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빛나는 보라빛 사랑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도라지
별처럼 빛나는 보라빛 사랑

도라지 꽃이 한창이다. 노랫가락처럼 심심산골에서 만나는 도라지꽃도 반갑기 그지 없고, 이즈음 국도를 지나다 만나는 도라지 밭에 꽃이 가득하여 마치 꽃밭처럼 보이는 모습도 곱디곱다.

사실 도라지를 모르는 이는 하나도 없고 구색 맞추어 나물을 무칠 때면 어김없이 끼게 되니 자주 보는 식물이면서도 도라지라고 하면 꽃보다는 뿌리가 먼저 생각난다. 따라서 도라지가 재배식물이 아닌 자생식물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숲 속에서 다른 식물들과 어울어져 피어 있는 도라지꽃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도라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보통 40~100㎝까지도 자란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도라지꽃은 6월에서부터 8월까지도 볼 수 있다. 흰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는 이 꽃은 통으로 붙어 있는 다섯장의 꽃잎이 펼쳐지면 마치 깊은 산골에 떨어진 별들을 만난 듯 아름답기만 하다. 누군가는 벌어질 듯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를 보고 산처녀의 봉곳한 가슴과도 같다고 했다.

자르면 흰 유액이 흘러 나오는 줄기에는 잎이 네 장씩 돌려 나는데 이렇듯 독특한 잎나기 때문에 산에서 꽃이 없는 도라지를 만나도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도라지류를 통털어 부르는 속명은 Platycodon이라고 하는데 이는 넓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platys와 종이라는 뜻을 가진 codon이라는 글자가 만나 생겨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도라지의 꽃이 다른 초롱꽃과 식물들처럼 종모양을 하면서도 넓게 많이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도라지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도라지는 식용식물이다. 주로 뿌리를 이용하는데 오이랑 같이 섰은 생채, 삶아 만드는 나물, 도라지 강정 등등 무궁무진하다. 특히 도라지탕이라는 음식은 도라지를 썰어 다시마와 표고를 넣어 우려 내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생죽순과 굵게 썬 무를 넣어 함께 끓이는데 늦여름에 먹는 계절식으로 그만이다. 또 뿌리 이외에 연한 순은 데쳐 먹고, 꽃잎은 생으로 무쳐도, 봄에 진달래 꽃잎대신 화전에 올려 놓아도, 튀겨먹어도 좋다고 하니 어느 한 부분 버릴 것이 없는 셈이다.

도라지는 한방에서 혹은 민간에서 널이 이용해온 약초이기도 하다. 100년이 묵은 도라지 뿌리는 산삼과도 같은 약효를 가졌다고 하지 않던가. 약으로는 주로 뿌리를 이용하는데 감기, 기침, 거담, 편도선, 후두염, 기관지염, 배앓이, 이질, 산후조리, 보약 등에 처방되고 최근에는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항암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마당 한켠이 있다면 도리지 키우기를 권하고 싶다. 물빠짐이 좋은 참흙에 모래를 섞어 볕이 드는 곳에 심으면 된다. 번식은 보통 종자로 하는데 직파하면 겨울에 동해를 입을 우려가 있으며, 1년을 넘기면 활력을 잃어버리므로 이듬해 봄에 반드시 뿌려야 한다.

뿌리를 목적으로 키운다면 꽃이 피기 전에 제거해야 튼실한 뿌리가 된다. 하긴 요즈음에는 도라지의 보라빛을 재현하려는 도예가도 있고, 꽃을 보려고 정원에 무리지어 심어 놓는 이도 있으니 어떻게 키우든 두루두루 좋은 꽃이 바로 도라지 꽃이다.

입력시간 : 2005-08-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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