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란 꽃에 봄 기운이 차고 넘치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황매화와 죽단화
진노란 꽃에 봄 기운이 차고 넘치네

봄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오래되어 편안하고 소박한 정원에 가면 간혹 진한 노란색 꽃송이들이 늘어진 줄기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덤불을 만나곤 한다. 특별히 가꿀 것도 없이 그저 한 그루 심어 놓았을 법 한데, 나무둥치는 실하게 자리 잡고 초록빛 잎이며 더 이상 노랄 수 없을 만큼 샛노란 꽃들이 어울어진 모습이 더없이 자유롭고 아름답다.

황매화에 대해 알게 되고 나서 가장 섭섭했던 것은 고향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다. 이 글과 사진을 보면서도 “아 옛날 우리집 마당에 있던 나무구나…반갑네”하실 분들이 많을 듯 한데, 지금의 어른들은 대부분 이 황매화가 어린 시절부터 낯익게 보아왔던 꽃나무여서 당연히 우리 나무려니 싶었는데 말이다. 봉숭아나 채송화의 고향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조금만 폭 넓게 생각해보면, 오래 전부터 이곳 저곳 우리 곁에 자리 잡고 인연을 쌓아가며 위로와 기쁨을 주고 살아왔을 경우 넓은 의미에서 우리 나무라고 말해도 탓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황매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작은 키 나무다. 잘 자라는 곳은 땅은 다소 축축하지만, 햇볕은 잘 드는 곳이다. 이러한 조건만 맞는다면 무성하리만치 잘 자란다. 그래서 주로 수로 옆의 길 가장자리 같은 곳에 생울타리처럼 줄지어 키우면 아주 좋다. 보통은 사람 키 정도 자란다. 봄이 되면 잎과 꽃이 함께 자라기 시작한다. 깊이 주름졌던 잎이 펼쳐지면 손가락 두 마디쯤 되고, 꽃잎 5장을 가진 꽃들은 4월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해 5월이 되도록 피어 있어 좋다. 열매는 가을에 검은 갈색으로 익는다.

황매화란 이름은 말 그대로 노란색 꽃이 피는데 매화를 닮아서 붙여졌다. 장미과에 속하여 꽃의 구조가 비슷하긴 하지만, 매화와 같은 집안의 식물은 아니다. 더욱이 매화는 자라는 특성이 좀 까다롭고 고귀하고 그런 느낌인 반면, 황매화는 풍성하고, 소박하고, 털털하여 가리는 것 없는, 하지만 더없이 밝은 서민과 같은 느낌이다.

황매화와 아주 비슷한 식물 중에 죽단화가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같은 나무려니 싶다. 두 나무의 차이점은 황매화는 꽃잎이 단정하게 5장씩 달린 반면 죽단화는 겹꽃으로 더욱 풍성하게 핀다는 점이다. 그래서 죽단화를 두고 겹황매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주변에는 죽단화가 더 많다.

황매화나 죽단화가 우리 곁에 많았던 것은 대부분 관상적인 가치가 많아서다. 인위적이고 단정한 것을 원하는 장소가 아니라면 그 어는 것이든 적응해서 잘 자란다. 특히 공해에도 강하고, 이리저리 이식해도 잘 살며, 포기를 적절히 나누어 심어 놓으면 금새 잘 퍼진다.,잎이나 꽃은 약으로 쓴다. 기록엔 소화불량이나 해수천식에 쓰며 이뇨효과가 있어서 부기를 빼는데 이용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민간 처방에서 황매화꽃 12~20g을 물 200㎖에 달여 하루 3번 나누어 먹으면 기침도 멎고 가래도 삭혀주므로 오랜 기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봄이 왔으니, 황매화 꽃이 가득 달릴 줄기가 축축 늘어져 화사한 한적한 시골마을 길이나 사찰의 담장 아래를 하느작하느작 걸으며 봄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5-04-12 19:16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