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사돈의 불꽃튀는 기싸움양가 부모 상견례 대소동, 독창성 살리지 못한 '전편 따라하기' 눈살

[시네마 타운] 미트 페어런츠 2
예비사돈의 불꽃튀는 기싸움
양가 부모 상견례 대소동, 독창성 살리지 못한 '전편 따라하기' 눈살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할리우드의 우려먹기 경쟁이 도를 넘었다. 서 너 편의 속편 영화가 한 주에 개봉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오리지널을 뛰어 넘는 속편은 드물다'는 영화계의 속설은 괜한 허언이 아니다.

속편의 상당수가 실패하는 이유는 원본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 아니라 전편의 후광을 의식한 안일함, 전편이 쌓아 놓은 고정 관념을 깨뜨리지 못하는 창조력의 부재 때문이다. 원본의 흥행 공식에 안주하거나 창조적 변형 없이 그것을 되풀이 할 경우 겉만 화려한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일쑤다.

‘미트 페어런츠 2’도 그런 잘못을 범한다. ‘미트 페어런츠’가 장인의 눈에 들기 위한 예비 사위의 좌충우돌을 소재로 삼았다면, ‘미트 페어런츠 2’는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양가 부모들의 상견례 소동을 다룬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위험한 사돈’
결혼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금과옥조 같은 딸을 출가 시키는 장인이 사위 될 자의 됨됨이를 얼마나 깐깐하게 알아보는 지에 대해 말이다. 그 진땀 나는 시간을 경험했던 남자들에게 큰 공감을 자아냈던 ‘미트 페어런츠’에 이어, 2편에서 주인공 그렉의 고민은 확대 재생산된다. 천신만고 끝에 까다로운 장인 잭 번즈(로버트 드 니로)의 신뢰를 얻은 그렉 퍼커(벤 스틸러)에겐 마지막 관문이 하나 더 있으니 양가 부모의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지는 상견례가 그것이다.

그렉은 피앙세 팸(테리 폴로)과 번즈 내외를 본가로 초청하지만, 아버지 버니 퍼커(더스틴 호프먼)와 어머니 로즈 퍼커(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엽기적 행실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당사자들은 문화와 생활 방식, 가치관의 차이가 확연한 두 집안이 결합하는 결혼이 잡음 없이 지나 가기만을 소원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분방한 성의식과 개방주의를 내세우는 포커 집안과 전직 CIA 요원 출신답게 보수적 원칙주의자인 번즈 집안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 강은 1편과 2편 사이에도 있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만한 에피소드들을 유쾌한 코믹 코드로 버무린 1편에 비한다면 2편은 요란하기만 했지 중심이 없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전편을 답습하는 속편을 찍으면서 제이 로치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관습적인 결혼 제도가 빚어낸 부조리한 상황들을 신랄하게 풍자한 전작의 설정들을 모두 빼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두 집안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영화는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버니의 음담패설과 섹스 치료사인 로즈의 통통 튀는 도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잭의 꼬장꼬장함, 양가를 대표하는 고양이와 개의 분쟁, 동정을 바친 하녀의 등장과 난데없는 친자 소동까지, 가문의 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일단 판은 크게 벌였지만 갈수록 수습할 도리가 없어지자 특유의 가족 온정주의에 손을 내밀어 보지만 관객들은 이미 흥미를 잃은 후다.

밑천이 딸리는 속편의 한계
감독 제이 로치는 그럭저럭 전편을 연장한 속편으로 '면피'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너무 안일하다. 벤 스틸러의 안쓰러운 사위 되기 해프닝이 볼거리였던 1편에 비해 2편을 끌어가는 힘은 베테랑 노장들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체통만 망가뜨렸다. 1편이 유쾌했던 이유는 소심한 벤 스틸러가 깐깐한 로버트 드 니로를 만나 고양이 앞의 쥐처럼 전전긍긍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활 유머'로 성공을 거둔 전편의 공식을 베끼기 수준으로 가져 온 2편은 유감스럽게도 쉰 내 나는 노인들의 주접 경쟁으로 추락했다. 특히 '돈 독이 올랐다'는 인신공격성 비판까지 받아가며 코미디에 연이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로버트 드 니로의 추락은 안타깝다. 이 영화의 로버트 드 니로에게서 과거의 중후함과 카리스마를 찾기는 힘들다.

대배우가 코미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들에서 보여줬던 관록이 퇴화돼 버린 듯한 드 니로의 연기는 관객들을 실망시킬 뿐이다. 자유분방하고 넉살 좋은 포커 부부인 더스틴 호프먼-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커플의 닭살 연기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치관 차이가 빚어내는 갈등으로 웃음을 끌어내겠다는 노장 배우들의 재롱 잔치는 ‘미트 페어런츠 2’가 지닌 밑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저 소란스러운 엽기 가족들의 한 판 소동을 보며 시간을 죽일 요량이라도 갈팡질팡하는 후반부 전개는 그냥 참고 보기 힘들다. 서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위기를 맞았다가 미국적 가족주의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맺음 되는 전형적인 가족 코미디의 결말도 너무 뻔하다.

굳이 말한다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갈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익숙한 웃음과 감동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의 선택을 구걸하는 전략, 이것이 미국 개봉 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미트 페어런츠 2’가 줄 수 있는 재미의 한계다. 그러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규격화한 웃음은 어떤 공감도 자아내지 못한다.

‘미트 페어런츠 2’는 볼만한 속편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증거 하는 사례다. 이 지루한 속편을 즐기려면 허술한 드라마와 비위 상하는 유머를 적당히 용서하거나 무뇌아가 되어야 한다. 사골을 우려먹는 이유는 재탕, 삼탕 했을 때마다 달라지는 국물 농도와 뼈 속 깊은 곳에서 뽑아낸 맛의 차이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우려냄의 묘미’를 상실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영화는 사골이 아니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5-04-21 15:37


장병원 영화평론가 jangping@film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