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 밥에 생명을 불어넣는 손맛

[맛집 멋집] 회전초밥 전문점 <스젠>
생선과 밥에 생명을 불어넣는 손맛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늘고 있는 음식점 중 하나가 회전초밥집이다. 회전초밥집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건 10년도 넘었지만, 다양한 초밥과 롤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등장한 건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단으로 돌아가는 레일과 세련된 인테리어는 기본으로 100여 가지가 넘는 메뉴가 젊은 층을 상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함께 간 일행이 아닌 돌아가는 레일과 마주한다. 접시 하나에 2~3개씩 담겨져 나오는 초밥을 보면 ‘최소한 접시 10개’는 먹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갈 것처럼 빈약해 보인다. 접시 색깔에 따라 종류가 다르고, 가격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눈과 손 뿐 아니라 머리도 함께 바삐 움직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초밥에 열광하는 데에는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역 부근에 자리한 스젠은 별실까지 갖춘 꽤 큰 규모의 회전초밥 전문점이다. 지난 해 10월에 문을 연 후발주자지만 맛 만큼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초밥은 150여 가지. 그날 그날 들어오는 재료에 따라 메뉴가 달라지긴 하지만 최소한 150가지는 매일 제공되고 있다.

조리사들은 활어, 말이, 튀김, 롤 등 분야별로 나뉘어 음식을 만든다. 스젠의 모든 메뉴는 권도정 조리실장과 그의 스승인 마끼구찌 노부시게 고문의 작품이다. 단맛은 줄이고, 생선을 크게 한 전형적인 일본 관동지방 스타일의 초밥을 선보이고 있다. 마끼구찌 고문은 초밥의 생명은 밥에 있다고 말한다.

밥을 짓고 식초를 배합하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입에 넣는 순간 밥알이 부드럽게 퍼지는 것은 기본으로 너무 짜거나 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초밥을 찍어 먹는 소스 역시 일반 간장에 가츠오부시, 일본 술 등을 넣어 직접 만든다.

백마구로 아부리, 아나고, 오도로, 주도로, 장어, 고등어, 광어 등이 인기 메뉴다. 이중 고등어는 제주산을, 광어는 자연산 활어를 사용하는 등 재료 선별에서부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초밥에 올려지는 회의 크기를 보면 가격이 비싸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초밥 하나에 약 13~14cm 가량 되는 회가 올려지니 회를 먹는 건지, 초밥을 먹는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특히 참치 뱃살인 오도로의 고소함은 지금까지 맛본 참치의 맛을 부정하게 만든다. 접시 당 1만원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데는 그만이다.

김으로 띠를 두른 군함말이, 넓은 김으로 싼 데마끼, 덮밥의 일종인 쯔라시, 롤, 튀김, 구이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디저트인 샤베트와 녹차 아이스크림도 스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다. 점심 시간에는 초밥, 샐러드, 우동, 과일 등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를, 소규모 모임을 하는 단체 손님들에게는 1인당 3만원 가량에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 가격 : 접시 당 1,300원/ 1,800원/ 2,300원/ 2,700원/ 3,000원/ 3,800원/ 5,000원/ 7,000원/ 10,000원. 점심 세트 13,000~18,000원. 녹차 아이스크림 3,800원.

*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오후 5시 30분~오후 10시. 오후 3시~4시 30분은 문을 닫는다.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강남역 3번 출구, 양재역 방향으로 50m가량 직진, 스타벅스 옆 골목으로 우회전해 약 100m가량 들어간다. 풍림 아이원 빌딩 옆 골목 동아타워 1층. www.s-zen.co.kr/ 02-3471-0778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6-15 17:35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