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김종화의 대사증후군 바로알기] 건강 위협하는 질병의 뿌리


한국인 사망원인 중 1위인 암 다음으로 많은 것이 심혈관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은 보통 당뇨, 고혈압, 이상지혈증(중성지방 증가,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콜레스테롤 감소), 비만 등 성인병에 의해 발생하며 이들 질환은 모두 대사증후군(代謝症候群)이라는 하나의 질병에서 기인한다.

‘조용한 살인자’, ‘진정한 사망 원인’이라 불리며 최근 공식적인 질환명으로 인정된 대사증후군. 특히 한국인의 경우 심한 비만이 아니더라도 대사증후군의 인자를 지닌 경우가 많고, 성인 4명 중 1명이 이에 해당돼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는 성인병들을 각각 별개의 질환으로 여기고 치료해 왔지만 이들은 모두 하나의 나무에서 자란 형제와도 같은 질환으로 그 뿌리는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몸 안에 충분히 있지만, 비만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넣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체내 인슐린 농도만 점차 높아져 가는 현상을 말한다.

대사증후군은 이러한 인슐린 저항성을 근간으로 당뇨전단계, 고혈압, 이상지혈증, 비만(복부비만) 등 여러 가지 대사이상 징후들이 3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식생활이 급격히 서구화되고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남녀노소 누구도 대사증후군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대사증후군을 한마디로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이 잘 먹고 적게 움직여 생긴 고급병’ 쯤으로 이해하면서 그냥 넘겨버리면 좋겠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대사증후군에 해당되는 경우 혈관 건강이 크게 손상 돼 향후 동맥경화나 심장병, 뇌졸중 등의 발병 위험이 3배 이상 크게 높아진다는데 있다. 대사증후군 환자는 동맥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뻣뻣해져서 혈류가 빨라진다.

빠르게 흐르는 시냇물이 냇가를 깎아 침전물을 만들 듯, 빠른 혈류도 혈관 벽 안쪽 세포에 손상을 주어 혈관에 여러 가지 침전물(피떡)을 만든다. 때로는 침전물 중 일부가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혈관의 일부분을 막아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럼 여러 가지 대사이상 요소를 몇 개 이상 갖고 있어야 혈관 손상이 시작되는 것일까.

답은 ‘하나만 있어도’이다. 최근 필자가 주어진 두 거리의 혈류 속도를 측정하는 ‘동맥맥파속도 검사법’으로 대사이상 요소 보유 개수에 따른 혈류 속도를 측정해 본 바에 따르면, 한 두 개의 대사이상 요인만 갖고 있어도 이미 혈관에 위험요소가 쌓이기 시작해 혈류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한 가지의 대사이상 요소만 갖고 있어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대사증후군 환자 못지않게 높아졌던 것이다. 또 대사이상 요소가 많아질수록 혈류 속도가 빨라지고 최고 2.35배까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두 개 쯤 가지고 있는 이러한 대사이상 요소들을 어떻게 극복해 훗날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까. 최선의 방법은 ‘대사 이상 요소를 하나씩 줄이는 근본적인 생활습관의 교정’이다. 물론 대사이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적극적인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되 고지방, 고칼로리,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운동은 체지방을 조절하는데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걷기, 줄넘기, 조깅, 수영 등)과 근육을 단련시키는데 효과적인 무산소 운동(단거리 달리기, 덤벨, 역기 등)을 균형 있게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최대 심박수의 60~80%의 강도로 15~60분 정도 하되 가능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운동으로 인한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 덧붙여 금연은 필수며 평소 스트레스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 알립니다=이번 호부터 새 의학칼럼 ‘Dr. 김종화의 대사증후군 바로알기’를 싣습니다. 기존의 한의학 칼럼 ‘황치혁의 건강백세’와 번갈아 격주로 연재합니다. 많은 애독 바랍니다.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입력시간 : 2005-06-15 15:41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drangel@sejong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