자랑

[주말이 즐겁다] 전남 완도
청해진엔 아직도 장보고의 숨결이…
KBS드라마 <해신> 촬영지, 몽돌해안 등 역사와 어우러진 배어난 풍광자랑


한창 때는 귀가 시계로까지 불리웠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배경지 정동진이 유명해 진 뒤, 드라마가 뜰 때마다 그 촬영장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는 경향이다. 지금은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 바다를 주름잡던 해상왕 장보고(張保皐, ?~846)의 일대기를 다룬 KBS 드라마 ‘해신(海神)’의 인기가 높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남해에 떠 있는 섬 완도 소세포에 조성한 ‘해신’ 촬영지도 방문객이 부쩍 늘어났다.

당시 분위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촬영장
최인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KBS 2TV 대하 드라마(수ㆍ목요일 밤 9시55분 방영) ‘해신‘ 중 장보고(최수종 분)와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는 대부분 허구다. 장보고는 통일신라 시대 한 세상을 풍미했던 영웅이지만, 그의 청년기 기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보고의 숙적이 되는 자미부인(채시라), 장보고의 마음속 여인인 정화(수애) 등도 가상의 인물이다. 염장(송일국)은 역사에 장보고를 살해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는데, 어릴 적부터 정화를 사이에 두고 장보고와 미묘한 삼각 관계를 이룬다는 내용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완도 소세포에 마련된 촬영장(1만6,000여 평)엔 부두와 중ㆍ대형 선박 12척을 비롯하여 객관 – 저잣거리 - 군영 막사 -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소세포 해신 촬영장은 아담한 포구 풍광과 어울려 제법 그럴 듯하다. 앞 바다에 떠 있는 삼국시대 배들 뒤로는 해남의 땅끝, 노화도, 보길도 같은 섬들이 가깝다. 또 군외면 불목리에 건립중인 신라방(新羅坊)엔 본영 – 객사 – 민가 – 중국 거리와 설평상단 및 이도형 상단(무역품 거래 및 상인숙소) 등 40여 동의 기와집을 짓고 당나라 시대의 각종 풍물을 재현하게 된다. 어느 촬영장이든 촬영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촬영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드라마 ‘해신’ 촬영장이 있는 완도는 서울서 6~7시간 소요될 정도로 거리가 멀다. 그래서 해신 촬영장을 건립하기 위한 완도군의 다양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접근이 수월한 전북 부안에 밀렸으나,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촬영을 부안에서 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곳에 촬영장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완도군이 ‘해신’ 촬영장을 유치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장보고가 중국ㆍ일본과 서남아시아를 잇는 동아시아 해상권을 장악한 본거지였던 청해진이 바로 완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완도 동쪽의 장좌리 앞 바다에서 180m쯤 떨어진 바닷가에 떠있는 섬 장도(일명 장군섬)는 장보고가 본부로 삼았던 사적 제 308호의 청해진(淸海鎭) 유적지다. 장보고는 이 곳에 진을 설치하고 해적을 소탕하여 해상권을 장악한 다음, 신라 – 일본 - 당나라 3국의 해상 교역에서 신라가 주도권을 장악하게 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부근에서는 여러 채의 큰 건물이 있었던 흔적인 법화사터, 기와, 토기 등 당시의 번영을 엿볼 수 있는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장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이때 당시 청해진을 방비하기 위해 굵은 통나무를 섬 둘레에 박아 놓았던 목책의 흔적이 드러난다. 현재 장도의 남쪽과 북서쪽 해안에는 직경 40~80cm의 목책이 1,000개쯤 남아 있다. 현재 유적지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섬 일주하며 구경하는 완도
‘해신’ 촬영장인 소세포와 장보고의 청해진 유적지를 보려면 자연스레 완도를 한 바퀴 돌게 된다. 소세포와 완도항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어촌민속전시관(061-550-5558)은 완도 사람들의 노력으로 2002년 개관한 어촌의 민속 관련 박물관이다. 여기에선 어촌의 생활사, 시대별 물고기 잡는 방법, 수산 양식의 실태, 선박의 발달사, 어촌의 풍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대형 식인 조개를 비롯한 각종 조개류와 희귀 산호, 어류 박제 등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관람 시간은 동절기 오전 7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하고, 요금은 어른 1,000원.

민속박물관에서 승용차로 10분쯤 거리에 있는 정도리의 ‘구계등’도 가 볼 만하다. 해안의 몽돌이 파도 때문에 바다에서부터 아홉 계단을 이룬다는 곳이다. 길이 800m, 폭 200m의 해변을 뒤덮은 까만 몽돌은 모두 모난 곳이 전혀 없이 동글동글한데, 밤톨만한 것부터 수박만한 것까지 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차르륵거리는 몽돌 구르는 소리를 듣는 재미가 제법이다. 해안 안쪽엔 40여 종의 상록수와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넓은 숲을 이룬다. 다도해 해상 국립 공원 구계등은 입장료 1600원.

완도에서의 드라이브 방법은 두 가지다. 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완도 해안 도로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신라방 - 청해진 유적지 – 완도항 - 구계등 몽돌해안 – 어촌 민속 박물관 - 소세포 해신 촬영장 -완도수목원 순서로 들르게 된다. 소세포의 해신 촬영장을 먼저 보고 싶으면 삼거리에서 우회전 해 해안 도로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된다.

▲ 숙식 소세포 촬영장 주변엔 간이 휴게소만 하나 있을 뿐, 숙식할 곳이 마땅치 않다. 승용차로 10분쯤 거리의 구계등 몽돌해안 입구에 산호모텔(061-552-4004), 솔밭민박(061-552-1900) 등 숙박 시설이 여럿 있다. 완도항 여객선터미널 주변으로 나가면 모텔과 횟집 등 숙식할 곳이 아주 많다.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 2번 국도 → 강진 → 55번 국가 지원 지방도(18번 국도 공용) → 도암 → 북평 → 13번 국도 → 완도ㆍ남해고속도로 광양IC → 2번 국도 → 순천 → 보성 → 장흥 → 강진 → 도암 → 북평 → 완도.

글ㆍ사진/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5-01-12 13:53


글ㆍ사진/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