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율 10%의 고질병, 환자 유전자 정보에 따른 치료법 개발에 심혈

[클리닉 탐방] 아주대병원 <천식치료>
완치율 10%의 고질병, 환자 유전자 정보에 따른 치료법 개발에 심혈

천식환자가 약물 흡입 치료를 받고 있다.

‘숨 못 쉬고 잠 못 자는 고통이란 정말 끔찍했다. 지난 25년간, 떠돌아 다닌 병원이 한의원을 합쳐 총 43곳. 철창 속에 들어가 정신과 상담도 받아 봤다. 약을 아무리 써도 낫질 않는다고 ‘약 거부증’ 진단까지 받았다. 오죽했으면 집에서 굿이라도 해 보자고 했을까. 다른 방도를 찾겠다고, 건강 서적 수십 권을 독파했고 건강 식품도 사 먹었고 민간 요법 한다는 돌팔이에게 속아도 봤다. 119 구급차는 수도 없이 탔다. 숨을 헐떡이면서 응급실에서 깨어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너무도 지쳐 삶의 포기하다시피 했을 때 내 몸무게는 달랑 30㎏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알레르기성 천식으로 말 못할 고생을 겪다가 최신 치료제 덕택으로 최근 긴 악몽의 터널을 가까스로 탈출한 이모(63ㆍ여)씨의 투병기 중 일부다.

꽃가루가 어지럽게 흩날리고 뿌연 황사가 하늘을 뒤덮는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적어도 천식 환자들에게는 그렇다. 중국과 몽고 사막 지대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흙먼지가 주성분이지만 중국의 산업화 추세로 석영,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은 물론 각종 유해 화학물이 뒤섞인 오염 물질이다. 게다가 입자 크기가 1~10um으로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호흡기를 타고 체내로 들어오면 기관지의 가느다란 끝가지까지 깊숙이 침투, 기관지 염증으로 고통받는 천식 환자들의 증상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봄과 가을, 연중 두 차례 대규모로 발생하는 꽃가루도 알레르기성 천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물질이다.

“산업화, 서구화, 노령화 추세에 따라 천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로 보면, 지난 10년간 10배 정도 늘었습니다. 발병 증가도 문제지만, 아직까지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진짜 심각합니다. 천식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장기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

아주대병원 알레르기ㆍ류마티스 내과학 교실 박해심(48) 주임 교수는 사회적 인식이 떨어지는 탓으로 천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박 교수는 지난 2000년께부터 국내에서 천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새로 찾아내는 한편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하는 등 그 동안 이 분야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구 및 치료 실적을 거둬 국내외에서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박 교수의 지적처럼 천식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일단 발병하면 고치기가 아주 힘든 ‘난치병’이다. 성인 천식의 경우 완치율이 고작 10%선으로, 10명 중 9명은 병을 무덤까지 짊어지고 가야만 한다.

박해심 교수가 천식과 알레르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모유수유, 천식예방에 도움
국내 천식 환자 수는 300만명. 천식 유병률은 소아와 노인층이 12~13%로 상대적으로 높고 성인층은 5%선으로 낮은 게 특징이다. 천식은 증상과 유발 요인에 따라 일반 천식, 알레르기성 천식, 약물과민성 천식, 직업성 천식 등으로 갈라진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한다. 국내에서 천식을 유발하는 주범은 집먼지 진드기와 꽃가루다. 박 교수는 지난 2000년 여기에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를 하나 더 추가했다. 수년간의 조사 분석 후 귤이나 사과나무 등에 사는 응애는 잎이 비교적 넓은 화초에서도 많이 살기 때문에 향후 도시 지역에 천식을 광범위하게 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였다. 천식은 또한 유전 탓이 크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천식일 경우 발병 확률은 50%나 된다. 부모가 모두 천식이면 70%다.

천식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기침, 가래, 호흡 곤란. 약을 쓰면 쉽게 좋아지지만 재발이 워낙 잦다 보니 완치가 쉽지않다는 게 문제다. 특히 경증인 경우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 보니 치료를 방치하다가 병을 키우기도 한?

기존 천식 치료법은 원인 물질을 피하는 환경 요법과 약물 치료가 대표적이다. 약물로는 간편하게 들이 마시는 스테로이드 흡입제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증상에 따라 기관지 확장제나 류코트리엔 조절제도 처방한다. 최근에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따라 맞춤 처방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바로 박 교수가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평생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10% 정도입니다. 의학적 지식이 낮은 탓이기도 하고 수익성 위주의 치료 관행도 개선돼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아 조기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천식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박 교수는 모유 수유가 천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적극 권고한다.

전문의 / 박해심 교수
천식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현재의 천식 치료 방식이 임상 경험에 기반한 약물 치료 중심이라면 미래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근거한 맞춤치료 방식이 될 겁니다.”

천식은 대물림 된다. 가족력이 있을 경우 발병 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 종종 비염이나 두드러기, 음식물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유전자 정보에 따른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 박 교수가 있다. 그는 3,000명에 달하는 환자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에게 빈발하는 천식인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과 직업성 천식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실적을 거두어 이 분야 세계적인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은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약물 알레르기에 동반된 천식 중 하나. 직업성 천식은 주로 아이소사이네이트란 유독 화학 물질이 원인이 되어 가구 공장이나 자동차 부품 업체 등의 사업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박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축적한 정교한 환자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이런 천식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 유형들을 하나씩 둘씩 규명해 낸 뒤 여기에 맞는 치료제를 제시하거나 개발하는 작업에 수 년간 매진해 오고 있다.

박 교수가 찾아낸 유전자 중 하나가 ‘HLA DPB!*0301’. 박 교수는 이 유전자형을 갖고 있으면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 발병이 5배까지 높아진다는 것과, 이것을 치료하려면 류코트리엔 조절제가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구체적인 치료법까지 제시하여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 다음호에는 <위염ㆍ위암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5-04-04 19:25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