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만 주고 싶은' 자양강장 산채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마늘
'그이만 주고 싶은' 자양강장 산채

벌써 십 여년 전 일인가. 산마늘 이야기를 하며 ‘강원도 깊은 산골의 아낙들은 산마늘이 생기면 잘 두었다가 자식도 안주고 남편도 안주고 애인이 오면 준다고 한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색한 느낌이 들어 ‘점잖치 못하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그런 말은 농담으로 웃어 넘기며, 심지어 이렇게 지면에 옮길 만큼 되었으니 이도 세월 탓일까.

물론 이 이야기는 그저 짖궂은 농담에 불과한 이야기가 아니고 상당히 근거가 있다. 산마늘이 속한 식물 집안에는 몸에 좋기로 유명한 마늘, 양파, 부추 등등이 다 포함되고 더욱이 산에서 자라는 야생의 식물이 아닌가. 울릉도에서는 산마늘을 두고 ‘멩이’라고 부르는데 조선시대 섬으로 이주해간 사람들이 가져간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게 되었을 때 새로 올라오는 산마늘을 먹고 수개월을 견디며 목숨을 부지했기에, 목숨을 뜻하는 명(命)이라는 말에서 멩이라고 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이 식물을 두고 신선초라 부르기도 하고, 족집게풀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 민족의 조상이 된 웅녀가 곰으로 먹고 견디던 식물이 마늘과 쑥이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먹는 재배하는 마늘은 그 당시엔 이 땅에 분포하거나 자라지 않았다면 혹 산마늘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정하기도 한다.

설이 어찌되었든 그 유명한, 그러나 자라는 곳이 한정되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산마늘이 이즈음 한창 꽃을 피운다. 여러해살이 풀이며, 잎이 달린 포기 사이에서 꽃대가 쭉 올라와 꽃이 피면 허벅지높이까지도 자란다. 꽃은 아주 작은 유백색 꽃들이 일정한 꽃자루를 가지고 공처럼 동그랗게 꽃차례를 만들며 피어난다. 수수하면서도 곱기 이를 데 없다. 이르게는 5월부터, 더러 깊은 산골에서는 7월까지도 불 수 있다. 잎은 아주 커다란 타원형으로 2-3개씩 달리는데 잎몸만 손바닥 길이정도 된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산마늘은 강원도 등 내륙에서 자라는 산마늘에 비해 훨씬 잎이 크고 넓은 타원형이어서 최근 이를 따로 울릉산마늘이라고 구분하는 학자도 있다.

쓰임새를 따져보면 일반인들에게는 우선 산채(山菜)로써 아주 명성이 높다. 마늘처럼 맵고도 독특한 향이 있어 그냥 잎을 쌈으로 먹기도 하고 무치거나 볶거나 다양한 요리를 하기도 한다. 오래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는 장아찌를 만들거나 묵나물을 만들어 두기도 하는데 가장 비싸게 팔리는 산채의 하나다. 그래서 이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약으로도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왔다. 앞에서 잠시 말했던 자양강장 효과를 비롯하여 독을 제거하며 소화기, 신경계질환, 부인병, 여러 성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약효와 특별한 맛 등에 대해 소문이 나다보니 이를 마구 채취해가는 사람들이 생겨 자생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륙에서는 산마늘 자생지를 많이 만나기 어려울 정도다. 참으로 답답한 일은 따로 재배하는 곳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고, 물빠짐이 잘되고 습기도 적절하며 반그늘정도인 장소에 심어두면, 아주 잘 자라며, 포기도 금새 금새 불어나고 더불어 아름다운 꽃과 이를 찾아드는 나비손님까지도 맞을 수 있는데 함부로 캐어내기에 급급하다는 점이다.

자연에서 자란 산마늘은 그 속에서 언제까지나 살아가도록 보호해주고, 내가 먹고 싶고 갖고 싶은 산마늘은 마당 한 켠에 심어 키워 심으면 정말 좋으련만.

입력시간 : 2005-06-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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