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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건강백세] 불면증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시작된다. 건물 밖으로 나서면 사우나에 들어선 듯 가슴이 막히고, 한낮의 더위는 밤까지 계속된다. 열대야가 시작되면 더욱 괴로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불면증 환자들이다. 평소에도 잠들기 힘든데 무더위로 몸이 끈끈하고, 체온까지 높아지면 불면증은 더욱 심해진다.

몇 차례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다시 드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수면시간이 더욱 줄어든다. 아침이면 얼굴이 퉁퉁 붓고 정신이 몽롱해 일의 효율이 더욱 떨어진다. 자는 것 같지 않게 잠자리를 며칠 설치고 나면 “잠 좀 푹 자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게다가 불면증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눈총이다. “불면도 병이냐, 잠 잘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지 잠을 못 자서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눈치를 주는 사람까지 있으면 더욱 괴로워진다.

하지만 불면증은 심각한 병이다. 불면증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잠을 못 드는 것도 힘들지만 수면부족으로 인해서 낮의 활동에 많은 장애를 초래한다. 하루종일 머리 속이 멍하니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에어컨 바람속에서 꾸벅꾸벅 졸다 보면 상사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불면증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관절염, 두통, 수면 무호흡증, 심한 코골이, 위궤양 등 몸이 불편할 때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불안증이나 우울증 같은 신경성 질환도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음식물이나 약으로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술, 담배나 카페인이 효과적인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환경이 바뀌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수면장애가 발생한다. 이외에 아무런 이유 없이 생기는 불면증도 있다. 원발성 불면증이라 하는데 노인성 불면증 등이 이에 해당된다. 불면증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더 늘었지만 옛날부터 우리를 괴롭혔던 병이다. 따라서 한의학 서적들엔 불면에 관해서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도 불면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해 병이 난 부인이 2년간이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의사가 진찰을 하고 너무 많은 생각으로 난 병으로 판단하고 남편과 치료방법을 의논했다. 비장의 기운이 응결되어 생긴 것이므로 부인을 크게 성내게 만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부인 앞에서 치료비를 많이 받고 하는 일 없이 그 집에서 술대접만 받다가 몇 일 후에 처방 한 장 써 주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 부인은 의사의 계산대로 속았다면 몹시 성을 냈고, 땀을 많이 흘린 후 잠이 들어 8일 후에나 깨어났다는 것이다.

한방에서 보면 이 부인의 병을 고민과 생각이 너무 많아 생긴 사려과다형 불면이라고 본다. 복잡한 현대에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생각이 많아 기가 울결되면 약을 복용시키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분출시켜야 병이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또 다른 불면의 형태론 대수술 후나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영혈부족형이 있다. 쉽게 풀어 보면 기혈이 부족하다는 얘기. 낮에는 잠이 잘 오나 밤이면 잠 들기 힘들고 입이 마르고, 변비도 동반된다. 양방에선 노인성 불면증의 원인을 불명확하다고 보지만 동반질환을 살펴보면 대개 영혈부족형이다.

십전대보탕 등 기혈을 모두 보강시키는 적절한 처방을 쓰면 증상이 호전된다. 평소에 잘 놀라고 작은 일에도 잠을 못드는 불면은 심담허겁형으로 분류한다. 대인관계를 두려워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환자들은 심장과 담의 기능이 위축된 것으로 보고 치료를 하는데 담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온담탕을 기본처방으로 가감한다. 여름이면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이런 환자들은 항상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거나, 돈을 떼이는 등 스트레스가 심해 나타난 불면증의 원인을 한의학에선 간양상항이라고 한다. 간의 양기가 지나치게 상승되었다는 뜻.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벌떡 일어나 앉는 등 울화가 극심하면 6가지 울화를 다스린다는 육울탕 이나 분심기음 등의 처방으로 간의 기운을 다스리는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간양상항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나타나는 간기울결형의 불면증도 있고, 갱년기 여성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음허형의 불면도 있다. 음액이 부족하면 쉽게 가슴이 갑갑해지고 얼굴로 열이 달아 오르는 증상이다.

불면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원인을 잘 파악해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적절한 자기관리도 필요하다. 평소 적절한 수면시간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수면에 방해가 풔?자극을 제거하는 한편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상태도 수면과 연관이 되므로 식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동의보감에선 잘 때에 반드시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똑바로 누워 잠드는 걸 죽은 사람이 자는 것에 비유할 정도로 피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한다. 입을 다물고 자야 하며, 너무 두꺼운 이불을 피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7-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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