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싹'을 잘라낸다내시경으로 손쉽게 진단·제거, 악성 땐 암으로 진행할 수도식습관 서구화로 30·40대에도 많이 발생, 정기검진이 바람직

[클리닉 탐방] 송도병원 <대장 용종 절제술>
대장암 '싹'을 잘라낸다
내시경으로 손쉽게 진단·제거, 악성 땐 암으로 진행할 수도
식습관 서구화로 30·40대에도 많이 발생, 정기검진이 바람직


송도병원 소화기내시경 센터에서 대장 내 용정을 제거하는 대장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조금 과장하자면 단돈 20만원에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암이 있다. 바로 대장암이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남녀 모두 4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대장암은 80~90%가 용종(폴립ㆍ대장 점막 내 혹처럼 돌출돼 있는 종양)의 단계를 거친다. 따라서 용종이란 ‘악의 싹’을 싹둑 잘라내기만 하면 대장암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제거하는 방법도 아주 쉽다. 대장내시경 시술을 10~20분 정도 받으면 되고, 비용도 20만원(본인 부담금 기준)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요즘 ‘용종’이란 단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국내 대장암 발병률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치질 등 다른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용종을 뜻하지않게 발견하게 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아는 게 병’이라고, 용종이란 말이 회자되면서 ‘만일 나에게 용종이 있으면 어떡하지’ 혹은 ‘검사결과 용종이 있다는데 꼭 떼내야 하나’ 등 의문과 걱정이 덩달아 꼬리를 물고 있다.

클수록 악성·암으로 발전할 확률 높아
대장 점막에 혹처럼 돌출돼 있으면 다 용종이라고 부른다. 용종은 통상 생김새와 크기로 구분을 한다. 대장 점막 내 툭 튀어 나와 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지만, 편평하게 생겨서 얼른 눈에 띄지 않는 것, 줄기가 있는 것도 있다. 크기는 1㎝가 넘으면 큰 축에 속하는데, 클수록 악성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

용정은 대장내시경으로 손쉽게 진단하고 없앨 수 있다. 용정을 가느다란 철사 올가미로 묶은 뒤 전기를 흘림으로써 태워 제거하는 기술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통상 돌출돼 있는 것보다는 대장 점막 내에 납작 엎드려 있는 평평한 것이 절제하기가 더 어렵다. 시술 중 자칫 장내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구멍(천공)을 낼 수 있는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용종이라고 해서 다 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양성도 있고 악성도 있다. 최근 한 대학병원이 직장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5명 중 1명 꼴로 용종이 발견됐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종양성 용종이었다고 한다. 악성 용종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아침에 암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용종이 암이 되는 데는 10~15년 가량 걸린다. 양성인지 악성인지의 여부를 정확하게 가리기 위해서는 용종을 떼어낸 뒤 조직검사를 해 봐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일단 용종을 발견하면 떼 내는 게 상책이라고 믿는 의사들이 많다.

“용종은 전엔 고령자에게서 주로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최근 들어 30대, 40대 등 비교적 젊은 나이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용종은 놔두면 대장암으로 진행할 우려가 있고,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

서울 약수동에 있는 대장항문 전문병원 송도병원의 김현식(52) 부원장은 “용종은 대장암의 가장 전형적인 전조 증상”이라며 “대장내시경으로 완벽하게 없애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고 설명한다.

대장내시경으로 조기발견이 묘방책
김 부원장은 국내 조기 대장암 분야를 개척한 권위자다. 조기 대장암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1990년대 초반 독학을 하다시피 하면서 이 분야 치료 기술 연구에 일찍이 착수했고, 일본에 가서 앞선 기술을 배워 국내에 널리 전파했다. 김 부원장이 이끄는 이 병원 소화기내챨?센터의 경우만 해도 연 평균 조기 대장암 치료 건수가 국내 최다인 100건을 넘고, 지난해 용종 수술 실적도 2,000건에 달한다. 조기 대장암이란 대장암이 대장의 점막층 혹은 점막하층까지만 번져있는 경우로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완치율이 100%에 근접한다.

국내 조기대장암 분야를 개척한 송도병원 김현식 부원장. 김 부원장은 시를 쓰고 피아노를 치는 의사다. 네 번째 시집을 지난해 출간했고, 외동딸 결혼식 때는 직접 축하 연주를 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이 권하는 내시경이 좋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꺼리는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내시경은 관련 기술의 발달로 시술 시 불편함이 크게 줄었고, 병증을 손금 보 듯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많다. 하지만 마취를 해야 하는 것이 영 꺼림칙한 데다가 가느다란 철사가 장기 속을 마구 헤집고 다닌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부원장은 “만일 대장암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대장내시경이 묘방이 될 수 있다”며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사전에 없앤다면 나중에 가래로 막기도 벅찬 것을 호미로 간단히 막는 셈이 된다”고 내시경 필요성을 강조한다.

용정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식습관과 유전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장암과 마찬가지로 가족력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한 번이라도 용정을 제거한 적이 사람과 50세 이상 노년층은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문제점은 대장 내 용정이 여러 개 생겨났어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발견해 내는 방법은 대장내시경 등 검진을 받는 수 밖에는 없다.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하는 일은 고도의 테크닉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용종이 재발하지 않도록 완전하게 제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출혈이나 천공 등 후유증을 유발하지 않아야 합니다.”

용종절제술 도중 출혈이나 천공 등 후유증이 발생하는 비율은 보통 2.3~1.0%정도 된다. 하지만 김 부원장은 이것을 0.5~0.2%로 크게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천공을 일으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술경험이 워낙 많고 기술이 앞선 까닭이다. 수술에 걸리는 시간도 10~15분 정도 밖에 안 된다. “대장내시경이라고 하면 지레 겁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에 환자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김 부원장은 “용정을 제거한 뒤 상처가 아무는 3~4주 이내에는 무리한 운동이나 음주를 삼가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대장암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암 발병률 순위에서 10대 암에 끼지도 못 했는데,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엔 1~2위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하는 김 부원장은 “50세가 넘으면 누구든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라”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한다. “국내 대장내시경 시술 비용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적어도 용종에 관한한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5-06-07 16:55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