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형같은 여자의 적, 조기발견이 왕도개방된 성 풍조로 발병 연령대 낮아져…진단·치료기술은 향상

[클리닉 탐방] 삼성제일병원 <자궁암>
천형같은 여자의 적, 조기발견이 왕도
개방된 성 풍조로 발병 연령대 낮아져…진단·치료기술은 향상


“20~30대 젊은층의 자궁암 발생 위험이 아주 심각한 상태입니다. 여성 검진자 3,463명을 대상으로 자궁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HPV) 바이러스 ‘고위험형’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35세 미만이 47.2%로, 35세 이상 39.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에서도 비정상으로 판정된 비율이 35세 미만이 31.0%에 달해, 35세 이상 12.8% 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여성암인 자궁암은 출산 경험이 많거나 폐경기 전후 중년 여성들이 주로 걸린다. 하지만 세태가 바뀌면서 이런 통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이기헌 교수(45ㆍ종양분과)는 “HP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다 자궁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방된 성(性) 풍조 탓이 크다”라고 잘라 말한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중에서도 가장 흔하다. 환자가 매년 6,000명씩 발생하고 있다. 여성이 잘 걸리는 암 순위로는 유방암, 위암, 대장암에 이은 4위지만, 3~4년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1위였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순위가 떨어진 것은 세포진검사 등 진단법이 발달하면서 실제 암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줄어든 때문일 뿐, 암 직전 단계인 이형증이나 상피내암을 포함한다면 발생률이 아직도 최고”라고 말한다.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로 진단 정확도 높여
이 교수는 자궁암 진단의 정확도가 높은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앞서 도입하고, 일찍이 복강경을 이용하여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수술을 치료에 도입한 부인종양 전문가다. 자궁암 직전 단계인 이형증이나 상피내암을 ‘자궁경부 원추절제술’ 이란 방법으로 입원을 하지 않고 수술을 당일 끝내 주어 호평을 받고 있다.

자궁암에는 자궁 입구에 암세포가 생긴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자궁내막암과 난소암도 있다. 발생 원인과 증상, 치료법이 각기 다르다.

“자궁경부암 발생이 줄어들고 있지만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반대로 늘고 있다”는 이 교수는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원래 서구 여성들에게서 많이 생기는 것이었지만 우리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발병 추세가 서양을 닮고 있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환자는 해마다 각각 1,000~1,200명, 600~700명 정도 발생한다.

서구식 식생활이 원인인 탓으로, 자궁내막암 환자들은 비만이나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폐경기 전후 발생하며 자궁출현, 월경과다 등 증상을 보인다. 반면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 따라서 일단 발견했다 하면 이미 치명적인 상태일 확률이 높다. 75%가 암 말기(3~4기)에서 처음 발견되고, 그 중 57%는 결국 사망한다. 사망률이 여성암 중 가장 높다.

다행히도 자궁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이 최근 눈부시게 향상됐다. 일찍 발견만 한다면 얼마든지 완치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자궁경부암은 암으로 진행하기 이전에 이행증이나 상피내암의 단계를 반드시 거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궁경부암 진단에는 세포진 검사가 널리 이용된다. 솜이나 가느다란 막대로 자궁경부 세포를 긁어낸 뒤 조직검사를 하는 것이다. 더 정밀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궁암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HPV 바이러스 검사나 자궁경부 확대 촬영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이기헌 교수는 국내 자궁암 발생 경향과 관련, “남성들의 책임도 있다”며 남성들의 ‘외도’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우리 사회 비뚤어진 성 문화를 은근히 꼬집는다. 임재범 기자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반 진찰이나 골반 초음파 검사 등을 하며, 조직검사도 해 봐야 한다. 난소암 여부는 혈액검사로 정밀 진단한다. 양쪽 난소에 종양이 있는지, 있다면 악성인지 양성인지 등 정확하게 판정해?한다. “종양이라도 배란이나 생리 주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기능성낭종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궁암 치료법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수술 시 암의 재발을 막기위해 주변 조직을 가급적 많이 잘라낸다. 반면 후유증 우려가 있는 방사선 치료는 거의 하지 않는 추세다. 배를 가르지도 않는다. 복강경을 이용하여 적게 째는 최소침습 수술이다. 상처가 적게 나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자궁경부암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수술은 단순히 자궁만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암이 퍼질 수 있는 골반 내 임파절 조직까지 폭넓게 잘라내는 게 보통입니다. ‘광범위 자궁 절제술’이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의 재발이나 전이가 우려되는 경우 방사선이나 함암제 치료를 추가한다.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암 2기 초반까지만이다. 2기 말이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방사선을 불가피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항암제는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쓴다.

자궁내막암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마취를 한 뒤 소파수술을 하는 방법을 주로 썼다. 요즘은 아니다. 마취를 안 할 뿐만 아니라 입원을 하지 않고 외래에서 당일 끝내는 간편한 수술법까지 등장했다. 가느다란 대롱을 이용해서 자궁 내막 조직을 제거하는 자궁내막 소파수술이다.

난소암은 복강 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암세포가 골반에서 횡격막에 이르는 광범위한 부위로 금세 퍼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초음파, 컴퓨터 단층촬영(CT) 뿐만 아니라 조직검사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동결절편 검사란 방법을 통해 암의 상태를 최종 판별하며, 수술도 암세포 주변조직을 가능한 한 많이 잘라내는 종양 감축술이란 방법을 쓴다. 수술만으로 안 될 경우엔 남아 있는 암세포 덩어리의 상태를 살펴가면서 항암제를 사용하는 항암화학요법으로 넘어 간다. 하지만 난소암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상당수가 재발하고 있다.

건전한 사생활로 스스로 예방해야
“자궁경부암은 성 접촉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건전한 사생활이 곧 예방책입니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의 경우는 5~10%가 유전 탓입니다. 어머니나 자매 중 한 명이라도 걸린 적이 있을 경우 발병률이 5배로 높아집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철저하게 검진을 해야 합니다.”

“여성 흡연자가 늘고 있는 것도 걱정”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인다. 흡연을 하면 발암물질 피해는 물론이고 자궁암 유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저항력도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다음 호에는 <고위험 임신> 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5-06-29 05:13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