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外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베 드라이스마 지음ㆍ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발행/ 1만6,500원

니콜라스의 유쾌한 철학카페/ 니콜라스 펀 지음ㆍ이동희 옮김/ 해냄 발행/ 1만원

여름 휴가를 소설과 시를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면서 ‘예술적’으로 보냈다면, 이번 추석 연휴는 ‘철학적’으로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절실한 ‘화두’ 하나를 붙잡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고민해보자.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라는 제목에 대한 답은 이렇다. “객관적인 시간 즉, 시계에 표시되는 시간은 계곡을 흐르는 강물처럼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중년에 이르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몸이 지쳐버리면 강물의 속도보다 뒤 쳐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제자리에 서서 강둑에 드러누워 버리지만, 강물은 한결같은 속도로 계속 흘러간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은 느리게 가는 시계로 변해버리는 것 같다. 전체적인 속도가 그냥 느려지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생체시계는 대개 노인의 생체시계보다 빨리 움직인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지만 나이를 먹으면 하루가 무서울 정도로 짧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실 속의 시간을 헤아릴 때 무의식적으로 생리적 시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좀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체내의 모든 시계를 통제하는 주인 역할을 하는 것은 시상하부 교차상핵(SCN)이다.

만약 SCN에 문제가 생기면 체내의 모든 시계가 고장을 일으킨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SCN의 세포수가 감소하고 그것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도 줄어든다.

이로 인해 시간감각에 중대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다.

‘니콜라스의…’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인류에게 기여한 것 중 가장 중요한 하나는 바로 그들이 사용한 생각의 도구들이라고 주장한다.

주어진 하나의 현상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두 개의 이론이 있는 경우 그들 중에서 보다 단순한 것을 선호해야 한다는 ‘오컴의 면도칼’이든, 수학적 추론이나 경험적 관찰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간단한 해결 방법인 ‘흄의 포크’든, 철학자들은 사상의 연장통에서 하나씩 도구를 꺼내 들고 생각의 기술을 연마했다.

이 책의 목적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용한 도구들이 오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적용 가능한 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비발디에게 감사하기 위해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필요는 없듯이, 이 도구를 쓰는 일에 매번 철학자들을 불러올 필요는 없다.

이 단순하고 유용한 도구들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철학이란 지식의 덩어리가 아닌 생각의 스타일이자 생각의 도구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그래서 저자는 “철학자를 외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장통에서 생각의 도구를 훔쳐라”라고 강조한다.

거북이 닭 악마 동굴 창 면도칼 포크 망치 거울 인형 등 철학자들이 고안했거나 발견한 사유의 도구가 그들이 구성한 이론과 체계보다 더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철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철학이 삶과 동떨어진 이론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부딪치는 문제들로부터 출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은 마약과 다르지 않다는 코넬대학의 연구결과를 갖고 환원주의가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설명하고, O. J. 심슨의 무죄판결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공리주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09-13 19:10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