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국물이 일품인 토박이 맛

[맛집 멋집] <용두산> 돼지국밥
뽀얀 국물이 일품인 토박이 맛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 또는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아마도 음식일 것이다. 어머니가 해 주는 평범한 밥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단다. 평소 먹지도 않던 음식들이 자나 깨나 떠올라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나라에 살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었지만 반드시 ‘그 곳’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비싼 것보다는 서민적이고 평범한 것일수록 그렇다. 바로 그 음식이 꿈 많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가족, 친구들을 이어 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영토는 작지만 각 지방마다 음식의 색이 짙은 편이다. 특히 전쟁을 거치면서 독특한 음식 문화가 뿌리를 내렸는데,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이었던 만큼 어떻게 하면 적고 저렴한 재료로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인가는 최대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국 전쟁 중 가장 많은 피난민이 몰렸던 부산 지역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음식들이 생겨났다. 그 중 하나가 돼지국밥이다.

이름이 투박하게 들리긴 하지만 뜨끈한 국물에 밥 한 덩이를 말아 먹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엔 이마저도 대단한 호사였다고. 설렁탕이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음식이라면 돼지국밥은 부산이나 마산 출신 사람들만 아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치동 포스코 빌딩 뒷편에 자리한 용두산은 부산 토박이가 운영하는 돼지국밥 전문점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돼지국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입 소문을 타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많다.

부산 출신인 김중환 사장은 돼지국밥 만드는 비결을 배우기 위해 부산의 50년 된 국밥 식당에서 직접 일을 도우며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보기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재료 선별에서, 끓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맛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3년 이상 된 국산 돼지의 사골과 고기가 기본이 되는데, 머릿고기 같은 잡고기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돼지냄새를 없애기 위해 특별한 향신료를 넣는 것도 아니다. 엄선된 재료만 사용하면 절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

돼지국밥이라는 이름 탓에 왠지 느끼하고 노린내가 심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맛은 전혀 딴판이다. 뽀얀 국물의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그래서 오히려 여성 고객들이 더 선호한다. 국밥 위에는 고기, 정구지(부추), 파, 다대기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부추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잡냄새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간은 새우젓이나 다대기를 넣어 맞추면 된다. 함께 나오는 부추무침과 깍두기 모두 맛깔스럽다.

순대도 직접 만든다. 왕순대와 백순대, 카레순대가 있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또 부산 사람들이 술 안주로 가장 선호하는 양, 대창 구이도 있어 퇴근 후 부담 없이 찾기 좋다.

▲ 메뉴 : 돼지국밥 5,000원, 순대국밥 5,000원, 내장국밥 5,000원, 술국 9,000원, 수육 7,000원~20,000원, 순대 10,000원, 대창 15,000원.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번 출구, 포스코빌딩과 동부금융그룹빌딩 사잇길로 들어와 직진, 편의점 미니스톱을 끼고 돌면 왼편에 용두산 간판이 보인다.

▲ 영업시간 : 오전 10시~밤 10시. 연중무휴. 02-556-3479, 반포점 02-532-2858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3-16 20:30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