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바람의 여인 外


▲ 바람의 여인/정소성 지음
해방 이후 미후 민족 분단의 현실을 문학으로 형상화해 내는 데 많은 역량을 바쳐 온 중견 정소성 씨가 민족 분단의 비극에 다시 도전했다. 1999년의 ‘두 아내’에 이어 5년만에 선보이는 소설, ‘바람의 여인’이다. 독립 운동을 하러 만주로 갔다, 러시아 여인을 만나 자식까지 본 어느 남자의 비꼬인 역정이 후대에까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그리고 있다. 배 다르고 아버지 다른 남매였지만, 그 역시 우리의 역사라는 점을 작가 특유의 사실적 기법으로 펼쳐 낸다.

소설은 작가의 체험뿐 아니라, 능란히 구사되는 함경ㆍ평안ㆍ경상 지방의 토속어 덕택에 더욱 생생히 다가온다.그 밖에 일제 치하 만주에서의 독립군 활동, 해방 공간의 치열했던 이념 대립, 빨치산의 활동 등 당대를 이해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풍경들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피난 생활, 미군정 치하의 삶 등 주변 풍경들이 생생히 살아 있어 읽는 맛을 더 한다. 실천문학사 발행. 9,800원

▲ 일본 제국 흥망사/이창위 지음
일본인들이 또 말썽이다. 저들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나. 중견 법학자 이창위 씨가 쓴 ‘(우리의 눈으로 본)일본 제국 흥망사’는 저러한 행동 양상의 기저에는 무엇이 버티고 있는 지를 알려주는 지극히 실증적인 책이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 너머에는 피비린내와 처절한 아우성이 가득하다. 일본제국과 일본 군부, 나아가 일본이란 나라가 결국 그런 것이기 때문일 터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인의 눈으로 재구성해 낸 일본 군국주의의 대해부도라 할 만한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자행했던 일련의 사건들에 메스를 들이댄다. 책에 제시된 사실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예컨대 후반부의 ‘자살’이란 대목을 보자.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궁지에 몰린 일본이 가미카제(神風)이라는 이름의 자살 특공대를 조직하여 전대미문의 공격을 감행할 당시 일본군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은 소설처럼 묘사돼 있다. 저자 이 씨는 대전대 법학부 교수로 국제법 전문가. 궁리 발행. 12,000원

▲ 한국 경제를 읽는 일곱 가지 코드/좌승희 지음
한국 경제의 위기는 ‘되는 놈 발목 잡기’로부터 시작됐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경제계, 학계, 정계 등의 전문가 26인으로부터 얻은 고언은 그처럼 한 가지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운동의 순수성을 잃고 스스로 거대 권력이 된 노조, 잘난 놈은 무조건 싫다는 반기업ㆍ반부자 정서,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신뢰성을 잃은 정부 정책, 현재의 난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의 부재 등의 문제를 파고 든다. 책은 그 해결책으로 ‘기업을 살리라’는 것을 강력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의 성공 여부는 기업 정책에. 구체적으로는 연평균 7% 성장에 5년간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 삶의 질을 향상할 바탕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남 잘 되는 꼴은 못 보는 심사가 우리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은 한 번 곰곰 새겨볼 만하다.

KERI는 대표적 기업들을 주축으로 1981년 설립된 민간 경제의 싱크 탱크. 자유 시장, 자유 기업, 자유 경쟁 등을 실현해 내기 위한 이론적 틀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3-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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