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영혼이 숨 쉬는 도심 속 작은 티베트전통 복식·생활용품·악기 등 티베트 문화와의 조우

[박물관 문화기행] 티베트박물관
히말라야의 영혼이 숨 쉬는 도심 속 작은 티베트
전통 복식·생활용품·악기 등 티베트 문화와의 조우


성스러운 청록색으로 단장하고 전통 문양으로 장식한 티베트박물관 입구(사진 왼쪽).19세기에 제작된 입체 만다라. 각종 유리구슬과 옥돌, 곡물 씨앗 등을 탑처럼 쌓아 만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동심원이 중첩되는 만다라의 형상과 비슷하다(사진 오른쪽).

승려가 가장 존경 받는 계층인 영적인 곳, 티베트는 거리 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그 실체가 모호하기만 한 나라다. 1997년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에서나, 세계 풍물기행 TV 프로그램 정도에서 그 모습을 가끔 접할 수 있었다.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최고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등의 저서로 인해 우리에게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 먼저 기억되기도 한다. 티베트 사람들의 생활과 불교 문화를 고루 접할 수 있는 티베트박물관(www.tibetmuseum.co.kr)이 반갑고,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선 여기에 있다.

박물관 컨설턴트로 활동중인 신영수(51) 박물관장이 2001년 12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개관한 티베트박물관은 불교 미술, 생활용품, 전통 복식, 악기 등을 비롯한 1,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중 300여 점 정도가 상설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이라면 권위적이고 딱딱한 건물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티베트박물관은 그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성스러운 색으로 불리는 청록색으로 전면을 단장하고, 입구는 해와 달을 상징하는 전통 문양과 각종 도상으로 장식했다.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밀교 불상인 마하칼라 합환상이 맞이한다. 남녀가 서로 앉은 자세나 선 자세로 교합하는 모습을 그린 이 불상들은 음란하기보다 음과 양으로 상징되는 세계의 합일을 뜻하는 것으로 티베트 불교의 단면을 보여준다.

불상, 만다라 등 불교 유물을 전시한 티베트 박물관 1층 모습.

만다라에서 남녀 합환상까지-티베트 불교 미술
가정주택을 개조한 듯한 아담한 크기의 티베트박물관은 1, 2층을 모두 합해 60여 평 정도지만, 좁은 공간을 적절히 활용한 아기자기하고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보여준다. 1층에는 주로 티베트 불상과 만다라, 마니차, 휴대용 경전 등 불교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티베트 전통 복식 및 의식용 법의, 악기, 가면 등이 자리하고 있다.

1층에 전시된 다채로운 형상의 불상 앞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손으로 만지며 읽는 경전 마니차다. 원통 모양의 마니차를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돌리면서 진언을 외우면, 두툼한 경전을 한 번 완독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마니차 돌리는 일로 경전 읽기를 대신하는 것은 티베트의 높은 문맹률 때문인데, 마니차 원통 속에는 실제로 경전이 들어있다.

티베트 불교 유물 중에서도 열반한 라마승의 두개골로 만든 그릇과 가면, 인골 염주 등은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이채롭다. 사람의 뼈로 만든 물건이기에 두려움을 느낄 법도 하지만, 티베트 사람들은 그 속에 깃든 영험 함을 굳게 믿고 매일 어루만진다. 그들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은 지 느낄 수 있다.

고산지대 특유의 화려한 민속 의상
2층에서는 티베트 민속 의상과 생활 유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면직물과 모직물, 야크 털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소박한 민?의상은 고산지대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문양으로 독특한 매력?풍긴다.

남녀 불문하고 즐겨 쓰는 모자와 구슬 장식 등도 눈길을 끌지만, 특히 조개와 구슬, 색실을 엮어 화려하게 장식한 각종 장신구는 여성 관람개의 눈길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남성들이 허리춤에 찬 칼집에도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생활 공예에 능한 티베트인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전시된 민속 의상 중에서 빠지지 않는 유물이 바로 상자처럼 생긴 휴대용 불상 가우다. 이는 불교가 생활화된 티베트 사람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우를 항상 목에 걸고 다니면 늘 부처님과 함께 하면서 그 가호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믿는다. 이밖에도 전통 악기와 탈놀이 의상 등도 볼 수 있어 민속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즐거움과 지적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전통 차를 마시며 ‘옴마니반메훔’

* 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7시(연중 무휴)
* 관람요금-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 비고사항-모든 관람객에게 전통 차 제공
* 문의전화-02-735-8149
박물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아픈 다리도 쉴 겸 1층에 마련된 티 테이블에 앉아 티베트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자. 산스크리트어로 ‘관세음보살의 보배스런 호칭’을 뜻하는 ‘옴마니반메훔’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티베트에서는 옴마니반메훔을 상시로 외우면 육도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 즐겨 외우는 문구다.

모든 관람객에게 전통 차를 제공하므로, 차 한 잔 마시는 값에 티베트 관련 유물까지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즐거워질 것이다. 안내 데스크에 문의하면 티베트의 문화적 배경과 전시된 유물에 대한 설명을 꼼꼼하게 들을 수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 관람하면 놓치게 되는 정보가 많으므로, 설명은 티베트박물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도심 속의 작은 티베트’로 불리는 이곳 티베트박물관을 찾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것이다.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6-22 15:26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