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면역시스템 갈고 닦는다감상선·유방암 전문병원, "대학병원 수준의 의술" 자부심

[클리닉 탐방] 정파종 외과<갑상선 질환>
자가 면역시스템 갈고 닦는다
감상선·유방암 전문병원, "대학병원 수준의 의술" 자부심


초음파와 세침흡인세포검사 장비로 갑상선 환자의 목 부위를 정밀 진단하고 있다. 임재범 기자

‘갑상선’이라고 하면 “한번쯤 들어봤다”는 사람들도 “그게 뭐냐”는 물음에는 이내 입을 다물기가 일쑤다. 갑상선 질환은 아주 흔한 질병 중 하나지만 실제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간혹 ‘모르는 게 약’일 경우도 있지만, 사정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최근 발병 추이가 예사롭지가 않다.

국립암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2년 갑상선암 발생건수는 4,817건으로, 전체 암 순위에서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에 이어 6위, 여성들이 잘 걸리는 암 가운데서는 유방암 위암 대장암 다음인 4위를 각각 차지했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순위가 아니라 증가 속도다. 갑상선암의 증가율이 1995년과 비교해 볼 때 7년 새 2.4배나 급증, 여성 암 중 가장 흔한 유방암의 1.9배를 훨씬 웃돌았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대사(代謝)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하는 내분비 기관이다. ‘아담의 사과’라 흔히 불리는 목젖 아래쪽에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좌우 하나씩 있는데, 그 생김새가 나비 혹은 방패를 닮았다고 하여 ‘방패’를 뜻하는 갑상(甲狀)이란 이름이 붙었다. 갑상선 호르몬은 대사과정을 촉진함으로써 신체 모든 기관과 장기들이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고, 신생아와 어린이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는 한편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호르몬이란 게 넘쳐도 탈 모자라도 탈이어서 갑상선 호르몬도 지나치면 기능항진증, 부족하면 기능저하증이란 병이 된다. 갑상선에 혹이 생기는 갑상선결절이란 것도 있다.

“갑상선 질환의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규명돼지 않았지만, 기능항진증과 기능저하증은 스트레스 탓이 큽니다. 우리 몸의 자가면역 시스템이 고장 나 세균 등 외부로부터의 적을 물리쳐야 할 면역세포가 엉뚱하게 아군(자기 몸)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갑상선ㆍ유방암 전문병원 ‘정파종 외과’의 정파종 원장은 “우리 사회가 복합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 질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갑상선 환자가 부쩍 늘어난 데는 초음파 장비 등 진단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견율이 높아진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한양대 병원에서 20여년 간 교수로 재직하다가 2년 전 진로를 바꾼 여성질환 전문의다. “개인병원에서도 얼마든지 대학병원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의술을 펼쳐 보이겠다”면서 미래가 보장된 종신교수직까지 과감히 내던진 소신파다. 다른 의사의 도움 없이 월 평균 200명이 넘는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고 있다.

갑상선 기능 이상, 약물치료가 일반적
갑상선 질환 중 가장 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것은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다. 이 병에 걸리면 갑상선 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 심계항진(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소리가 들리는 현상)과 체중감소, 불안, 신경과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 및 유방암 전문의인 정파종 원장은 20여년간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하다 과감히 개업의 길로 들어섰다.

더위를 잘 참아내지 못한 다거나 글씨를 쓸 때 손을 떤다던가,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불순이나 임신장애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기능저하증은 이와 반대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조금만 먹어도 체중이 늘고, 쉽게 지치며,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과 몸이 퉁퉁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혈액검사로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 치료도 아주 간단하다. 호르몬 부족이 원인인 만큼 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된다. 갑상선 호르몬제재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값도 싼 편이다. 정 원장은 “복용량을 최소화하면서도 갑상선 기능의 회복 정도에 맞춰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또磯?

기능항진증의 경우도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항갑상선제재를 2~3주 정도 투약하면 대부분은 증세가 호전된다. 하지만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약을 끊었다가는 재발하기가 쉽다. 투약 기간이 길수록 재발률은 떨어진다. 따라서 완치까지 1~2년 정도 꾸준하게 치료하는 것이 좋다.

약물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나 수술로 넘어간다. 캡슐로 된 요오드를 복용함으로써 갑상선을 파괴하는 방사성 치료는 값싸고 간편한 장점이 있지만, 후유증으로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경우 갑상선을 외과적인 방법으로 잘라내는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은 즉각적인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전신마취를 해 장기를 떼어내며 수술 후 흉터가 남아 미용을 해칠 수 있다는 부담이 따른다.

갑상선암의 치료는 기능이상 때와는 달리 수술을 먼저 고려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5~8% 정도는 손으로 만져지는 혹이 있고, 이 중 5~10%는 암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갑상선 암은 다른 암과 달리 하나도 무서울 게 없다. ‘미분화 암’이라고 치명적인 것이 있긴 하지만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암은 5년 후 생존율로 치료율을 따지는데, 갑상선 암의 경우에는 10년 후 생존율이 10%에 달할 정도다. 또 다른 장기로 잘 전이되지도 않는다.

암일 경우도 치사율 낮아
아무리 치료가 쉽고 치사율이 낮아도 암은 암이다. 수술로 병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젊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 안 된 경우에는 수술만으로 끝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 원장은 “갑상선암 수술에서는 후유증을 막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수술 후 흉터가 남지않도록 하는 것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한다. 정 원장은 수술 전 ‘세침흡인 세포검사’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갑상선 기능이상 시 임신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임신이 잘 안 되거나 되더라도 유산이나 미숙아, 기형아 출산 우려가 있다. 정 원장은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의 경우 제대로 치료를 받는다면 임신 중이거나 혹은 임신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태아의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다음호에는 <소아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5-05-03 19:41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