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식단이 웰빙 첫걸음"

수원여대 조혜경 교수
영양학자 5명과 함께 칼로리 핸드북 펴내

"균형잡힌 식단이 웰빙 첫걸음"

“전자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매뉴얼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것처럼, 올바른 식생활을 위해서는 영양에 관한 학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한국일보 칼럼니스트 겸 영양학 학자 조혜경(수원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근래 들어 웰빙 열풍 속에서 ‘잘 먹고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에도, 올바른 식생활 관리에 대한 정보는 거의 부재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 교수는 최근 승정자ㆍ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영근 수원여대 식품조리학과 교수, 김생려 신흥대학 식품영양학과 강사, 최미경 청운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등 영양학자 및 조리학 전문가 5명과 함께 간편하게 휴대하면서 음식의 칼로리를 체크할 수 있는 건강 관리 가이드북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 칼로리 핸드북’(교문사 刊)을 공동으로 펴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1,000여 종의 음식과 식품의 칼로리를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그릇에 담아 사진으로 표현해 일반인 누구나 쉽게 칼로리를 체크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중심으로 한 끼 식사의 칼로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사례별로 예시하여 이해를 도왔다.

가공 식품이 현대인의 질병 양산
조 교수에 따르면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먹거리가 풍부해진 환경 탓인지 영양을 과잉 섭취하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책에 제시된 식단은 밥과 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1식 3찬 이하로 구성한 경우가 많았는데, ‘왜 이렇게 한 끼 식단이 부실하냐’는 문의가 많았지요. 그 만큼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과잉 섭취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무리한 다이어트로 영양 결핍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조 교수는 “현대인 세 명 중 두 명은 영양 과잉이거나 영양 결핍인 상태”라면서 “평상시 자주 애용하는 상차림을 중심으로 식단의 균형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식에 따라 질환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조 교수는 암이나 당뇨병, 심장 질환 등 만성 퇴행성 질환이 만연하고 있는 것은 현대인의 바람직하지 못한 식생활에 주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밥 대신 빵이나 라면 등 간편한 가공 식품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 ‘입맛’을 따르는 식생활의 바르지 못한 변화가 현대 질병을 대거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탕, 콜라처럼 열량만 높고 사실상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적은 ‘빈 열량 식품(empty-calorie foods)’은 가급적 섭취를 자제해야 할 대표적인 식품이다. 가령, 젊은이들이 즐기는 간식거리인 티라미수 케익 한 조각과 카페모카 커피 한 잔의 칼로리는 대략 493kcal로, 이것은 쌀밥에 참치김치찌개, 어묵볶음, 미역오이초무침으로 구성된 한 끼 식사(약 464kcal)보다도 오히려 칼로리가 더 높다는 것. 밥을 대신하는 간단한 먹거리로 여기다가는 ‘비만+ 영양 불균형’의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먹거리가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
또 이러한 패스트푸드류의 먹거리는 “원만한 성격 형성에도 장애가 된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빵은 밥에 비해 분해도가 매우 빨라, 먹을 땐 배부른 것 같지만 금방 돌아서면 배가 고프게 된다는 원리에 대한 설명이다. “흔히 배가 부를 때는 느긋한 여유가 생기지만 배가 고플 때는 신경질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쉽게 배가 불렀다가 꺼지는 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성격도 굴곡이 심한 쪽으로 형성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 같은 맥락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들의 비행 문제도 식탁 문화와 연계하여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식사를 빈 시간에 ‘때우고, 메우는’ 식으로 소홀히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20년 전 일본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선, 비행 청소년들은 대부분 늘 혼자 TV를 보면서 ‘끼니를 때우는’ 식의 습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정작 그 청소년들이 원하는 식문화는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음에도 말이죠.”

조 교수는 “제 때에, 알맞게 식사하는 것 못지 않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식사하는 문화의 중요성이 간과되었던 것”이라며 “이는 요즘 삐뚤어진 우리나라 식습관의 현주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바른 식문화는 성장과 활동 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데도 가장 기본이 된다는 논리다. 조 교수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심신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식습관을 실천하는 움직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한국인을 위한 식사지침

ㆍ채소, 과일, 우유 제품을 매일 먹자.
ㆍ지방이 많은 고기와 튀긴 음식을 적게 먹자.
ㆍ음식은 먹을 만큼 준비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자.
ㆍ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즐겁게 하자.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을 즐기자.
ㆍ짠 음식을 피하고, 싱겁게 먹자.
ㆍ술을 마실 때는 그 양을 제한하자.
ㆍ활동량을 늘리고 알맞게 섭취하자.


▲ 섭취한 음식의 열량을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운동의 종류와 시간

쌀밥 1공기 = 313kcal * 스쿼시 31분
우유 1컵 = 120kcal * 걷기 12분
콜라 1캔 = 100kcal * 테니스 경기 10분
아이스크림 1개 = 215kcal * 배구 경기 22분
라면 1개 = 495kcal * 인라인스케이팅 53분
햄버거 1개 = 291kcal * 배드민턴 41분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4-13 15:1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