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서 수확의 기쁨 누리고 대청마루에 앉아 '국시' 밀어 먹어요

[신나는 체험여행] 안동댐마을과 임청각
가을 들판서 수확의 기쁨 누리고 대청마루에 앉아 '국시' 밀어 먹어요

경북 안동은 이 땅의 전통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시내 중심을 벗어나면 곧장 여유로운 들판이 펼쳐지고, 안동 곳곳에 조선시대 때 지어진 고택들이 남아있다. 정겨운 시골마을을 찾아가 농사 체험으로 값진 땀방울을 흘릴 수도 있고, 옛 선비들의 청빈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고택 체험도 가능하다.

한적한 안동댐마을

낙동강 상류에 만들어진 안동댐. 시내에서 댐으로 가는 길은 호젓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강을 오른쪽에 끼고 계속 직진하다가 다리를 건너기 전에 직진해 가파른 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안동댐마을에 이른다. 안동댐마을이라는 이름은 최근에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붙은 이름일 뿐, 행정상으로는 안동시 와룡면 중가구리에 속한다.

마을 입구에 선 커다란 장승 두 개가 농촌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을 맞는다. 장승 뒤에는 2층 규모의 황토 기와집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안동댐마을의 중심으로 식당 겸 숙소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두부, 칼국수 등 전통 먹거리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하고, 직접 만든 먹거리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취재를 위해 안동댐마을을 찾은 날, 마침 대구에서 30여 명의 가족 체험자들이 한참 칼국수 만들기에 도전 중이었다. 엄마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밀가루 반죽과 씨름을 한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은 반죽을 얇게 채 썰어 호박, 달걀 지단, 소고기 고명을 얹어 먹는 것을 이 지방에서는 ‘안동국시’라고 한다. 서울에서도 안동국시를 하는 식당이 몇 군데 생겨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안동에서는 식당에서 먹는 메뉴가 아니라 보통 가정에서 해 먹는 별미다.

흐뭇한 농사체험

‘손칼국시’를 밀어 놓고 나자 안동댐마을의 남갑석 대표가 사람들을 이끌고 검은 그늘막을 덮은 비닐하우스로 향한다. 비닐하우스 안에 웬 골동품들인가 했더니 전통문화 체험을 위한 기구들이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새끼줄 꼬기. 손에 침을 묻혀가며 비벼 꼬는 시범 조교를 따라 아이들도 덩달아 손바닥을 비벼보지만 줄이 꼬이기는커녕 짚 가닥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다음 체험은 가마니 짜기. 가늘게 꼰 새끼줄을 가마니틀에 엮어 놓고 짚을 끼워 넣은 다음 위에서 탁탁 쳐주면 된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이밖에도 벼를 탈곡할 때 쓰는 탈곡기, 삼베 짜는 베틀, 전통혼례식 때 신부를 태우는 꽃가마 등 옛 물건들이 정겹게 모여 있다.

비닐하우스 뒤편은 콩밭이다. 이랑 간격을 넓게 만들어 초보 농사꾼들이 콩을 밟지 않고도 풀매기를 할 수 있게 해 뒀다. 콩 포기 사이에 난 큰 풀만 대충 골라 뽑으니 콩밭 매기도 순식간에 끝난다.

30분도 채 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서툰 농사일이라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살아있는 콩 나무는 고사하고 노란 콩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아이들이 파란 콩 꼬투리를 보고 신기해한다.

농사 체험은 가을이 제격이다. 벼 베기, 콩 수확, 타작하기, 과일 따기 등 풍성한 가을걷이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 안동댐마을은 이렇듯 계절에 따른 농사 체험, 농촌 전통문화 체험, 전통 먹거리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 동쪽에 있는 용점산 등반, 10분 거리에 있는 안동댐과 민속촌, 안동민속박물관, 월영교, 안동호 유람선 타기 등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특히 용점산은 아이들과 함께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정상에 오르면 안동호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져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멋스러운 임청각 고택체험

안동댐마을에서도 민박이 가능하지만 안동의 멋을 제대로 느끼려면 고택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다. 안동댐 입구에 자리한 임청각은 안동 시내에서는 유일하게 고택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고택 체험은 수애당이나 농암종택, 하회마을 등 여러 곳에서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시내에서 멀다였保÷?있다. 임청각은 시내에서 가깝고, 안동댐이나 민속촌, 안동댐마을이 지척에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안동 고성 이씨의 대종택인 임청각은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택이다. 안채, 중채, 사랑채, 사당, 행랑채, 별당 등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반 가옥이다.

‘군자정’이라는 현판을 단 별당이 특별하다. 너른 대청마루와 방 세 칸이 함께 붙어 있는 구조. 군자정 옆에는 자그마한 연못을 파고 연뿌리를 심어 연지를 조성했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연꽃을 볼 수 있다.

임청각은 99칸 규모로 지어져 안동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양반 가옥으로 알려졌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로,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자그마치 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일제가 마당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놓아 집안의 기를 끊고자 했던 탓에 지금은 원래 규모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 철로로 인해 기운이 끊긴 것은 물론 낙동강을 굽어보던 시원스런 경치도 사라졌다.

하지만 몇 걸음 걸으면 철로 아래 뚫린 굴다리를 통과해 안동댐 앞으로 나설 수 있다. 임청각 바로 옆에 있는 신세동칠층전탑은 국보 16호로 통일신라시대의 유적이다.

<체험여행 수첩>

*안동댐마을 : 1박2일 일정으로 농사 체험, 농촌문화 체험, 1박3식 등을 포함해 1인당 3만원 정도. www.andongdam.com 혹은 www.greentour.or.kr(안동댐마을) ☎054-856-5632

*임청각 : 숙박 인원이나 방의 규모에 따라 5만원에서 20만원까지 가격대 다양. 안채, 중채, 사랑채, 행랑채, 군자정 등을 이용한다. www.imcheonggak.com ☎054-853-3455

*안동 관광안내센터 : 고택 및 농촌 체험, 안동 관광 안내. ☎054-840-6591

*찾아가기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 혹은 남안동 IC로 나간다. 안동 시내로 접어들어 시외버스터미널, 기차역을 지나 직진한 뒤 고가도로 아래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임청각이 나온다. 시내 중심가에서 5분 거리.


글/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9-06 18:16


글/사진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