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백세] 보약 안 부러운 반신욕·각탕


직장인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거나 전 날의 숙취를 풀기 위해 찾는 사우나. 친구들과의 모임은 물론이고 연인들의 데이트와 온 가족의 나들이 장소가 되기도 한 찜질방.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불가마.

어린 시절 명절을 앞두고 일년에 한 두차례 찾던 목욕탕이 이젠 현대화 된 모습으로 곳곳에 자리잡아 건강도우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목욕과 관련된 곳들이 많아지자 목욕을 통한 건강법과 목욕의 방법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지요.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반신욕이 그렇고,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각탕도 변형된 목욕법의 일종입니다. 사우나 매니아들이 즐기는 냉온욕도 적절하게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 주목받는 반신욕과 각탕을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 두한족열(頭寒足熱)이란 말이 꼭 등장합니다. 머리는 차고 하복이나 다리는 따뜻한 게 좋다는 설명이죠. 다름아닌 한의학에서 보는 이상적인 건강상태입니다.

반대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를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합니다. 머리 쪽은 뜨겁고 다리 쪽은 찬 상태죠. 찬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고 뜨거운 기운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물리학의 설명을 도입해 뜨거워지면 물질들이 팽창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고, 차가워지면 무거워진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개념일 겁니다.

그런데 상열하한의 상태가 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느냐고요. 기운의 흐름이 단절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게 자연스런 찬 기운이 인체 하부에 몰리고, 상승하는 것이 자연스런 열기가 상체에 집중된다면 기운의 순환에 문제가 발생됩니다. 기의 흐름이 혈액의 순환을 유도한다고 설명하는 한의학의 이론을 고려하면 상열하한의 상태는 혈액순환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죠.

상열하한과 두한족열 등의 말들이 성행하게 된 이유는 현대인들의 생활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자가용, 거미줄처럼 잘 짜여진 대중교통은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줄였습니다. 하체의 근육을 쓸 기회가 줄고 이에 따라 다리 쪽의 혈액순환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두뇌 사용은 늘어만 갑니다. 기운을 머리쪽으로 집중시키는 스트레스도 상체를 달아 오르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음식물도 그렇습니다. 맵고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특성에 인스턴트 음식까지 기운을 두면부위로 몰리게 합니다.

상체로 기운이 몰리면 두통을 자주 겪기도 하고, 짜증도 많아집니다.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발생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요.

그래서 반신욕이나 각탕과 같이 하부를 따뜻하게 만드는 목욕법이 각광을 받게 된 겁니다. 각탕기를 파는 사람이 아무리 광고를 해도 효과가 없다면 금방 시들해질 겁니다. 하지만 요즘 불고 있는 목욕과 관련된 바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게으른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인데다 그 효과 또한 아주 좋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신욕의 장점은 어느 체질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겁니다. 전신욕의 경우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땀을 많이 흘리면 좋지 않은 소음인들에겐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반신욕은 몸으로 들어오는 열이 전신욕보단 적어서 소음인, 소양인들에게도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음인은 이마에 땀이 조금 맺힐 정도만 하는 것이 좋고, 소양인은 10분 전후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면 기운이 빠지고 소양인의 경우 체내로 열이 많이 들어오면 가슴이 갑갑해지고 두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땀을 흘려 체내의 노폐물을 많이 빼내는 게 좋은 태음인들에겐 반신욕도 좋겠지만 전신욕을 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집에서 반신욕을 매일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온수를 받는데 시간도 걸리고, 경제적으로 보면 온수의 비용도 적지 않을 겁니다. 장소가 욕조가 있는 화장실로 제한이 되는 것도 불편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불편 때문에 반신욕을 포기하는 분이라면 각탕을 하시면 됩니다.

각탕을 하기 위해서 꼭 각탕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 발목위 10~15cm까지 물이 담길 수 있는 용기를 찾아보면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양동이를 사용해도 됩니다. 저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굴박스를 이용했습니다. 봄에는 구하기 어려워도 김장철엔 아주 구하기 쉽습니다. 동네 생선가게에 가서 부탁하면 아마 그냥 줄 겁니다.

이렇게 집에서 구한 용기에 40도가 넘지 않는 따끈한 물을 붓고 편하게 발을 담그고 있으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건강법입니다. 물이 식으면 커피포트를 이용해 뜨거운 물을 더 넣어 주면 됩니다. 각탕을 하면서 좋다고 생각되면 시중에서 팔고 있는 각탕기를 하나 구입해도 좋을 겁니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데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편입니다. **황&리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 2005-06-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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