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의 메가트렌드(전 5권)정보통신연구원 펴냄민음사 발행ㆍ권당 1만2,000원

[출판] 국가의 명운을 쥔 미래 경쟁력은 뭔가
21세기 한국의 메가트렌드(전 5권)
정보통신연구원 펴냄
민음사 발행ㆍ권당 1만2,000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과 갈수록 심화되는 노령 문제. 지금 한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다. 머잖아 인구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국가의 존망이 걸린 위기마저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출산축하금 제도, 3자녀 가정 우대 정책, 노령 연금 대폭 확대 등의 대응책을 들고 나오는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지구적으로 패러다임이 요동치고 있는 21세기. 세계 최고의 IT(정보 기술) 강국이라는 사실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IT에 의존해 당장의 먹거리를 찾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미래 경쟁력은 완전히 강 건너 가고야 만다는 위기 의식이 점점 옥죄어 온다. 문제는 그 거대한 흐름을 먼저 포착하여, 거기에 자원과 희망을 집중해낼 수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

정부도 팔짱을 끼고 있지는 않다. 2004년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을 중심으로 ‘IT 기반 미래국가발전전략연구’라는 휘호를 내걸고 2006년까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있다. 다른 말로, ‘21세기 한국메가트랜드’.과학 기술 R&D만이 아니라 의료, 사회 복지(고령화), 교육, 노동과 실업, 외교와 통일 등의 영역별 탐구를 심화시켜 IT가 미래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찾아 내겠다는 다짐이다. 도서출판 민음사가 5권으로 펴낸 시리즈의 제목이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펴낸 책은 60여명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중심으로 한 교수급 연구진이 전공 분야별로 집필했다는 사실이 최대의 강점으로 다가온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은 1982년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쓴 ‘메가트랜드’를 우리식으로 버전 업한 것이다. 21세기를 규정할 기술ㆍ문화의 르네상스는 크게 보아 10 가지로 요약된다. 세계 경제의 호황, 문화 예술의 부흥, 자유시장 사회주의의 출현, 범세계적 생활 양식, 환태평양 지역의 부상, 복지국가의 민영화, 여성 리더십 부각, 유전공학의 도래, 종교 부흥, 개인의 승리 등 IT를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적 영향에 종합 연구서다.

현대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출발로, 책은 긴 여정을 시작한다. 해체, 탈구조화, 연성화라는 커다란 테마가 지배하는 현대란 고도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점점 증폭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ID나 아바타를 갖고 자신을 표현하는 다중 자아적 현상 때문에 사이버 문명의 폐해가 짙게 드리우기도 하는 세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포르노 문화이다. ‘할로우 맨’ 등 대중 문화나 각종 매체를 통해 현대를 분석해 들어가는 접근법 덕에 모든 논의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은 대중적 기획물로서 이 시리즈가 갖는 장점이다.

또 고령화, 정보화 등 사회적 변동에 맞춰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고찰 등 책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동에 대해서 다각도로 논의한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망과 점증하는 인터넷 활용 등 IT 강국으로서의 현실도 낱낱이 짚어 들어가는 책은 정보화의 위험에 대한 지적 또한 빠트리지 않는다.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여타 미래학 관련 도서가 미처 감당해 내지 못 한 장점이자.

한 묶음으로 읽으면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이 책들은 2004년 빛을 본 ‘디지털 미래 연구실’의 연구실에서 밤을 밝힌 박사들이 흘린 땀의 소산이다. 서울대 황경식, 부산대 김성국, 고려대 임혁백, 연세대 최양수 교수 등 200여 명의 학계 및 연구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태스크 포스였던 셈이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 2005-03-22 18:52


장병욱 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