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김종화의 대사증후군 바로알기] 심혈관질환의 뇌관


49세의 대기업 회사원 김병준 씨는 얼마 전 왼쪽 가슴이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프고 숨이 차다며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김 씨의 가슴통증 원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응급수술을 통해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재작년부터 고혈압 치료를 받아오던 김 씨는 올해 초 다시 당뇨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평소 회사생활에서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하루에 한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우고 잦은 회식으로 인해 술도 많이 마시는 편이었다. 비만 체형은 아니었지만 허리둘레가 95cm(동양인 남성 정상치는 90cm 이하)가 넘는 전형적인 복부비만형이었다.

고혈압, 당뇨, 복부비만을 가진 김 씨의 급성심근경색 발병은 대사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대사증후군은 과거에는 원인이 불명확해서 X증후군(syndrome-X)이라고 불렸다.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 질병들을 연구해본 결과 고혈압, 당뇨병, 비만(복부비만), 이상지혈증(고 중성지방, 저 고밀도콜레스테롤) 등이 관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1988년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리븐 박사가 붙인 이름이다. 이후 연구가 계속되면서 혈액 내 포도당을 간이나 근육에 보내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저항성’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슐린저항성 증후군’, ‘대사증후군’이라고 불리게 됐다. 대사증후군은 앞에서 언급했던 비만(복부비만), 고혈압, 당뇨전단계, 이상지혈증 등 다양한 증상 중 3가지 이상 속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대사증후군에 대한 이해는 사과나무를 생각하면 쉽다. 주렁주렁 열린 사과들 중 어떤 사과는 ‘고혈압’이라는 병이 들었고 어떤 사과는 ‘당뇨’라는 병이 들었다. 또 다른 사과는 ‘이상지혈증’ 을 갖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과 하나하나의 병이 아니다. 이 모든 질병의 사과들이 모두 한그루의 나무에 열린 것이다. 대사증후군 역시 다양한 만성질환들이 ‘인슐린저항성’이라는 하나의 나무에서 생긴 것이며 한 가지가 발병하면 다른 병도 함께 생기기 쉽다. 하나의 나무에서 열리는 형제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슐린 저항성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에 대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방에서 분비하는 물질들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방이 병든 사과나무인 인슐린저항성을 키우는 비료인 셈이다. 운동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 과식 등 잘못된 생활습관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앞에서 언급한 것들을 요약하면 지방, 운동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 과식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인슐린저항성을 일으키며 이 인슐린 저항성이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혈증 등 각각의 질환도 문제가 되지만 더 큰 문제는 생명에 직결되는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데 있다. 조사결과, 한국인의 경우 30대의 15~20%, 40세 이상의 30~40% 정도가 대사증후군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모두 잠재적으로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큰 위험요소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대사증후군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체중감량, 즉 지방량을 감소시키는 일이다.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키고 혈당, 혈압, 중성지방을 낮추며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등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달리기, 산책 등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고 잡곡, 현미밥 등 식이섬유가 함유된 저혈당 식품 위주의 식생활이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다.


김종화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입력시간 : 2005-06-29 05:07


김종화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drangle@sejong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