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본토 상차림 "말이 필요없어요"
[맛집 멋집] 신사동 <남도정식> 전라도 본토 상차림 "말이 필요없어요"
한상 가득 차려져 나오는 한정식은 남도 음식의 결정판이다. 기본 20가지가 넘는 반찬을 보면 과연 저걸 다 먹을 수는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밥은 한 그릇인데, 반찬 가짓수를 보니 능력 부족일 듯도 싶다. 간장게장, 홍어삼합, 갖가지 젓갈은 기본, 노릇하게 구운 조기와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까지. 그래봤자 매일 먹는 한식인데 하며 무심히 지나칠 일이 아니다. 반찬 가짓수뿐만 아니라 맛에도 충실한 정식은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도 매력적이다. 요즈음 전라도 전통 음식만을 묶어 테마여행으로 판매되는 상품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대통밥이니, 떡갈비니 하는 것들이 모두 남도를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신사동에 자리한 남도정식은 전라도 토박이인 김원화 씨가 운영하는 남도음식 전문점이다. 김 사장이 유명해진 계기는 그의 간장게장 솜씨 덕분. 3개월 전 남도정식을 문 열기 전까지만 해도 근처에 전주식당이라는 간장게장 전문점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집이었다. 남도정식의 메뉴는 간단하고 저렴하다. 웬만한 점심 메뉴가 5,000원 선임을 감안할 때 남도정식 8,000원은 미안할 정도로 푸짐하다. 가격만 보면 정식이라는 말이 미심쩍게 들릴 수도 있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간장게장과 홍어사시미, 조기구이, 더덕장아찌 등을 보면 괜한 의심이다. 18가지 정도의 반찬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요즘 구청에서 반찬 줄이기를 권유하는 터에 14~15가지 종류로 줄여가고 있다. 모든 식재료는 믿을만한 곳을 거치되 김 사장은 재료 선별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까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싱싱한 채소나 조미료는 화순 등 전라도에서 올라오는 것은 물론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뒷맛이 깔끔하다. 김치는 시골 땅에 묻어 1년 내내 묵은지고등어조림으로 맛볼 수 있다 남도정식과 묵은지고등어조림 외에도 오삼두루치기와 홍어삼합이 있어 직장인 회식이나 소모임을 하기에 제격이다. 홍어는 칠레산을 사용한다고 미리 밝히고 판매한다. 칠레산이라고 하더라도 30,000원이라는 가격은 정직하다 못해 착하다. 식당 한 켠, 김 사장이 직접 담근 과실주 병들이 눈에 띈다. 손님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퍼주는 후한 인심도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일반 식당에 비해 20~30분 정도 부지런을 떠는 수고가 아깝지 않은 곳이다.
입력시간 : 2005-05-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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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