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주범, 물렀거라!심근경색 급증, '약물도포 철사망' 첨단 시술로 재발률 5% 이내로 감소

[클리닉 탐방] 세종병원 <관상동맥 중재술>
돌연사 주범, 물렀거라!
심근경색 급증, '약물도포 철사망' 첨단 시술로 재발률 5% 이내로 감소


부천 세종병원 심장센터에서 심근경색 환자의 막힌 혈관을 뚫는 관상 동맥 중재술 시술을 하면서 과정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패스트푸드를 유난히 즐겼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그는 지난해 9월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증세로 병원으로 급송됐다. 진단 결과는 관상동맥 질환. 심장이 멈추지않고 뛸 수 있게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네 군데가 극도로 좁아져 있었다. 혈관 협착(狹窄) 부위에 우회 혈관을 만들어 주는 ‘관동맥 우회로술(바이패스)’이란 시술을 받았지만 완치된 게 아니었다.

올해 3월 초 시술 부위에 물이 고여 왼쪽 가슴을 압박하는 후유증이 발병했다. 그 때 그가 부리나케 달려간 곳은 뉴욕 메디컬 칼리지.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친 그는 현재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전직 대통령의 심장병을 진단하고 치료한 병원이라면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병원 전문의들에게 첨단 심장병 시술법에 관해 ‘한 수’ 지도한 의사가 국내에 있다. 부천 세종병원 심장내과 황흥곤 부장(50)이다.

관상동맥질환자 급증, 발병연령도 낮아져
고령 사회로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고콜레스테롤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국내 관상동맥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발병률이 1992년 인구 10만명당 12.5명에서 2002년 25.2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한국인 사망률 1위 돌연사의 주범도 관상동맥 질환이다.

환자가 느는 것도 느는 것이지만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게 더 문제라고 황 부장은 진단한다. “월말 결산이다 뭐다 해서 과로한 뒤,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는 그 다음날 병원으로 실려 오는 직장인들이 요즘 한 둘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은 혈관 검사를 해도 멀쩡합니다. 동맥경화처럼 혈관이 좁아진 탓이 아닙니다. 술 때문입니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한밤중이나 새벽, 술이 깰 때 쯤이면 탈수 현상과 더불어 혈관수축 물질이 나오는데,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발병하는 ‘혈관 수축성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것입니다.”

심장 근육에 혈액(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관상동맥 질환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심근경색은 심장 혈관이 좁아져 심장 근육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일어나는 협심증과 달리,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급작스럽게 괴사하기 때문에 자칫 돌연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병이다. 관상동맥 질환자들은 흔히 ‘가슴 한 가운데가 쥐어 짜는 듯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심근경색은 이런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달려 가야 한다.

관상동맥 치료법에는 △혈전(피떡)을 용해제로 녹이는 약물 치료 △전신 마취 후 가슴을 열고 수술하는 외과적 방법 △혈관이 막힌 곳에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관동맥 우회로술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최근 들어 관상동맥 중재술이란 최신 치료술이 활발히 시술되고 있다. 관상동맥 중재술은 혈관 장애가 일어난 부위에 풍선이나 그물처럼 생긴 스텐트를 삽입하여 혈관을 넓히거나 뚫어 주는 방법. 황 부장은 바로 이 분야의 권위자. 황 부장이 몸담고 있는 세종병원도 연 평균 심장병 시술 실적이 1,300여건에 달하는 등 종합병원에 견주어도 조금도 뒤짐이 없는 심장병 전문병원이다.

부천 세종병원 심장내과 황흥곤 부장이 심근경색 질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황 부장은 국내 관상동맥 중재술 권위자다.

실습관 고치고 스트레스 줄여야
관상동맥 중재술의 단점은 재발이 잦다는 점. 황 부장은 ‘약물도포 철사망 시술법’이란 새로운 방법?도입, 지금까지 1,700여건이 넘는 시술을 하면서 기존의 경우 20~30%에 이르던 재발률을 5% 이내로 떨어뜨리는 한편 새로운 술기(術技)를 잇따라 개발해 내놓는 등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거두어 주목 받고 있다. 황 부장이 지난달 뉴욕 메디컬 칼리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 그 곳 심장병 전문의들에게 전수한 것도 이 기술이다. 관상동맥이 꽉 막혀 있는 완전폐쇄 부위에 풍선과 스텐트를 이용하여 혈관을 다시 뚫는 이 시술의 핵심은 삽입하는 스텐트에 항암제를 묻힌다는 것. 항암제가 시술 후 그물망 사이로 군살이 생겨 나오는 것을 막아 줌으로써 혈관 협착이나 폐쇄의 재발이 획기적으로 줄어 들게 된 것이다.

“환자들에게 물으면 보통 일주일에 두 세번은 술을 먹는다고 하더군요. 삼겹살이나 순대 등 기름기가 많은 안주도 문제입니다. 과중한 업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그 다음날 술을 마신다든가 하는 직장인들도 생활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심장병 시술 권위자 황 부장이 직장인들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전문의 / 황흥곤 부장
미·일 의사들 '한수' 지도한 세계 최고 권위자

“가느다란 철사(도관)를 구불구불한 혈관을 따라 굴을 파 듯 요리조리 넣어 가면서, 핏덩이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것을 뻥 뚫는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쉽겠습니까. 손 끝 감각과 시술 도구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아주 힘든 과정입니다. 이건 완전히 시간 싸움이라구요. 혈관이 꽉 막힌 경우, 미국은 100% 수술이었어요.”

황 부장은 하지만 미국 의사들의 이런 생각을 바꿔 놓았다. 최근 들어 ‘약물도포 철사망 시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은 물론 실제 시술 건 수도 점점 늘고 있다. 황 부장으로부터 새로운 술기를 전수 받은 데다가 기존 스텐트 삽입술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 받았던 재발률을 미미한 수준으로 감소시킨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심혈관 중재술의 ‘종주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전문의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일본 ‘완전 폐쇄 병변 연구회’가 개최한 세미나에 초청 연사로 참석, “약물도포 철사망 시술시 항암제의 강력한 항 증식 작용에 따라 철사망이 혈관 벽에서 떨어져 나와 동맥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자 최고라고 자부하던 현지 전문의들이 자신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에 깜짝 놀랐다.

그는 심장판막 질환 치료술인 ‘승모판 풍선확장술’ 시술도 가장 많이, 가장 잘 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기술력이 워낙 좋다 보니 다른 전문의들이 수 시간 동안 낑낑대는 것을 고가 장비의 도움 없이도 단 25분만에 끝낼 정도다. 황 부장은 이 기술을 응용, 북한 동포들에게 류마티스성 심장질환을 고쳐주는 프로젝트를 조용히 추진 중이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5-03-28 17:11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