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겨울의 맛 "국물이 기가막혀"

[맛집 멋집] 한강생태매운탕
깊은 겨울의 맛 "국물이 기가막혀"

양은 냄비를 당장이라도 박차고 뛰어 나올 정도로 생태들이 맹렬한 기세로 끓고 있다. 생태 한마리가 통통한 등허리를 드러내고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성미 급한 사람들에게는 가히 고문과 같은 시간이지만 진정한 미식가라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 특히 찌개나 탕과 같은 음식은 끓이면 끓일수록 맛의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태는 겨울철에 먹어야 제 맛이 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 탓에 동태나 황태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어디 생물만 할까. 특별한 조미를 하지 않아도 시원한 국물에 살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가. “생물, 생물” 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생선이면서도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고 육질이 고소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삼각지 로터리의 한강생태매운탕은 그 일대에서 ‘한강집’으로 통하는 생태찌개 전문점이다. 점심때도 예약을 해야 하는 찌개집이 있다면 바로 한강집이다. 번화가와는 거리가 있는 삼각지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지만 그만큼 맛에 있어서 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뜻. 메뉴는 딱 2가지. 생태찌개와 도드람포크목살이 전부다.

주인인 김영자 사장은 과외 교사 출신이다. 1980년대 과외 교습이 불법화되면서 식당 경영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생태찌개를 주종목으로 정한 데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란다. 강원도가 고향이라 조리 방법은 강원도식을 따르고 있다.

김사장의 어머니는 생태찌개를 끓일 때 말린 생선머리와 김치를 함께 넣었다고 한다. 달리 넣을 것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국물이 시원하고도 깔끔했다. 그 기억을 더듬어 생태찌개 만들 때 응용하게 된 것. 이 집 생태찌개 국물이 톱톱하고도 시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보태 꽃게, 홍합, 바지락, 황태, 새우 등을 몇 시간 동안 끓여 미리 육수를 냈다. 단 육수를 낼 때 반드시 팔팔 끓는 물에 재료를 넣어야만 해산물 특유의 잡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고.

간은 고추장과 된장을 기본으로 하되 소금이나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재료는 양파와 무, 파, 두부가 전부다. 냄비가 끓고 나서 생태알을 한 데 넣고 끓이면 끝. 찌개를 먹을 때 두부, 국물, 생태 순서로 먹어야 한다. 충분히 끓여야 국물 맛도 살고 생태도 더 맛있다. 생태는 살이 너무 부드러워 숟갈로 살살 떠 먹어야 될 정도다. 싱싱한 생태에만 있는 간 역시 국물 맛을 내는 데 일조한다. 국물은 끓일수록 맛이 틀려지므로 조금씩 몇 번에 나누어 떠 먹는 것이 좋다. 국물이 톱톱하고 시원해 숙취 해소에도 좋고 추운 날 얼은 속을 풀기에도 좋다.

매운탕치고 1인분에 10,000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생태로 이런 맛을 내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여자 둘이 가면 2인분으로 충분하지만 남자들의 경우 다소 부족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된다.

* 메뉴 : 생태매운탕(1인분) 10,000원, 도드람포크목살(1인분) 8,000원.
* 영업시간 :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 찾아가는 길 : 6호선 삼각지역 8번 출구 나오자마자 코너에 한강 생태매운탕 간판이 보인다. 02-716-7452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2-01 14:31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