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 소설(1차분 전 22권+ 별책 1권)/ 창비 발행/ 각 권 7,000원

[출판] 한국 근대문학의 '맨 얼굴' 보고 읽기
20세기 한국 소설(1차분 전 22권+ 별책 1권)/ 창비 발행/ 각 권 7,000원

창비가 1920년대부터 60년대에 이르는 중요작가 94명의 중ㆍ단편 189 편을 담은 ‘20세기 한국 소설’ 1차 분 22권을 펴냈다. 근대 소설의 태동기인 1920년대부터 해방 한국전쟁 분단 등을 거쳐 4ㆍ19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60년대까지가 이번 대상이다.

기존 대표작은 물론이고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문제작, 당시 사회상을 잘 반영하는 작품들을 포함하되 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이 평가된 작품은 과감히 배제했다. 그 대신에 1910~20년대와 해방 전후에 발간된 것과, 월북 작가 등의 작품 등을 대거 실어 문학사의 줄기를 다시 잡으려 하는 것이 특징이다.

1920년대 초기 근대 단편을 담은 1권에는 그 동안 잘 접하지 못했던 무정부주의를 환상적인 기법으로 형상화한 신채호의 ‘용과 용의 대격전’, 식민지 지식인의 자의식과 갈등을 드러낸 현상윤의 ‘핍박’과 양건식의 ‘슬픈 모순’, 신여성이 봉건적 관습 때문에 고통 받는 모습을 그린 나혜석의 ‘경희’ 등을 실었다.

식민지 시대 신경향파ㆍ카프 계열의 참여문학을 주로 소개한 4권에서는 이기영의 ‘민촌’과 ‘서화’, 조명희의 ‘낙동강’, 송영의 ‘석공조합 대표’, 이익상의 ‘어촌’ 등을 만날 수 있다. 김남천의 ‘공장신문’과 ‘처를 때리고’, 강경애의 ‘원고료 이백원’ 등은 7권에 담겨있다. 근대 단편소설의 완성자 이태준과 뛰어난 모더니스트 박태원은 6권에 있다. 한국인 최초로 아쿠다가와상 후보에 올랐던 김사량의 ‘지기미’는 12권, 항일무장투쟁에 직접 참여했던 김학철의 작품은 13권에 각각 실렸다.

창비는 다양한 판본들 중에서 작품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왜곡되지 않은 판본을 대본으로 삼았다. 의성어 의태어는 물론이고 방언 입말 북한어 등을 원문 그대로 살림으로써 염상섭 김유정 김정한 박태순 천승세 등의 작품들이 생기를 되찾게 했다. 작품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준 셈이다.

또 소설을 읽고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독자, 작품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 등을 위해 일선 교사가 독자의 눈높이에서 묻고 전문연구가가 이에 대답하는 해설을 덧붙였다. 신세대 감각에 맞게 두 가지 색으로 판면을 짰고, 쉽게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게 약간 작은 판형에 각 권 300매 내외로 분량을 조정했다. 본문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나 문장에는 작은 별색 꽃표(*)를 달아 권말 낱말풀이에서 설명하고 있다. 작품이 제대로 읽혀지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별책으로 편집위원 들이 쓴 각 시대별 총론인 ‘20세기 한국 소설사’와 ‘20세기 한국 소설어 사전’ ‘20세기 한국 소설가 사전’ ‘20세기 한국 소설 목록’등은 소설 읽기에 도움이 된다.

창비는 이번 전집을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2,3 차례에 걸쳐 50여권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략 90년대 중반 발표 작품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 십년 간 많은 문학선집 들이 간행됐지만 수록된 작품들은 대동소이 했던 것이 사실이다. 남북 대치라는 시대적 제약에다 작가 및 작품에 대한 명확한 잣대나 평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런 점들을 극복해 20세기 한국 소설의 지형과 계보를 다시 그리고 한 세기 문학을 총결산하겠다는 것이 창비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최근 출간되고 있는 문학 전집에는 범우사의 ‘범우비평판 한국 문학’과 문학과 지성사의 ‘한국문학 전집’ 등이 있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07-22 11:14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