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나눔을 실천한 기업가 정신의 표상

[출판] 유일한 평전
정직과 나눔을 실천한 기업가 정신의 표상

유일한 평전/ 조성기 지음/ 작은 씨앗 발행/ 1만7,000원

간단한 퀴즈다. 다음은 누구를 말하는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한양행 창업자, 정직과 나눔을 실천한 기업가이자 교육자, 한국의 최고 경영자(CEO)와 경제ㆍ경영학 박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 한국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한 경영자. 답은 유일한이다.

지금까지 유일한에 대한 전기나 자료들은 많이 나왔다. 또 일반인들도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목 받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그의 생애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나와있는 그에 대한 각종 기록은 그와 가깝게 지냈던 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억에 의존하는 증언이 대개 그렇듯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어긋나는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유일한 자신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설가이자 목사인 저자는 차분하고도 쉬운 문장으로 서로 어긋나는 자료들을 근원부터 자세히 살펴 재구성했다. 유일한과 관련된 자료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차례차례 정리했다. 따라서 이 책은 유일한 일생을 가장 잘, 그리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다.

둘째는 작금의 우리 정치 사회 경제의 상황이다. 최근까지도 정치 권력과 기업들의 검은 돈 거래를 통한 정경유착이 여전히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경기침체로 인한 생산의욕의 저하로 기업들은 건전한 기업정신을 잃어버리고 안일한 생산수단을 동원해 수익을 얻으려고 하고, 일반 국민들은 부동산 투기로 ‘한탕’ 하려고 도박을 하듯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고, 정부는 그것을 막느라 소중한 인력과 시간들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유일한 같은 인물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비록 저자 등 몇몇 사람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유일한이 올곧게 지켜온 민족정신과 기업정신을 배워 우리의 실생활에 적용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세대에 지워져 있는 것이다.

1895년 평양에서 태어난 유일한은 9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미시건 대학을 마쳤고, 그곳에서 기업을 일으켜 성공했다.

그는 당시 일제 치하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하는 동포들을 위해 1926년 ‘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민족기업 유한양행을 창립했다.

광복 후에는 교육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여 근대화에 필수적인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사재를 털어 유한공업고교를 설립, 오늘의 유한대학으로 확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976년 3월11일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미래 사회를 이끌 CEO의 모습’ 이라는 ‘추천의 글’에서 유일한을 이렇게 규정했다. 우선 존경 받는 기업인이다.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양성 배출하며, 기업 이익으로 계속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정직하게 납세하며, 그리고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 그의 기업 철학이자 신조였다.

다음은 독립운동가다. 1942년 미국에서 항일무장독립군인 맹호군을 창설하는데 주동적인 역할을 했고, 재미 독립운동가들과 연계해 광복을 맞을 때까지 크게 활약했다. 또 교육자다. 유한학원을 설립해 많은 인재를 양성했다.

그는 죽어서 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의 유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 몇 가지와 구두 두 켤레, 양복 세 벌 뿐 이었다.

더 감동을 준 것은 재산의 사회환원이었다. 전 재산을 ‘한국 사회 및 교육 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했다. 아들에게는 대학까지 졸업 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말만 남겼다. 한 마디로 기업의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일한 같은 기업인들이 많이 나와야만 기업도 살고 나라도 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것도 아닌 기업을 자자손손 세습하기에 급급한 자들이 성공한 기업인으로 인식되는 한, 이 땅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기업, 특히 대기업에 대해 말이 많은 요즘 기업이나 기업가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10-18 15:25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