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볕아래 고운 자태 뽐내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조팝나무
화사한 봄볕아래 고운 자태 뽐내

봄 기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르겠다. 꽃샘 추위의 매서움이 가시고 나니 그 느낌이 더욱 와 닿는다. 굳게 얼었던 땅은 하루가 다르게 푸실 푸실 녹아, 그 속에서는 수 많은 녹색 생명들의 움찔거림이 느껴진다. 아, 봄이 정말 와 있다.

조팝나무는 봄의 한 가운데서 꽃을 피운다.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 쬐는 산길 가장자리나, 논뚝, 마을의 둔덕, 철도가 지나는 비탈면에 손을 벋으면 닿을 듯한 이 땅 곳곳에서 백설보다 더 희고 눈부시게 피어 난다. 긴긴 지난 겨울에 보았던 눈송이들보다 더욱 풍성하게.

조팝나무는 장미과 조팝나무아속에 속하는 작은 키 나무이다. 봄이 되면 잎보다 먼저 가지마다 하얀 꽃송이가 가득 달린다. 그러면 가느다란 줄기는 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늘어지거나 벋어 올라 새 기운으로 자유롭고 왕성하게 가지를 내벋는다. 이 줄기에 4~6송이의 작을 꽃들이 우산 모양으로 달리고 이렇게 줄기 끝까지 이어져 전체적으로 흰 꽃방망이가 된다. 잎은 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돋아 난다. 여느 잎새처럼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를 가진 평범한 타원형의 잎들은 싱그러운 모습으로 한여름을 나곤 한다. 그리고 갈색의 작은 삭과를 열매를 맺는다.

조팝나무속의 학명은 스피라에아(Sporaea)인데 이 말은 그리스어로 나선(螺旋), 또는 화환(花環)이란 뜻의 스페이라(speira)에서 유래한다. 실제로 이 조팝나무속 식물로 화환을 만들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하고 열매의 모양이 나선상이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조팝나무란 이름은 그 꽃이 좁쌀을 튀겨놓은 듯하여 지어졌는데, 이것이 강하게 발음되어 조팝나무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수선국이라고 부르며 생약명으로 상산 또는 목상산이라고 하기도 한다.

조팝나무를 수선국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찾아 적국에 찾아간 효성 깊은 소녀 수선에서 연유한다. 수선이 고생 끝에 찾아낸 아버지는 이미 옥에서 숨을 거두었고, 그 무덤가에 자란 나무를 가져와 고향에 심어두고 아버지를 모시듯 정성껏 가꾸었더니 이듬해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는 사연이다. 그 꽃을 가리켜 수선국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사연이다.

한방에서는 조팝나무의 뿌리를 상산목, 줄기를 촉칠이라하여 해열, 말라리아, 고담, 강장, 구토 등의 증상에 치료제로 써 왔다. 그러나 좀 강한 성질이 있으므로 이 역시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외국에서는 이 조팝나무에서 아스피린의 원료가 되는 성분이 발견되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북미의 인디언들도 이 조팝나무류를 민간치료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예전에는 간혹 어린 잎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였다. 워낙 집과 가까운 곳에 많이 자라므로 갓 자라난 여린 순이나 잎을 따서 시고 쓴 맛을 없애기 위해 몇 차례 우려 내어 먹어야 맛이 순하고 좋다고 한다. 또 조팝나무는 꿀을 따내는 밀원 식물로도 사랑을 받는다.

조팝나무의 번식은 여러 방법이 가능하지만 주로 삽목을 이용하고 또 심어 놓으면 금새 큰 포기로 자라나므로 포기나누기를 하여도 된다. 삽목은 주로 봄에 2년생 가지를 한 뼘쯤 잘라 물에 서너 시간 담그어 두었다가 한다. 추위에는 강하므로 염려 없으며 건조한 곳 보다는 습기 있는 곳을 좋아 한다. 꽃은 2년생 가지에 달리므로 전정을 할 때는 일딴 꽃이 핀 다음 실시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조팝나무로 풍성한 생울타리나 도로의 축대를 덮으면 흰 구름이 덮힌 듯, 아름다운 봄을 맞이 할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원


입력시간 : 2005-03-22 16:53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