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백세] 다이어트


겨울 외투를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거리의 옷차림은 많이 짧아졌다. 한 낮엔 반팔 차림이 보일 정도다. 검은 옷을 입고 있던 가로수rk 녹색을 띠듯이 사람의 옷 색깔도 화사해 지고 있다. 마음도 밝아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밝은 봄날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분들도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 롱 코트에 감출 수 있었던 뱃살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한 여름의 비키니가 아니라 거리의 반 팔 티만 보아도 짜증이 날 정도다. 짧아 지는 옷차림과 함께 대화의 주제도 자연스레 다이어트로 연결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주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관심을 모은다. 얼마를 들여서 어떤 방법으로 살을 뺏느냐는 집중 취재의 대상이 된다. 어떤 병원에서는 비용이 얼마나 들고, 어떤 한방병원에서는 굶겨서 감량시키는데 비용은 얼마나 된다는 둥의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 받는 정보다.

마른 체형이 아름다움의 척도가 되면서 비만에 대한 관심은 끝이 없다는 느낌이다. 비만인분들은 물론이고 의학적으로 극히 정상인 분들도 체중을 줄이려고 한다. 평균 이하의 체중인데도 더 빼달라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세상이고 보니 비만 치료는 의학적으로도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양방과 한방은 물론이고 각종 대체 의학을 동원한 체중감량법이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홈쇼핑 채널에선 매시간 다이어트 건강 식품이 소개되고 몸무게를 줄이는 운동법도 수 없이 매스컴에 소개된다. 양방의 고전이 되어 버린 지방 흡입술에서 피하에 약물을 주입, 대사를 활성화시켜 지방을 줄인다는 메조테라피, 시술 후 사망한 환자 때문에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배리애트릭란 위 절제술도 있다.

한방에서도 과체중인 사람에겐 습(濕)과 담(痰)이 많아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다고 본다. 비만은 치료 대상이란 얘기다. 한약 복용과 함께 침을 다양하게 쓰고 있다. 입맛을 줄이는 이침부터 국소 부위의 지방을 줄이는 전침도 있다. 장세척을 하기도 하고, 절식을 유도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의료계 이외에도 피부와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은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이 대목에서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처럼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나와도 체중 감량의 원칙과 이상적인 방법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칼로리의 섭취는 줄이고 많이 소모하는 것이 유일한 체중 감량법이란 점이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것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이 과체중이라면 반드시 원인이 있다. 본인이 고칼로리의 음식을 좋아하거나 간식을 먹는 습관이 있을 수 있다. 평소에 운동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된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근육량이 적다면 기초 대사량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기초 대사량이 적다는 말은 자기가 기본적으로 소모하는 에너지가 적다는 이야기다. 남들과 똑같이 먹어도 살이 찌는 이유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운동을 하는 동안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근육이 늘어나 기초 대사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빠르게 걷기는 몸무게를 줄이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하루에 30분 이상 걷는 생활을 습관화하는 것만으로도 살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또 몸무게를 무리한 절식을 통해 단시간에 많이 빼지 말라는 부탁도 하고 싶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체중 조절은 한 달에 2~3kg이다. 갑자기 줄이면 몸에 부담이 된다. 빨리 빼면 요요 현상도 심하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경우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4월부터 한 달에 3kg씩 감량해도 여름철에 수영장에 가서 늘씬한 몸매를 자랑할 수 있다.

필자의 한의원엔 젊은 비만 환자는 별로 없다. 한 달에 5kg 이상을 빼달라는 젊은 분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20대보단 30대부터 70대까지의 환자들이 더 많은 편이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분들도 한 달에 2~3kg는 줄일 수 있다. 식욕을 조금 줄이고 몸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서서히 감량할 수 있다. 물론 운동이 병행하면 한 달에 5kg 이상을 뺄 수도 있겠지만 급격한 감량은 몸에 충격을 준다. 10여년 전에 소식을 하면서 갑자기 8kg을 줄인 후 고생했던 개인적인 경험과, 비만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갖게 된 확신이다.

비만은 분명한 치료 대상이다. 젊은 시절엔 단순히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때문에 체중을 줄이려 하지만 30대가 넘어가면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치료의 주체는 의사나 한의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본인이 치료의 주체다. 본인이 왜 몸무게를 줄여야 하는가를 확실히 알고 본인이 비만한 이유를 안다면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의료인들을 단지 체질별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제시해주고 본인의 의지로 감량을 하지 못할 때에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이어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확고한 의지라는 이야기다.

황&리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 2005-04-04 19:19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