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우리 규방 이야기 外


▲ 우리 규방 이야기 / 조주상 지음
예전엔 밥상에 사뿐 덮어두는 보자기가 참 흔했다. 허나 요즘은 작은 소반도 잘 쓰지 않을뿐더러 보자기는 더욱 보기 힘들다. 가끔 인사동을 거닐다 쇼윈도에 내걸린 빛깔 고운 명주조각보나 모시보자기가 반가워 잠시 시선을 빼앗길 따름이다.

저자는 규방 공예에 관심이 있어도 접하기가 힘들고 보자기 관련 책조차 일본에서 역수입해다 봐야 하는 실정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 책은 전통 규방 공예에 대한 강좌를 열고 있는 저자가 짜임새 있게 구성한 규방 공예 안내서다.

다양한 공예품들의 제작방법을 세밀한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 실용성이 돋보인다. 그중엔 윷놀이판, 핸드폰가방, 장바구니, 가방 등 현대적 감각의 생활용품도 등장한다. 손바느질에 필요한 기본재료와 바느질법, 원단에 대한 소개도 부록으로 엮었다.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의 작품과 디자인을 차례대로 선보이고 있어 책을 옆에 끼면 초보자도 도전해 볼 만 하다.

부러 준비한 재료가 아니라 자투리 천을 이리저리 붙인 우연의 결과물인 조각보는 황홀한 색채와 구성의 묘를 보여준다. 컬러 도판으로 실린 저자의 작품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소박함과 화려함이 한 땀 한 땀 어우러진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시와연 발행. 1만5,000원.

▲ 경복궁 타령 / 강용진, 김경은 지음
행정수도 이전, 아파트 원가 공개, 서울시 대중교통개편, 청계천 복원, 지하철 노조 파업 등, 지난 2004년 벌어졌던 굵직굵직한 정치 사건들의 시작과 진행과정, 결말, 그리고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던 숨은 비화까지 파고든 정치비판서다.

여러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얘기의 줄기는 모든 사건의 핵심에 자리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을 줄곧 따라간다. 때문에 저자 스스로도 자칫 ‘이비어천가’로 몰릴까 염려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란 정치지도자들을 심층 해부해 자질을 살피기보다 지역과 계층, 세대로 편먹는 구시대적 행태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제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소비자인 유권자가 상품인 정치인을 질로 평가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 정치학자와 정치부 기자가 합작한 ‘경복궁 타령’은 일목요연한 사실의 기술에 찰진 풍자를 곁들여 일단 재미있다. 추임새를 넣듯 유쾌한 문체도 술술 읽히는 데 한 몫 한다. 골 아프게 여겼던 사건들의 개요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정치에 대해 관심을 이끈다는 것은 일단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치 코드를 자유주의자로 분석하는 등 한국 정치인들의 코드를 관료권위주의자, 적자생존주의자, 대중동원주의자, 자유민주주의자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시도도 눈에 띤다. 이가서 발행. 1만3,500원.

▲ 내 집을 차지한 이방인 / 라자 샤하다 지음, 유혜경 옮김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초대수상 벤 구리온이 전세계를 향해 이스라엘의 독립을 선언했다. 유대인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린 이날, 천년 넘게 팔레스타인 땅의 실질적 주인으로 살아온 수많은 아랍인들은 땅과 재산을 송두리째 잃은 상실감에 내몰렸다.

팔레스타인 라말라 태생의 인권변호사인 저자가 다큐멘터리 구성으로 써내려간 이 자서전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의 70% 이상을 차지한 이후에도 주변 아랍국가로 피난가지 않고 고향을 지켜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망적인 삶을 대변한다. 담담한 필치로 자신과 가족의 개인적 삶을 이야기하지만 얘기의 잔혹한 배경을 무시할 수 없기에 정치적 색채가 짙다.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현실주의자였던 저자의 아버지는 60년대말부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공존을 주장하다 고향에서 살해당했다. 아랍과격단체의 소행이라 추측되지만 이스라엘 경찰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이상주의자였던 저자가 정치적 노선을 갈아타는 계기가 됐다.

세계 평화의 핵심 관건인 팔레스타인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자신들의 땅이었던 곳에서 이방인처럼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와 좌절과 투쟁의 과정을 엿보게 해준다. 책씨 발행. 1만1,800원.

입력시간 : 2005-03-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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