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청옥산·두타산 사이의 자연이 빚어놓은 선경

[주말이 즐겁다] 동해 무릉계곡, 玉流에 마음을 담으면 "여기가 이상향일세"
백두대간 청옥산·두타산 사이의 자연이 빚어놓은 선경

오래 전부터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동해시의 무릉계곡은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두타산(頭陀山ㆍ1,353m)과 청옥산(靑玉山ㆍ1,404m)이라는 명산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다. 한 여름에 이 계곡으로 들어서면 옥 같이 맑은 계류를 따라 펼쳐진 널따란 반석과 조물주의 역작인 듯 기이한 모양으로 우뚝 선 바위들, 그리고 쌍폭과 용추폭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폭포들이 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을 반긴다.

널따란 반석이 장관인 무릉계곡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이내 무릉반석이 보인다. 1,000여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암반의 크기는 무려 6,600㎡. 빼곡한 글씨가 제일 먼저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삼척에서 강릉을 오가거나 백두대간의 백복령을 넘었던 시인묵객들은 부근을 지날 때면 으레 무릉반석에 들러 시를 짓고 이름 석자를 새기곤 했다.

조선 4대 명필 중에 꼽히는 봉래 양사언은 이 반석에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武陵仙源 中台泉石 頭陀洞天)’이라는 글씨를 남겼다. ‘신선이 놀던 무릉도원, 너른 암반과 샘이 솟는 바위, 번뇌조차 먼지처럼 사라져버린 골짜기’란 뜻이다. 실제로 여기서 여름 한나절을 지내다 보면 세속의 고민은 잠시나마 씻은 듯이 사라진다.

그런데, 암울하던 군사정권 시대인 1981년 이곳에 들렀던 김지하 시인은 이 아름다운 무릉계곡에서 귀곡성을 들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무릉계곡에서 죽어간 수천 목숨의 아우성이었다. 5년 뒤인 1986년에 구술로서 펴낸 시집 <검은 산 하얀 방>은 그렇게 태어났다.

무릉반석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642년(선덕여왕 11)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삼화사(三和寺)다. 원래의 절터는 현재 자리에서 동쪽으로 1.3 ㎞지점에 있었는데, 1977년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석회암 채광권 내에 들어가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겨온 것이다.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철조노사나불좌상(보물 제1292호)은 통일신라시대의 풍이 엿보이는 통통한 얼굴에 가늘고 긴 눈, 오똑한 코를 지녔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모습. 주민들은 이 철불을 한때 약사불로 믿기도 했는데, 1990년대 불상의 등에서 발견된 146자의 명문(銘文)에 의해 약사불이 아니라 본존불 중 하나인 ‘노사나불(盧舍那佛)’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대웅전 앞에 자리한 삼층석탑(보물 제1227호)은 9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인데, 석회암 재질의 특성상 풍화가 심해 부분적으로 훼손된 부분은 있으나 기단부에서 찰주까지의 전체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무릉계곡의 백미인 쌍폭과 용추폭포

삼화사를 벗어나면 발길은 학소대로 이어진다. 왼쪽은 벼랑이고 오른쪽은 거대한 암벽이 골짜기를 따라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 벼랑엔 4단 폭포가 그림처럼 걸려 있고 소나무 숲이 주변을 감싸듯 우거져 있으니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학소대를 지나면 등산로 왼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굉음이 깊은 산중의 적막을 깨뜨린다. 두 개의 골짜기에서 두 줄기 폭포수가 쏟아지면서 하나로 만나는 쌍폭포다.

쌍폭포 바로 위쪽엔 무릉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용추폭포가 반긴다. 청옥산에서 흘러 내려온 계류가 삼단으로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져 내리는 용추폭포는 무릉계곡의 핵심이 된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각 단마다 담(潭)이 형성되어 있는데, 맨 아래의 하담은 깊이를 알지 못할 정도로 깊다. 그런데, 폭포 아래 하단에선 삼 단 폭포의 절경을 제대로 볼 수 愎? 가파른 철계단을 타고 3~5분쯤 올라서면 길게 쏟아지는 삼 단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시대 삼척부사로 왔던 유한전이 폭포 오른쪽 하단 암벽에 ‘龍湫’라는 글을 새기고 제사를 올린 뒤부터 용추폭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무릉계곡을 들어선 사람은 반드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본격 등산이 목적이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추폭포 아래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매표소에서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데는 왕복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산길이 험하지 않아 초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무릉계곡 입장료(개인/단체)는 어른 1,500원/1,200원, 학생 1,000원/800원, 어린이 600원/500원. 야영장 사용료는 소형 5,000원, 중형 7,000원, 대형 9,000원. 주차료는 중소형 2,000원, 대형 5,000원. 관리사무소 전화 033-534-7306.

여행정보

숙식
무릉계곡 주차장과 매표소 사이에 무릉프라자모텔(033-534-8855)과 청옥모텔(033-534-8866)을 비롯해 민박집 등의 숙박시설과 식당이 많이 몰려있다. 식당들은 대부분 계곡 쪽으로 마루를 내놓았다. 반석식당(033-534-8382)은 깔끔한 밥상차림이 돋보인다. 산채비빔밥 1인분 5,000원. 식당들은 거의 민박을 겸하고 있다.

교통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동해→42번 국도(정선 방면)→무릉계곡. 수도권에서 3시간~3시간30분 소요. △서울(강남)→동해=매일 40~50분 간격으로 수시(06:30~20:00) 운행. 동서울(구의동)→동해=매일 9회(08:15~18:45) 운행. 각각 3시간30분 소요. △청량리역→동해역=매일 7회(08:00 08:00 10:00 12:00 14:00 17:00 22:00) 운행. 6시간 소요. △동해→무릉계곡=시내버스(12번~12-6번)가 30분 간격으로 수시(06:20~21:00) 운행. 20~30분 소요.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5-08-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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