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백세] 땀과 건강


여름의 정점을 넘어설 즈음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줄줄 흐르는 땀으로 인해서 기운을 많이 상한 분들이다. 체력이 강한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려도 별 문제 없지만 평소 기력이 약한 사람들의 과도한 발한은 종종 건강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보신탕이나 삼계탕이 복날 음식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땀 등으로 생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적절한 보양식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려 생긴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과도한 발한은 기(氣)를 상하게 한다는 건 한방의 기초 상식이고 치료법도 쉽다. 단지 문제는 이 환자들이 기운이 떨어지고 소화력이 저하되는 등의 증상만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한약복용을 권유하면 거부감을 일으키는 분들이 있다는 것.

“여름에 땀나는 건 당연한 아니냐. 발한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인체의 자연스런 반응일 뿐이다. 수분과 필요한 미네랄을 충분히 보충했는데도 문제가 생기느냐”고 반문하는 환자들에겐 설명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땀도 상태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걸 먼저 설명해야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생리적인 땀과 몸의 균형이 깨졌을 때에 나오는 병리적인 땀은 다르다는 걸 얘기해준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오는 땀보다는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고 아직 빨간불이 켜질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주의보인 노란불이 들어왔다는 하나의 신호로 땀이 변화했다는 걸 말해준다.

땀은 한방에서 아주 중요한 진단의 포인트다. 여름철에 문제가 되는 땀은 조금만 움직여도 심하게 땀이 나는 자한(自汗) 증상이다. 의서에는 땀이 많아지는 기전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양기가 허한 게 그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치료법은 양기를 돋구는 방법으로 모아진다. 여름철 보양식에 들어가는 황기나 인삼 등의 양기를 강화시키는 약재를 적절히 배합 처방을 사용해서 치료를 한다.

잠잘 때에 흘리는 땀도 한의학에선 문제가 있는 땀이라고 본다.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체온을 낮춰야 할 이유도 없는데 땀을 흘리고 있다면 뭔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잠자는 밤에 땀을 흘린다고 도한(盜汗)이라고 부르는데 음액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땀의 색이 붉어지는 경우도 있다. 피의 색이라고 해서 혈한(血汗) 혹은 홍한이라고 하는데 혈이 열을 받으면 자기가 다녀야 할 길을 이탈해 마음대로 다니기 때문에(한의학에선 망동이란 표현을 한다)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료방법은 재미있게도 코피처방으로 많이 쓰는 처방을 사용한다. 코피 중에서 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과 혈한의 증상은 같은 문제라는 해석이다. 누런 땀을 흘린다면 황달을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 황달에 걸리면 소변의 색도 진해지지만 땀의 색도 황한(黃汗)이라고 누렇게 되기도 한다.

땀의 종류도 이처럼 다양하지만 신체부위별로 나오는 땀도 다양하다. 한의원에 오는 분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이 손발의 땀이다. 남하고 악수를 하기도 힘들고, 긴장이 되면 손에서 땀이 줄줄 흐를 정도라고 불편을 호소한다. 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한다. 한방에선 손발의 땀이 나는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눈다. 손발에 땀이 나면서 동시에 화끈거릴 때는 신음허로 보고 치료한다.

습열로 인한 손발의 땀도 있는데 이 때는 차전자, 인진호, 황백, 택사 등의 약재를 많이 사용한다. 긴장할 때에 특히 손발의 땀이 많아진다면 감정과 연결된 장부의 기능을 점검한다. 기쁨은 심, 슬픔은 폐, 노여움은 간, 고민은 비, 무서움은 신에 배속된다. 기에 문제가 생겨도 손발에 땀이 난다. 만성적으로 긴장이 지속된 경우엔 사역산, 가미소요산 등의 처방을 사용해 긴장을 풀어준다. 기가 부족해서 손발의 땀이 많아질 때는 황기건중탕 등을 쓴다.

두면부에 나는 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이마, 코, 목, 후두부 등의 부위가 대표적이다. 머리 쪽으로 열이 많은 올라오는 경우나 코나 호흡기계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폐에 열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상엽, 상백피 등으로 청폐시킨다. 인후 등에 염증이 동반될 때는 시호, 금은화, 연교 등도 같이 사용해 치료를 한다.

가끔 음낭의 땀이 고민이라는 분들도 있다. 사타구니가 항상 축축해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다. 낭습도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습열이 가장 많은 원인이다.

국소부위의 땀도 그 원인이 이처럼 다양할 수 있고 몸 전체에서 나오는 땀의 형태를 보고도 몸의 상황을 판단하기도 한다. 물론 땀이 거의 안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많아서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땀이 나면 기분이 좋은 사람도 있지만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 수 있을 수 있다. 땀도 개인의 특성과 체질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기가 흘리는 땀의 형태와 특성이 달라졌다면 건강상의 변화가 있다고 보아도 된다. 그만큼 땀은 중요한 진단 포인트이다.

입력시간 : 2005-08-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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