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로의 여행 : 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 >展추상·표현·개념의 3개 키워드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 전시

[문화가 산책] 한눈에 보고 읽는 현대미술사
< 20세기로의 여행 : 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 >展
추상·표현·개념의 3개 키워드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 전시


피카소 <기타가 있는 정물> 1924

모처럼 만에 미술 애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마음을 빼앗는 ‘대형’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20세기로의 여행-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가 그것이다.

덕수궁미술관에서 5월 28일 개막된 전시에는 서양 거장들의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예술적 성취가 절묘한 대조를 이루며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고 있다.

네덜란드 스테텔릭미술관의 소장품 71점, 국립현대미술관과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의 소장품 42점 등 총 113점의 전시작품은 지나치리만큼 다양했던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추상화의 선구자인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주요 활동 무대이자 백남준의 초기 비디오 작품을 전시했던 스테텔릭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소장품 가운데 피카소, 브라크, 블라맹크, 야블렌스키, 몬드리안,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 로버트 롱고, 브루스 나우만 등 59명의 작품을 내놓았다.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앤디 워홀과 도널드 저드, 바젤리츠 등의 작품이 더해져 20세기 서양 미술사의 다양한 유파와 장르를 총망라하고 있다. 가히 ‘원작으로 보는 현대미술 교과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작가는 남관, 백남준, 서세옥, 이우환, 서도호, 최정화, 이불 등 모두 18명.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었거나 한창 국제적 명성을 쌓아가는 작가들로 한국 미술의 자부심과 함께 21세기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화적 융합’의 양상을 예감하게 한다.

전시는 ‘추상’ ‘표현’ ‘개념’이라는 3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입체주의, 기하학적 추상, 서정적 추상, 야수파,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개념미술, 팝 아트, 포스트 모더니즘 등 20세기를 관통하는 다양한 미술사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하지만 113점의 작품으로 20세기 100년간의 서구 미술사를 설명하는 것은 지극히 모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젊은 작가의 작품들이 그 전 세대의 작품들과 나란히 혹은 마주보고 전시되고, 서구의 ‘주류’ 미술가들의 작품 옆에 한국 젊은 작가의 ‘실험적’ 작품들이 놓인 것은 작품 자체의 완벽함과 자율성을 절대시하기보다는 서로 어떻게 연관되고 소통해 차이와 유사성을 낳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은 의도적으로 함께 전시돼 관객들의 새롭고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다.

‘20세기로의 여행’은 현대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도우미가 될 것이다. 8월 15일까지.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6-02 14:0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