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뚱뚱한 것을 보고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 ‘살이 찌는 것은 키가 크려는 것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생각들이 아이들을 소아비만의 위험에 노출되게 하며 어린 나이에 성인병을 앓게 하는 주범이 된다.

특히 최근엔 생활환경이 편리해지면서 활동량은 감소하는 반면 서구화된 식생활로 섭취하는 칼로리는 늘어 소아비만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소아비만은 아이들을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시켜 성인이 될 때까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할 수 있으며 자칫 뚱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또한 소아비만은 지방세포가 커지는 것이 원인인 성인비만과는 달리 지방세포의 수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방세포 수가 증가해 살이 찌는 것은 살을 빼는 것도 힘들고 빠진 살이 다시 찌기도 쉬우며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이 외에도 생리불순과 불임의 원인인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유발하며 수면무호흡, 성장장애와도 관계가 있다.

소아비만은 이처럼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시켜 대사증후군 환자를 증가시킨다는데 있다.

지난 2003년에 1만여명의 초ㆍ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인 아이들의 37.4%가 고혈압, 혈당이상,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수치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3가지 이상 나타나는 대사증후군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아비만의 대사증후군 유발은 초등학생의 경우 20.8%, 중학생은 50.3%로 조사된 바 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비만에서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대책 없이 소아비만을 방치할 경우 향후 대사증후군 환자를 크게 증가시켜 사회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소아비만증 증가의 1차적인 원인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변화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적게 먹으면서 칼로리가 높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을 즐기는 것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학교생활과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는 컴퓨터 게임과 TV에 매달리는 등 활동량이 급감한 것도 큰 원인이 된다.

소아비만 치료의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소아비만의 치료를 위해서는 첫째, 식사와 칼로리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먼저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할’ 빨강군, ‘제한해야 할’ 노랑군, ‘먹어도 되는’ 초록군으로 나눈다.

빨강군은 기름이나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튀김 같은 음식으로 피해야 하고 노랑군은 주의해야 할 음식으로 정해진 양만 먹게 한다.

노랑군에는 감자, 사과, 귤, 기름기를 제거한 육류, 생선구이, 찜, 계란, 두부, 새우, 밥, 빵, 국수, 떡 등이 있다. 초록군은 1회 평균 소비량이 20㎉ 이하의 채소류로 제한 없이 먹도록 한다.

둘째는 적당한 운동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격식에 짜여진 운동보다는 본인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할만한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 중에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다.

셋째, 아이들의 행동수정이 필요하다. 행동수정은 소아비만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식사량과 운동량, 활동량 등을 모두 바꿔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이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바뀌기 위해서는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drangel@sejongh.co.kr