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 맛과 정성이 그대로

[맛집 멋집] 광화문<김씨 도마> 손국수
어머니 손 맛과 정성이 그대로

개인적으로 정말 부러운 사람이 있다. 돈을 잘 벌거나, 외모가 뛰어난 사람도 부럽지만 정말로 시샘이 나는 사람은 바로 손 맛 좋은 사람이다. 매스컴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 요리사보다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같은 재료, 같은 돈을 가지고도 그들의 손을 거치면 완전히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하는 것을 보면 ‘신의 손’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게 된다. 계량 컵이나 번듯한 조리기구 따위도 필요 없다. 정직한 재료만 있으면 그뿐이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김씨 도마’는 손 맛이 무언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봤자 식당인데”라는 선입견을 가지면 곤란하다. 우선 사무실이 밀집한 광화문 한복판에 앉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편안한 곳이다. 식당 분위기를 최대한 배제한 분위기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서민적이고 토속적인 메뉴가 마음을 당긴다. 화학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순 국산 재료만을 쓴다.

‘김씨 도마’는 국수 전문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맛깔스러운 국수 3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밀가루에 조선콩가루와 계란을 적정 비율로 섞어 반죽을 한 뒤 일일이 손으로 썰어낸다. ‘도마’라는 이름을 내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모든 음식이 칼 판, 즉 도마를 거치지 않고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국수 가락은 얇으면서도 그 간격이 어찌나 정확한지 소면 이상이다. 반죽에 콩가루를 섞어 고소한 맛은 물론 찬물에 씻어 건져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낸 도마국수를 비롯해 닭 육수로 맛을 낸 곰국수, 김치를 송송 썰어 무친 비빔국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국물 국수의 경우 5가지 고명(무, 김치, 고기, 버섯, 호박)이 따로 담겨져 나와 기호에 맞춰 곁들일 수 있다.

그릇 역시 무척이나 정갈하다. 이천 도자기 단지를 샅샅이 뒤져 찾아낸 전통 그릇이다. 5,000원 짜리 치고는 좀 미안하다 싶을 정도의 맛과 정성이다.

국수 외에도 메밀묵과 두부, 문어 요리가 있다. 재료는 평범하지만 모두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이다. 오랫동안 메밀묵과 두부를 만들어 온 강릉의 한 할머니로부터 직송을 받고 있다. 문어도 마찬가지로 강릉에서 자연산을 그때그때 들이고 있다. 갓 잡아 올린 문어를 바닷물에 살짝 데쳐 숙회로 내는데, 수돗물로 씻으면 바로 비려지기 때문에 상에 내는 순간까지 깨끗한 바닷물에 담가 놓는 것이 포인트다. 살짝 간이 밴 것이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 난다. 퇴근 후에는 양은 대접에 따라 먹는 왕대포가 제격이다. 안주로는 흑돼지를 살짝 구운 뒤 고추장 양념으로 볶아낸 도마볶음, 전통 기법으로 냄새를 없앤 오겹살 수육이 어울린다.

* 메뉴 : 도마국수 / 곰국수 / 비빔국수 / 궁중떡볶이 각 5,000원. 빈대떡 8,000원, 메밀묵, 수육, 문어는 가격 조정 예정.

* 찾아가는 길 : 전철 3호선 경복궁역 6번 출구, 현대적선빌딩 옆 골목에서 종교교회 쪽으로 직진. 종교교회 옆 광화문시대 오피스텔 지하 1층.

*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밤 10시. 토요일은 점심 시간까지만 영업. 매주 일요일 휴무. / 02-738-9288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5-04 13:39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h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