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상하이의 멋과 맛을 만나다

[맛집 멋집] 중식당 <드 마리>
1930년대 상하이의 멋과 맛을 만나다

세계 어디를 가나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 중식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물론 자장면이니 탕수육이니 하는 음식들은 다분히 한국적인 스타일로 변형된 중식이지만 차이니즈 스타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동네 중국집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으로 승부한다면 요즘에는 중국 본토 스타일을 추구하는 곳이 늘면서 한국식 중식당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압구정역 부근에 자리한 드 마리는 1930년대 상하이를 찾은 듯한 고풍스러우면서도 발랄한 인테리어가 특징인 곳이다. 드 마리의 뜻은 당시 상해의 한 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마리라는 프랑스 여성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간단하게 ‘마리네 식당’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실제 1930년대의 상하이는 전쟁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였고, 사람들은 프랑스 여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 모여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상하이를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상하이는 중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곳인 동시에 과거 향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꽤나 멋스러운 도시다. 서구 열강들의 압박에 못 이겨 1843년 개항을 하면서 급작스러운 변화를 경험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상하이는 동양이기도 했고, 서양이기도 했다. 당시의 상하이 분위기를 표현한 곳이 바로 드 마리다. ‘OO스타일’이라면 왠지 어설프게 보일 것도 같지만 은은한 조명, 고가구와 고급스러운 소품들이 마치 상하이의 어느 레스토랑을 찾은 듯하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도 다양하다. 3개월에 한번 꼴로 메뉴가 바뀌어 딱히 어느 지방 스타일이라고 꼬집을 수는 없다. 광둥, 쓰촨, 상하이 스타일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찹쌀궈바로우와 오렌지탕수육, 유림기, 중새우 요리 등이다. 특히 찹쌀궈바로우는 마늘 소스와 찹쌀 튀김옷을 입힌 쫄깃한 고기가 일품이다. 오렌지를 통째로 갈아 넣어 상큼한 오렌지 탕수육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여름에는 중식 냉면과 냉채류가 제격이다. 특히 중식 냉면 우리네 냉면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소 굵은 면을 쓰는 것도 그렇고 과일이 들어가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동치미를 섞은 시원한 육수에 해산물이 넉넉히 들어가 먹고 난 후에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겨자와 땅콩버터를 기본으로 넣는 곳이 많지만 땅콩의 텁텁한 맛 때문에 원하는 손님에게만 제공한다.

냉채류 중에서는 새우전복냉채를 추천할 만하다. 싱싱한 전복과 새우가 얼음 위에 올려져 나와 식사 내내 신선함을 유지시켜 준다.

위치와 분위기, 요리 종류를 비교해 볼 때 가격대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점심 메뉴는 직장인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삼선짬뽕이나 중국식 냉면은 6,000원 선에서 맛볼 수 있고 6,500원짜리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샐러드와 계란수프, 요리(궈바로우/중새우화이트/유림기), 식사와 후식까지 맛볼 수 있다.

* 메뉴 : 삼선짬뽕 6,000원, 중식냉면 6,500원, 잡탕밥 11,000원, 찹쌀궈바로우 12,000(소)~16,000원(대), 오렌지탕수육 16,000원, 새우전복냉채 34,000원, 점심 세트 6,500원, 점심 코스 15,000~32,000원. 저녁 세트 27,000~80,000원.

* 찾아가는 길 : 3호선 압구정역 5번 출구, 온누리약국 끼고 돌면 왼쪽에 중국 스타일의 대문이 보인다. 02-512-0830 www.demarie.co.kr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7-21 18:00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