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리의 일본 리포터] '전차남' 인기


지난 6월 4일 개봉한 순애보 영화 ‘전차남’(덴샤오토코, 電車男)이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다.

‘전차남’은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게재된 ‘오타쿠’(특정 분야나 사물에만 관심을 보이며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 청년의 순수한 첫사랑을 그린 것으로 실화를 영화화했다. 조만간 관객 100만명 돌파가 확실시 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작년 10월 단행본으로 나온 동명 소설도 19일 판매량이 1백만부를 돌파, 현지에선 ‘더블 밀리언셀러’로 더욱 화제를 낳고 있다.

스토리는 주인공인 22살의 오타쿠 청년이 어느날 전철 안에서 중년의 술주정꾼에게서 젊은 여성을 엉겁결에 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살아오는 동안 한번도 이성교제를 해본 적이 없는 그는 재택 근무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로 보기에도 꺼벙해보이는 사람이다. 전철 안에서 구해준 여성에게서 감사의 선물로 에르메스컵과 편지를 받지만 어떻게 할지 몰라 인터넷 게시판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리게 된다.

청년은 이후 그 여성과 진전되는 상황을 게시판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느덧 네티즌 사이에 ‘전차남’으로 불리게 된 그는 ‘식사는 어디서?’ 등 교제를 위한 자문을 구하게 되고 많은 네티즌이 갖가지 ‘연애하는 방법’을 코치하면서 두사람간 거리가 조금씩 좁혀간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이 ‘불쌍한’ 청년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네티즌 모임을 결성해 때로는 엄하게 질책하지만 그의 ‘밖으로의 외출’을 따뜻하게 지켜 봐주는 모습에서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이 전해진다.

애인에게 차인 어떤 간호사는 여성의 입장에서 어드바이스를 주고, 샐러리맨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전업주부는 용기를 북돋아주며,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의 ‘오타쿠’ 청년 3명은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생각하며 뜨거운 성원을 보낸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원작으로 단행본과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 주인공 청년의 이름 등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 그의 존재를 찾고 있으나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극력 피하는 청년의 성격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고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지만 인간관계는 더욱 각박해진 요즘의 일본에서 한국의 순정드라마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슬픈연가 등이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약속’(TBS 드라마)이나 ‘전차남’이 일본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인간다운 삶과 사랑을 갈망하는 보통 일본인의 모습이 이러한 세태에 투영됐다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


성우리 해외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6-23 15:31


성우리 해외칼럼니스트 sunnyinj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