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 갯벌과 염전에 추억이 내려 앉는다10여분간의 뱃길, 갈매기떼 환영에 탄성 절로낙가산서 내려다 보는 서해 풍경, 한려수도 보는 듯

[주말이 즐겁다] 강화 석모도
황혼녘, 갯벌과 염전에 추억이 내려 앉는다
10여분간의 뱃길, 갈매기떼 환영에 탄성 절로
낙가산서 내려다 보는 서해 풍경, 한려수도 보는 듯


“끼룩, 끼룩….”

수백 마리의 갈매기떼가 뱃전으로 한꺼번에 몰려든다. 부모를 따라 나선 여자아이가 새우깡을 높이 들자 그 중 한 녀석이 쏜살같이 달려들더니 새우깡을 채간다. 날쌔고 정확한 동작이다. 사람들은 녀석들의 날갯짓에 감탄사를 터뜨린다.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까지 채 10분도 안 되는 짧은 사이에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갈매기들이다.

강화 외포항에서 1.5km 떨어진 섬
석모도(席毛島)의 석포리 선착장에 내리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보문사 이정표가 있는 왼쪽 길로 4~5km쯤 가면 민머루해수욕장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여기서 좌회전해 널따란 들판을 끼고 2km 들어가면 왼쪽으로 넓은 염전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몇 개 남지 않은 천일염전 중 하나인 삼량염전. 이곳의 천일염은 다른 지방의 소금보다 염도가 낮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쓴맛이 없어 제법 인기가 있다고 한다. 오후 4~5시쯤이면 염전에 수북히 쌓인 ‘소금탑’을 볼 수 있다.

염전을 지나면 곧 삼거리다. 왼쪽은 소형어선 선주들이 직접 근해에서 잡은 어류를 파는 음식점이 몰려 있는 어류정항으로 이어진다. 요즘 같은 봄철엔 맛 좋은 밴댕이회가 제일 인기다. 갯바위는 낚시터로도 인기 있다.

염전 앞 삼거리에서 오른쪽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민머루해변이 내려다보인다. 해안 한쪽에 갯바위가 적당히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연인들의 해안 산책 코스로 인기가 있다.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이지만, 썰물 때면 드러나는 드넓은 갯벌로 더 유명하다. 영화 <취화선>에서 김병문으로 분한 안성기가 일하던 갯벌이다. 장승업으로 분한 최민식이 바로 여기서 김병문을 만났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호미를 들고 갯벌로 나가보는 것도 괜찮다. 갯벌 체험장으로 소문이 나있긴 하지만 조개나 소라 등의 갯것이 그리 쉽게 잡히지 않으므로 잠시 갯벌에서 노닐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석모도 낙가산(洛迦山) 서쪽 중턱에 있는 보문사(普門寺)는 지난 달 불 타버린 동해 양양의 낙산사, 그리고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더불어 한국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보문’이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바의 세계로 나온 관세음보살의 광대무변한 원력을 상징한다. 635년(선덕여왕 4년) 한 어부가 바다에서 건진 22개의 불상을 낙가산에 모셨는데, 이후의 사정은 자세하지 않고, 1812년의 중창으로 비로소 가람의 기틀이 잡혔다. 입구의 늙은 은행나무와 700년쯤으로 추정되는 석실 앞의 향나무에서 내력을 짐작해본다. 석굴에는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는 불상이 모셔져 있다.

풍수에선 보문사의 앉음새를 봉황이 둥지로 날아드는 형국인 비봉귀소형(飛鳳歸巢形)이라 하는데, 절집 조망은 괜찮은 편이다. 극락전 뒤로 나 있는 400여 개의 정연한 돌계단을 오르면 처마처럼 드리워진 눈썹 바위 아래 마애불이 나타난다. 감실처럼 아늑하게 덮어주는 눈썹바위 아래에서, 네모진 얼굴에 커다란 보관(寶冠)을 쓰고 두 손에 깨끗한 물을 담은 병을 들고 있는 이 관음보살은 1928년에 조성되었다. 미학적으로는 그리 후한 점수는 받지 못하지만, 소원을 잘 들어주는 부처로 소문났다. 관람료는 어른 1,5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800원. 주차료 2,000원.

간척작업으로 이루어진 석모도
보문사를 내려와 해안도로를 타고 한가라지 고개를 넘으면 멀리 아늑한 갯마을과 널따란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석모도의 평야는 모두 간척작업의 결과다. 오늘날의 석모도는 송가도ㆍ석모도ㆍ매음도ㆍ어유정도가 간척을 통해 하나의 큰 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평야를 지나서 만나는 하리 갯벌은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뜻을 지닌 영화 <시월애> 촬영지였다. 영화는 이곳의 끝없는 갯벌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일마레’라는 비현실적인 집에서 시작한다. 집 앞의 빨간 우체통도 예뻐서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그 집은 태풍에 휩쓸려 없어져버렸다. 대신 기장섬, 미법도, 교동도 등의 섬이 보이는 바다 풍광은 여전히 그림 같다.

석모도 일주는 승용차로 많이 하지만 자전거 여행도 가능하다. 섬안에 있는 이동식 대여점인 ‘석모도자전거’(www.enjoybike.net 011-9774-0019)를 이용하면 된다. 석모도 어느 곳에서든 연락을 주면 자전거를 배달해주고 회수해간다. 3시간에 5,000원, 하루 8,000원.

* 별미 밴댕이회 석모도 오가는 길에 맛볼 수 있는 별미는 밴댕이회다. 요즘 같은 늦봄이 가장 부드럽고 맛도 고소하다. 석모도 가는 배편이 있는 외포리 선착장 주변과 선수리포구 주변의 밴댕이촌에 가면 밴댕이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널려 있다. 밴댕이회는 한 접시(1kg)에 1만5천~2만원선이다. 어른 두어 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 교통 서울서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이용해 48번 국도→김포→월곶→신강화대교→강화읍 삼거리(좌회전)→84번 지방도→외포리 선착장을 거친다. 외포리 선착장(032-932-6007)과 화도면의 선수나루(032-937-6017)에서 석모도를 오가는 페리호가 30분 간격(07:00~20:00)으로 운항한다. 10분 소요. 뱃삯(왕복)은 대인 1,200원, 소인 600원. 승용차 14,000원.

* 숙식 민머루해수욕장에 바닷가하얀집(032-932-1330), 바다의 마음(032-933-8869) 등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보문사 근처 언덕길에 한가라지농원(032-933-7711) 달과사랑(932-9865) 등 전망 좋은 펜션형 민박집이 많다.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5-05-12 16:07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