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이 만들어낸 '위험함 행복'늦어지는 결혼·임신, 기형아 출산 위험 높고 임신중독증으로 고통

[클리닉 탐방] 미즈메디 강서병원 <고령임신>
만혼이 만들어낸 '위험함 행복'
늦어지는 결혼·임신, 기형아 출산 위험 높고 임신중독증으로 고통


산무인과 전문의가 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 미즈메디병원 제공>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은 38.5%(2003년 기준)로 세계 최고다. 제왕절개가 이처럼 만연하게 된 이면에는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결혼과 임신을 늦게 하는 만혼(晩婚) 풍조도 주요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만혼 추세와 더불어 나타나는 현상에는 제왕절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산과 조산, 기형아 출산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 등 소위 임신중독증으로 고통을 겪는 임신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30세가 넘어 고령에 임신을 했거나 또는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들이라면 아기와 산모의 건강이 위협 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만큼 젊은 임신부보다 더욱 꼼꼼한 산전진단과 출산관리가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고혈압 위험에 노출
의학적인 견지에서, 여성이 임신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는 25세 전후다. 그 이후부터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난자의 질이 점점 나빠진다. 이에 따라 임신 능력도 떨어지고 임신을 했다 하더라도 염색체 이상을 지닌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 인체 저항력이 떨어진 고령의 임신부들은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 등 임신중독증에도 취약하다.

고령임신이 이처럼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지만 통계수치로 본 우리의 현실은 정 반대편으로 내달리고 있다. 국내 여성의 초혼 연령은 1992년 25세에서 2002년 27세로 높아졌고, 35세가 넘어 아이를 갖는 고령임신 비율도 1992년 3.3%에서 10년 새 8.5%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했으면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와 한국모자보건학회가 ‘결혼 후 1년 내에 임신을 하고,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자’는 소위 ‘1ㆍ2ㆍ3 운동’을 하자고 나섰겠는가.

“요즘 고령임신부가 부쩍 늘었습니다. 고령임신이란 35세가 넘어 아이를 갖는 것을 말하는데, 초산인 경우도 많습니다. 고령임신의 경우 양수검사를 반드시 권하는데, 양수검사를 받는 비율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매주 240여 명의 임산부들을 돌보는 미즈메디 강서병원 산과 오정미 과장(39)은 “고령임신이 증가한 것은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늦게 갖는 계획임신이 많아진 탓”이라고 원인을 분석하면서 “임신관리도 훨씬 엄격해졌다”고 말한다. “고령임신의 경우 임신 초기에는 유산을 조심해야 합니다. 20대 여성의 유산율이 10~15% 선인데 비해 고령임신의 경우는 20%까지 올라갑니다.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 등 임신중독증이 나타날 확률도 3~4배나 됩니다.”

오 과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염색체 이상으로 기형아를 임신하게 되는 다운증후군이라고 말한다. 다운증후군은 기형아 임신 유형 중에서 임신부의 나이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운증후군이란 21번 염색체가 3개로, 정상인보다 1개가 더 많은 것으로 아기가 태어나도 지능이 낮거나 심장병 등 선천적인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마치 톰 행크스가 열연한 헐리우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저능아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오 과장에 따르면, 연령별 다운증후군 아기 출산 확률이 20대는 1,000명 당 1명 꼴인데 비해 30대 중반이 되면 300명 당, 40대는 100명당 1명 꼴로 높아진다.

미즈메디병워 산부인과 오정미 과장이 고령임신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고령임신의 경우에는 조산을 하거나 제왕절개를 할 가능성도 젊은 여성보다 더 높다. “자궁경부가 딱딱해져 있는 데다가 출산 시 자궁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하게 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고 오 과장은 설명한다.

시기별 정기검진으로 산모·태아 살펴야
“35세가 넘어 아이를 가질 계획이거나 현재 임신한 상태라면 임신 시기에 따른 병원 정기검사를 빠짐없이 받으라”고 오 과장은 권한다. “임신 28주 까지는 4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합니다. 임신 36주까지는 2주에 한 번 정도 들러 다리 부종이나 단백뇨 등 임신중독증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매주 신체 변화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 과장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염색체 검사를 해 봐야 한다. “다운증후군 여부를 확진하는 검사는 임신 초기와 중기 두 차례 받아볼 수 있습니다. 임신 9~12주 무렵 융모막검사를 받거나 아니면 임신 16주께 양수검사를 받거나,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융모막검사란 임신 초기 태반인 융모막 조직을 떼내 염색체 분석을 하는 것이다. 검사는 10~15분밖에 걸리지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보험처리가 안 돼 비용은 비싼 편이다. 고령임신의 경우에는 태아 신장초음파를 포함한 정밀초음파 검사도 받을 필요가 있다.

“임신중독증은 심할 경우 출산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 수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오 과장은 “임신중독증 우려가 있는 경우 2주에 한 번 정도씩 병원에 다니면서 단백뇨와 혈압을 체크해 봐야 한다”고 진단법을 설명했다. “임신성 당뇨가 우려되는 경우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조절을 합니다. 이것으로도 좋아지지 않으면 인슐린 주사를 맞습니다. 따라서 만일 수축기ㆍ이완기 혈압이 각각 130ㆍ80㎜Hg 이상이거나 또는 단백뇨나 두통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 조심해야 합니다. 또 자궁수축 조짐이 있다거나 배가 살살 아파올 경우에는 자궁경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고령임신에 따른 후유증 발생을 막기 위해선 정기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오 과장은 흡연과 관련 “니코틴이 혈관 수축을 일으켜 태반에 공급되는 혈액량을 줄여 저체중아나 조산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위험성을 경고한다.

“요즘 산모들은 굉장히 똑똑합니다. 병원에 오기 전 꼭 인터넷을 뒤져보기 때문입니다. 각종 검사나 치료법을 일일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이해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는 게 병’이라고, 나빠진 점도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나 단편적인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다 보니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는 여성들도 아주 많습니다.”

◇ 다음 호에는 치료 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사진 = 임재범 기자


입력시간 : 2005-07-06 15:33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