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치(太極拳)는 기(氣)와 원(圓) 운동이다. 기(氣)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것으로 복잡하고 오묘하다.

우리는 평소 원기(元氣)라는 말을 많이 쓴다. ‘원기부족(元氣不足)’이라든가 ‘원기왕성(元氣旺盛)’ 등. 원기라는 것은 ‘근원이 되는 기’라는 것이며 생명력의 기본이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만물생성(萬物生成)의 근원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기라고 하면 너무도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기는 만물생성의 근원이라는 뜻 외에도 활동력을 나타내는 생기(生氣)라는 뜻이 있고,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켜 기라고 하기도 한다.

또 오관(五官)으로 감촉(感觸)을 느낄 수는 있으나 그 형태가 없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향기(香氣)라 하면 코로 냄새를 맡을 수는 있으나 그 형체를 볼 수 없는 향기로운 것을 뜻하고, 한기(寒氣)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오관에 의해서 춥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음을 말하는데 이러한 것을 모두 기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품성을 뜻하기도 하며, 인간의 마음이나 의사, 또는 감정을 일컫기도 한다.

또 흔히 사용하는 말인 기체(가스)나 공기도 기에 해당한다. 무공(武功)을 연마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호흡도 기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기라는 말은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의미로 복잡하게 사용되어 왔다는 것은 한편 생명의 근원인 기(氣)가 얼마나 우리 인간과 깊은 관계가 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기는 정(精)과 신(神)과 함께 생명의 3요소로 일컬어지는데 이것은 사실상 하나로 어울려서 움직이는 것임으로 따로따로 분리해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때문에 기라는 뜻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즉 기라고 할 때 정ㆍ기ㆍ신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정ㆍ기ㆍ신 모두를 의미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정ㆍ기ㆍ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때의 기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 기는 여러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선천적인 기와 후천적인 기로 대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선천적인 기란 모체에서 분리해서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몸 속에 그것을 받아 가지고 나온 기를 말하는 것이며, 후천적인 기란 세상에 태어난 후에 우주 만물로부터 체내에 흡인하는 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라는 뜻을 이해하는 데는 상술한 두 가지 점을 항상 머리에 그리면서 생각해야 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망각해서는 안 된다.

기는 정이 물(水)이라고 했을 때 바람(風)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생명활동에 있어서 기의 중요한 역할은 바람을 일으키는데 있다. 즉 진동(振動)작용이 그 주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생리적 작용은 사실상 파동(波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인체 내에는 복잡한 조직이 얽혀 있는데 그러한 조직이 원만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 기가 인체 각부의 조직에 스며들어 진동을 함으로써 그 기관과 조직에 생명력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기가 충만하면 할수록 진동의 폭이 커지고 동시에 인체 내에는 생명력이 왕성하게 된다.

이러한 기의 작용은 자연적으로 선천적인 기를 소모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새로운 기를 보충하여야만 한다.

이것을 복기(伏氣)라고 한다. 유사한 용어로 복기(服氣)가 있다. 복기(服氣)라는 것은 기(氣)를 복(服)한다는 것으로 우리가 약을 복용하는 것같이 신체 속에 기를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복기(伏氣)는 기를 복(伏)한다는 것이다. 복(伏)이란 뜻은 복장(服藏)한다는 것이며 항복(降伏)이라는 말이 된다. 즉 복기(伏氣)는 기를 체내에 내기(內氣)로 변화시켜 저장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복기(伏氣)는 복기(服氣)와는 다른 것이며 복기(服氣)하고 반듯이 복기(伏氣)해야만 소모된 선천적인 기를 보충할 수 있고 동시에 체내진동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건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복기(服氣)는 복기(伏氣)의 예비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일웅 heoilu@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