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목어 노니는 옥계수 붉게 물든 무릉도원 속으로

[주말이 즐겁다] 인제 방태천
열목어 노니는 옥계수 붉게 물든 무릉도원 속으로

녹음으로 뒤덮였던 산하에 바야흐로 단풍의 오색 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해마다 단풍철이 되면 이 땅의 단풍 명소는 나들이 나온 인파로 뒤덮여 매우 혼잡스럽다.

그래서 인적 드문 호젓한 산골에서 방해받지 않고 가을빛을 만끽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단풍 빼어난 남설악의 점봉산(1,424m)에서 발원해 내린천으로 흘러드는 방태천 기슭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소망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오지 마을들이 있다.

산삼 캔 자리서 솟는 탄산약수

방태천 상류의 진동리와 방동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백두대간, 그리고 점봉산에서 가칠봉으로 뻗은 산줄기가 막고 있어 산 높고 골 깊기로 유명한 인제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오지마을로 꼽혀왔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로 연결되는 31번 국도와 418번 지방도가 조금씩 포장되면서 외부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리면 소재지인 현리에서 418번 지방도를 타고 방대천을 거슬러 오르다 방동교 삼거리에 다다르면 방태산자연휴양림과 방동약수를 안내하는 팻말이 보인다.

취향에 따라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먼저 자연휴양림이 있는 방태산 적가리골로 들어가 붉은 단풍에 푹 파묻혀 보자.

가을이 깊어지면 열목어 노니는 맑은 계류 주변은 온통 붉은 단풍으로 뒤덮이는데, 특히 ‘이폭포 저폭포’라는 이름을 지닌 폭포에 드리워진 단풍은 아주 환상적이다. 이곳서 기념사진 한 장은 기본.

적가리골 단풍을 실컷 즐기면서 맑은 공기를 폐속 깊이 들이마시고 적가리골을 빠져 나오면 이번엔 방동약수가 기다리고 있다. 800년에서 1,000년쯤 묵어야 된다는 ‘육구만달’ 산삼을 캔 자리에서 솟아난 탄산수가 혀끝을 톡 쏜다.

약수를 마시고 경사 급한 비포장 고갯길을 계속 넘어서면 계곡가에 외딴집이 보이는 조경동, 즉 ‘아침가리’다.

개인산과 방태산 주변에 전해오는 ‘3둔 4가리’는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화전민들이 넘쳐나던 아침가리도 적가리와 더불어 ‘3둔 4가리’에 속하는 마을이다.

길이 험해 접근하기 어려운 깊고 깊은 이 마을들에선 화전민의 후예들이 척박한 땅에 약초 등을 가꾸며 살아왔지만 1970년대 들어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대부분 대도시로 빠져나가 지금은 거의 빈집만 남아있다.

방동약수에서 조경동 구간은 대부분 비포장이지만 군데군데 콘크리트 포장을 해놓았기 때문에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폐교된 방동분교를 얼마쯤 지나면 길이 험해져서 사륜구동차로만 겨우 운행할 수 있다. 이 험한 비포장길은 월둔고개를 넘어 홍천땅 월둔의 56번 국도로 이어진다.

조경동까지 승용차로 접근했다면 폐교된 분교 부근에서 되돌아와야 하지만, 만약 도보여행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월둔고개까지 걷는 것은 어떨까. 사륜구동차라 해도 튜닝을 안 했다면 조금 까다로운 길이지만 산책하기엔 더 없이 좋다.

이렇게 조경동의 가을빛을 실컷 즐긴 다음에 다시 방동약수로 되돌아와 방태천을 거슬러 오르면 길은 진동리로 이어진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단풍 가득한 산길은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신비간?열목어 뛰노는 시냇물은 거울 같이 맑다.

그 맑은 물에 드리워진 단풍의 그림자는 환상적이다. 옛날 이 물줄기엔 어른 팔뚝만한 열목어가 흔해 마을사람들은 삼지창으로 열목어를 잡곤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렇게 큰 열목어를 보기는 힘들어졌지만, 계곡 깊은 물에선 아직도 열목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원시의 단풍 숲 끝없이 이어?진동계곡

진흑동마을을 지나면서 급하게 굽이돌던 길이 문득 부드러워지는가 했더니 바로 거센 바람이 불어대는 널찍한 들판이다.

바로 억새 춤사위를 만끽할 수 있는 쇠나드리. 황소까지 날려보내는 거센 바람이 부든 들판이라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산삼 캔 자리에서 솟는다는 방동약수.

쇠나드리 억새는 10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11월 초순쯤에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몇 년 전부터 조침령 터널 공사를 하면서 억새밭이 많이 상했다.

쇠나드리를 벗어나면 길이 왼쪽으로 급하게 돌면서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예전 양양에서 이 마을을 드나들던 소금장수와 생선장수들이 너무 힘들어 우스갯소리로 ‘좆침령’이라 불렀다는 조침령 가는 고갯길이다. 승용차로는 통행이 어려운 비포장길이다.

왼쪽의 계곡 길을 따르면 고랭지 채소밭을 양쪽에 끼고 이어지다가 진동계곡의 정점인 설피밭에 이른다. 승용차로는 이곳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여기서 도보로 곧장 오르면 백두대간 단목령이고, 왼쪽으로 가면 들꽃으로 이름 날리는 곰배령이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후회없이 단풍을 호젓하게 감상할 수 있으나, 설피밭 주변에도 단풍이 지천이니 굳이 고갯마루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올해 방태천 상류 주변의 단풍은 10월 20일을 전후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행정보

숙식

방태산휴양림 입구에 꽃 피는 산골(033-463-7397) 등 깔끔한 펜션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방동약수 앞에 닭백숙을 파는 식당이 있다. 대부분 민박도 함께 친다. 이 근처의 정보는 방동약수마을 홈페이지(www.bangdong.net) 참조. 진동리에도 설피산장(033-463-8153) 등 숙박할 수 있는 민박과 펜션이 여럿 있다. 방태천 상류엔 가겟방이 전혀 없으므로 부식은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 등지에서 미리 구입해 가는 게 좋다.

교통

서울→6번 국도→양평→44번 국도→홍천→철정검문소(우회전)→451번 지방도→내촌→31번 국도(인제 방면)→상남→현리교(건너자마자 방태산휴양림 방면으로 우회전)→8㎞→휴양림 입구 삼거리.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진동리로 이어지고, 우회전하면 방태산휴양림ㆍ방동약수ㆍ조경동을 다녀올 수 있다.


입력시간 : 2005-10-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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