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손맛 녹아 있는 시원한 국물

[맛집멋집] 홍대 앞 <다락투> 닭곰탕
38년 손맛 녹아 있는 시원한 국물

삼계탕, 백숙, 닭칼국수…. 삼복더위와 함께 닭들의 수난시대가 따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찌하오리까. 여름철 보양식으로 닭요리만한 것이 없는데…. 닭요리가 여름철에 사랑받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본래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닭은 수술 후 체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나 평소 쉽게 지치는 사람, 소화기가 약한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데 좋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 동의보감 등에는 ‘고기 성분이 따뜻한 편이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또 스트레스를 치료하고 오장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하는 등 버릴 것 하나 없는 음식이자 약재로 설명하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입맛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것도 닭고기가 가진 매력이다. 삼계탕이나 닭한마리, 초계탕 등도 그 중 하나. 하지만 이들 중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신선한 닭 뼈로 고아낸 닭곰탕이다. 먹고 살기 어려울 때나 먹는 음식이라고 치부해버릴 일이 아니다. 정녕 닭고기 국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진하고 시원한 것이 이열치열에 그만이다.

홍대 앞에 자리한 다락투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졸업생, 주변 직장인들이 쉼 없이 드나드는 닭곰탕 전문점이다. 1968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니 벌써 38년째다. 서교시장에서 시작해 1979년부터 홍대 앞에 정착했다. 본래 이름은 ‘부래(府來)’였는데 79년 홍대 앞으로 이사 오면서 다락(多樂)이란 이름으로 바꿨고 또 93년 지금의 자리로 오면서 다락투(2)가 된 것이다.

현재 부모님은 일선에서 물러나 10여년 전부터는 아들인 이종권 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 사장이 기억하는 닭곰탕 가격이 500원 정도였다고 하니 그간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짐작이 간다.

좋은 닭을 구하기 위해 이 사장은 매일 새벽 4시면 시장으로 향한다. 닭은 일단 냉동이 되면 그 맛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생닭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매일 필요한 양만 구입해 되도록 신속히 소진하고 있다. 가게로 가져 온 닭의 내장을 손질해 삶은 뒤 뼈와 살을 발라내 다시 뼈만 푹 곤다.

이 사장이 말하는 좋은 닭은 생닭의 껍질을 만졌을 때 미끈거리지 않아야 하며 삶은 뒤 고기를 찢을 때 살에서 가는 보풀 같은 것이 일어나야 한단다.

또 한 가지 맛의 비결은 어머니가 전수해 주신 다대기에 있다. 한달에 한번 만들어 숙성을 시키는 다대기에는 고춧가루, 마늘 등 10여 가지의 양념이 들어간다고. 이 다대기를 넣어야지만 닭곰탕은 제 맛이 난다.

닭곰탕은 보통과 특이 있다. 보통은 밥이 말아져 나오고 특을 주문하면 밥이 따로 한 공기가 더 나온다. 쫄깃한 닭고기와 파가 듬뿍 얹어 나오는데, 김치나 깍두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국물 맛이 좋다.

서태경 자유기고가

메뉴 : 닭곰탕 4,000원(특은 500원 추가), 닭칼국수 4,000원.

영업 시간 : 오전 8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명절 당일만 휴무.

찾아가는 길 : 홍대 앞 놀이터 아트박스 옆 골목에 위치. 02-324-0983


입력시간 : 2005-08-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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