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리의 일본 리포트] 쇼와(昭和)시대에 대한 회상


8월 중순, 일본에서는 2차대전 당시의 군함과 군인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영화관이 개봉되고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와 기획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다.

또 지자체별로 후쇼샤의 역사교과서 채택문제를 둘러싸고 여론의 찬반 대립도 치열하다.

일반적으로 많은 일본인들은 평화를 바라고 있으며 어려웠으나 인간적이었던 전후(戰後)의 ‘쇼와’시대를 그리워한다. 그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체중 하나가 쇼와시대 불후의 명작 시리즈로 기억되는 ‘남자는 괴롭다(男はつらいよ)’는 영화다. 이 영화는 도쿄 서민촌에서 경단을 만들어 파는 주인공 도라지로의 숙부집을 주무대로 제작된 것으로, 보통의 남자가 보통의 가족, 이웃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웃음과 울음을 함께 나누는 감동의 영화이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깃들어 있으며 희극과 비극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풍부한 인정미를 나눈다는 활력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울러 등장인물들의 인정미 넘치는 대화와 일본 각지의 아름다운 풍경 등 일본인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풍경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40대 주인공 도라지로는 일확천금을 바라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상행위를 하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하는 건달같은 인물이다. 또한 특별 출연하는 마돈나역의 여인에 대해 연정을 품고 혼자 결혼까지 꿈꾸나 결국에는 헛물을 켜고 만다. 매사에 상담역할을 해주며 상대방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나 종국에는 자신의 사랑은 이루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상대 마돈나는 애초부터 도라지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으나 주인공은 짝사랑에 빠져 고민하다 “그 말을 하면 끝장이요”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다시금 훌쩍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를 보면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철학이 전해져 온다.

1969년 8월 제1편이 제작 상영된 이래 매년 8월과 12월 2편씩 제작 상영되던 중 30편째 상영되던 해에는 장수 시리즈 영화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총 27년간 48편이라는 초대형 작품이 되었다. 결국 1996년 주인공 도라지로역의 배우 아쯔미 키요시가 사망하면서 이 시리즈도 종료되었다. NHK측은 8월부터 이 영화 48편 전부를 BS2를 통해 방영하고 있다.

일본은 패전 60주년, 우리에겐 해방 60주년이 되는 올해 일본에서는 두 갈래의 여론이 흐르고 있다. 평화를 갈망하며 헌법 개정과 자위대 해외 파견을 반대하는 보통의 쇼와시대를 회상하는 여론이 하나고,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군국주의 패권국가를 꿈꾸는 파워 엘리트 그룹과 그 추종세력이 또 하나의 흐름이다. 결국 일본 사회는 어느 쪽으로 큰 줄기를 잡아갈 것인가.


성우리 해외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8-31 11:40


성우리 해외칼럼니스트 sunnyinj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